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도 과학이다] 보일러 못 쓰는 파리올림픽, 수영장 수온 유지 비결은 데이터센터
올림픽 수영장 수온 유지에도 사용
메달엔 에펠탑 고철, 선수촌 시설도 재활용품
2024 파리올림픽은 친환경과 순환 경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고, 대회에 사용된 많은 자재와 용품을 대회 후에 재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올림픽 경기가 펼쳐지는 경기장도 최대한 예전의 것을 사용하거나 임시 시설로 대체했다. 파리올림픽에서 경기가 펼쳐지는 35개 시설 가운데 새로 지어진 신축 건물은 단 하나에 불과하다. 2008 베이징올림픽이 16개, 2020 도쿄올림픽이 8개 신축 경기장을 사용한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파리올림픽의 유일한 신축 경기장인 아쿠아틱 센터는 수영과 다이빙, 수구 등의 종목 경기를 진행한다. 아쿠아틱 센터에도 다양한 친환경 기법이 적용됐다. 아쿠아틱 센터는 목재로 만든 매스팀버(mass timber) 건축물이다. 매스팀버는 공학용 구조목을 사용하는 건축 기법으로 기존의 콘크리트나 철근을 대체할 정도로 튼튼하고, 탄소 배출도 적어서 친환경 건축 기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아쿠아틱 센터는 목재로만 지었지만 800t 이상의 하중을 버틸 수 있게 설계됐다.
아쿠아틱센터는 수영장 수온을 국제 기준에 맞게 유지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 같은 국제 대회는 수영장의 물 온도를 섭씨 25~28도를 유지해야 한다. 국제수영연맹(FINA)은 이 정도 수온이어야 선수의 경기력을 최대로 높일 수 있고 강도 높은 운동에도 심부 온도가 상승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FINA가 규정한 수온이 유지되지 않으면 경기 자체가 열리지 않는다.
수영장의 적정 수온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물을 채워 넣을 때 일반적으로 보일러를 사용한다. 하지만 파리올림픽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선수촌에 에어컨도 설치하지 않았다. 수영장 물을 데우기 위해 보일러를 쓸 수도 없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찾아낸 해법은 데이터센터였다.
데이터센터에서는 엄청난 열이 발생한다. 서버를 비롯한 IT(정보기술) 장비를 냉각하는 과정에서 열이 발생한다. 데이터센터는 차가운 공기나 물을 순환시켜 열을 식힌다.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은 불필요한 것으로만 여겨졌지, 에너지원으로는 쓰이지 않았다.
최근 데이터센터 업체들은 데이터센터 운영에서 나오는 열을 에너지원으로 쓰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핀란드 최대 에너지 기업인 포텀은 헬싱키 외곽에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는데, 여기에서 나오는 열을 인근 지역 난방 에너지로 쓰기 위한 15㎞ 길이의 파이프라인도 함께 건설 중이다.
전 세계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미국 에퀴닉스(Equinix)도 같은 방법으로 열을 재활용하고 있다. 파리 북부 생드니 지역에 이 회사가 운용하는 ‘PA10′이라는 데이터센터가 있다. PA10은 자체적인 ‘열 배출(heat export)’ 시스템을 갖췄다.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열은 교환기를 통해 물을 데운다. 열 네트워크는 교환기에서 나온 온수를 지하 파이프라인을 통해 도시 곳곳에 공급한다. 이 시스템 덕분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열은 인근 지역 텃밭의 과일 재배부터 지역 난방까지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와 에퀴닉스는 PA10의 열 배출 시스템을 아쿠아틱센터로 확장했다. 보일러 없이도 이번 올림픽 경기에서 아쿠아틱센터의 수온이 적정 온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장혜덕 에퀴닉스 한국 대표는 “데이터센터에서 만들어지는 열은 저탄소 열원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지역 주민이나 기업이 겪는 여러 문제를 줄일 수 있다”며 “생성형 AI(인공지능) 시대에 들어서며 데이터 양이 폭증해 지속가능한 데이터센터 운영이 중요해졌는데, 효과적인 열 관리 솔루션에 에퀴닉스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파리올림픽은 아쿠아틱센터 외에도 다양한 부분에 친환경 기술을 적용했다. 선수들이 받는 메달에는 이번 대회의 슬로건인 순환 경제의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실제 에펠탑에 쓰였던 철 18g이 삽입됐다. 메달의 중앙에 삽입된 철은 과거 에펠탑 보수 과정에서 제거한 뒤 따로 보존했던 철이다. 금메달과 은메달은 모두 100% 재활용한 금과 은으로 만들었고, 동메달 역시 파리 조폐국이 금속 부스러기를 재활용한 구리, 주석, 아연 합금으로 만들었다.
재활용품은 각국 선수들이 머무르는 선수촌에서도 찾아볼 수 있디. 커피 테이블은 배드민턴 셔틀콕을 모아 제작했고, 소파처럼 쓰는 빈백은 낙하산 천, 의자는 병뚜껑으로 만들었다.
요트 경기에 사용되는 부표도 해초를 보호하기 위해 형태가 달라졌다. 일반적으로 요트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부표를 사용한다. 기존 부표는 닻을 해저로 내려서 위치를 고정하는데, 이 때 닻이 해초를 짓밟고 파괴하는 경우가 많다. 파리올림픽에서는 드론처럼 물 위에 떠서 위치를 표시해주는 새로운 부표를 도입했다.
이번 대회의 요트 경기는 마르세유 칼랑크 국립공원에서 진행된다. 이 지역은 보호종인 지중해 고유 해초 ‘포시도니아 오세아니카(Posidonia oceanica)’의 서식지이다. 이 해초는 1만117㎡ 면적으로 15만㎡ 면적의 열대우림 수준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어서 ‘지중해의 허파’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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