8살 아들 질문 "내가 왜 엄마 말을 들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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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놀았으면 이제 앉아서 학습지 풀고 일기 써."
반항의 말이 아니라 정말 궁금해서, 엄마와 나의 관계가 뭐길래 엄마는 나한테 뭔가를 자꾸 말하고, 지시하고, 나는 그 말을 따라야 하냐는, 관계의 본질과 역할을 묻는 질문이었다.
내가 어릴 때 제일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개인적으로 잔소리 듣는 거 정말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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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다 놀았으면 이제 앉아서 학습지 풀고 일기 써."
저녁먹은 거 치우고 운동 다녀오니 애들이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적당히 논 것 같아서 이제 해야 할 일 하고 자자는 의미로 한 마디 했더니, 쌍둥이 큰애가 나한테 이렇게 물었다.
"엄마, 근데 왜 내가 엄마의 말을 들어야 해?"
반항의 말이 아니라 정말 궁금해서, 엄마와 나의 관계가 뭐길래 엄마는 나한테 뭔가를 자꾸 말하고, 지시하고, 나는 그 말을 따라야 하냐는, 관계의 본질과 역할을 묻는 질문이었다. "하라면 하지 말이 많아?" 같은 대답은 절대 하지 않는다. 내가 어릴 때 제일 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궁금한 게 많은데 어른들은 귀찮으면 꼭 "하라면 좀 해라"는 식으로 퉁치고 넘어가서 어찌나 속이 상했던지.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개인적으로 잔소리 듣는 거 정말 싫어한다. 어릴 때부터 행동 통제받는 걸 정말 못견뎌했다. 청소년기 이후에 부모님이 잔소리하는 일은 없었다. 알아서 잘 한다기 보단, 통제할 수 없는 아이고, 통제하기 어려운 나이라는 점을 부모님이 받아들여주신 것 같다. 그렇다고 크게 삐딱하게 크지도 않았다. 통제받는 걸 싫어하면서도 천성이 겁이 많아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이 성향은 나의 육아에도 반영된다. 잔소리 듣는 것도 싫고 하는 것도 싫어서 어지간한 건 알아서 하게 둔다. 그러니까 애초에 잔소리할 환경을 만들지 않는 것도 방법이고, 어지간한 건 무던하게 넘어가는데 아무래도 애들이 초등학생이다 보니 학습이나, 습관엔 안 하려고 해도 잔소리를 안 할 수가 없다. 학교 다녀와서 가방 걸어놓기, 밤이 되면 일기 쓰기, 양치하고 자기 같은 것들은 꼭 한마디씩 하게 한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 한 개 하던 잔소리가 두 개가 되고, 세 개가 되면서 8살 아이의 가슴 속에 "어, 왜 이렇게 엄마가 나한테 하라는 게 많지?"라는 질문이 싹튼 모양인데....
자기 전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너의 엄마고, 너는 나의 아들이잖아. 엄마아빠는 어린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도록 잘 키워야 할 의무가 있어. 의무라는 건, 꼭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거야. 그건 엄마아빠가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야. 너는 지금 자라나는 어린이니까 이가 썪지 않게 양치도 잘 해야 하고, 학교에 들어갔으니 공부도 좀 해야 하고, 골고루 먹어야 하니까 편식하면 안된다는 걸 꾸준히 알려주고 지도해주고, 도와주는 거지. 그래서 엄마아빠 말 잘 들으라고 하는 거야. 알겠지?"
말을 길게 하면 싫어하는 아이라 적당히 짧게 하고 싶었는데 이 말은 줄이기가 어려웠다. 큰애는 알겠다고 했고 나는 애를 가만히 보다가, "그냥 널 사랑해서야. 니가 잘 크고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서." 라고 했다. 아이 마음에 딱 들어 맞는 좋은 대답이면 좋겠는데 나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라서 이게 최선인 것 같기도 하고.
*전아름은 베이비뉴스 취재기자로 8살 쌍둥이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들 쌍둥이라고 하면 다들 힘들었겠다고 놀라지만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고 매 순간 즐겁습니다. 아이들이 놀랄만한 질문을 자주 던져서 사춘기가 오기 전에 기록하고자 '애가 하는 질문이 좋아서' 연재를 시작합니다. 가끔 자는 시간 아껴서 단행본을 만드는 고스트라이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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