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쟁자는 바로 나? ‘친명 천하’ 속 ‘비명 결집’ 노리는 3金
‘李 일극체제’ 강화될수록 경쟁자들도 보폭 넓힐 듯…“경쟁구도 다변화 필요 시점”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당권 연임에 도전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전히 압도적 득표율로 당내 입지를 견고히 하며 대권까지 바라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당내 이 전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들도 활동 보폭을 넓히거나 언론에 오르내리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당대표 경쟁에 나선 김두관 전 의원은 물론,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도 포함된다.
"개딸이 당 점령" "혁신회의는 하나회"…李 압박하는 김두관
최근 김두관 전 의원은 민주당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레이스에서 '이재명 일극체제'를 비판하면서 막판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비록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를 뒤집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지만, 민주당 텃밭인 광주와 전남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에서 각각 14.56%와 15.66%의 두 자릿수 득표율을 얻으며 선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이 전 대표의 득표율 90% 달성을 저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지율 상승 기류를 바탕으로 김 전 의원은 적극 '이재명 저격수'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7월27일 부산 합동연설회에서 '개딸(이재명 전 대표의 강성지지층)'을 공개 언급해 최고위원 후보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당시 그는 "당내 소수 강경 '개딸'들이 당을 점령했다. 이렇게 해서 차기 대선과 지방선거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고 이 전 대표에게 반문했다.
그는 친명(親이재명)계 핵심 인사들이 결집한 '더민주전국혁신회의(혁신회의)'를 전두환 정권 시절의 군부 사조직 '하나회'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4일 당 대의원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강성 원외 인사들의 조직이었던 혁신회의가 당내 최대 계파가 된 계기는 공천이다. 이런 행태는 군 사조직이었던 하나회를 연상시킬 정도"라며 "이재명 전 대표 한 사람이 전부를 상징하는 민주당은 절대로 외연을 확장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김 전 의원은 이 전 대표가 과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길을 가다가 대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취지로도 주장했다. 그는 6일 SBS 주관 '당대표 경선 4차 토론회'에서 "사람들은 흔히 김대중과 노무현의 길을 가면 대선에 승리할 수 있고, 이회창의 길을 가면 '여의도 골목대장'으로 그친다고 이야기한다"며 "이 후보의 당내 인사라든지 리더십이 김대중·노무현의 길과 거리가 멀다고 평가하는 분들이 많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총선 공천 국면에서 민주당을 탈당한 홍영표·조응천·이원욱 전 의원 등도 품어야한다고 주장도 이어갔다. 그는 7일 MBC 《뉴스외전》 인터뷰에서 "민주당 새 지도부가 22대 총선에서 공천 못 받고 나간 분들을 안으면 좋겠다. 탈당한 분들과 지방선거에서는 경쟁하더라도 대선에서는 연대 연합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늘 연대하고 통합할 때 승리했다. 스크럼을 크게 짜야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광복절 특사' 앞두고 존재감 높아진 김경수…김동연도 '광폭 행보'
당내 비명(非이재명)계의 관심을 또 모으고 있는 인물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다. 김 전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과도 가까워 '친노(親노무현)·친문(親문재인) 진영'의 적자로 꼽히고 있다. 일각에선 김 전 지사가 향후 비명계 구심점은 물론 대권 주자로도 역할할 수 있다고 본다.
정치권에선 8일 법무부에서 심사하는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후보자 명단에 김 전 지사가 포함될지 여부에도 주목하고 있다. 앞서 김 전 지사는 이른바 '드루킹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후 윤석열 정부에서 사면됐지만, 당시 '복권'은 이뤄지지 않아 선거 출마가 불가능한 상태다. 김 전 지사는 지난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에 잠시 참석한 후 다시 출국해 현재 독일에서 머물고 있다.
오히려 당내 친명계를 비롯한 주류층에선 김 전 지사의 복권에 대해 견제구를 날리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친명계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은 6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출연해 "사면은 국민통합을 위해 해야 하는데 야권 분열용으로 사면 (복권) 카드를 쓸 가능성이 많다"며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라고 봤다. 여권에서 야권 내 경쟁 구도에 혼란을 주기 위한 정무적 카드로 복권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처럼 당내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속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지사도 "김경수 전 지사의 복권을 촉구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 지사는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가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포용의 정치, 통합의 정치가 절실하다. 김경수 전 지사 복권이 그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김 전 지사에 대한 복권을 윤석열 정부에 강력 요구했다.
또 김 지사는 야권의 또 다른 잠재적 '이재명 대항마'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도 스킨십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난 7월20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제1차 전국당원대회'에 참석해 당대표 연임을 확정 지은 조국 대표와 만나기도 했다. 그러면서 도정 내부적으로도 DJ(김대중 전 대통령)계, 친노계, 친문계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외연을 확장시키고 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 내 '이재명 일극체제'가 강화될수록 비명 인사들의 활동 반경이 더 커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계파색이 옅은 한 민주당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민주당이 총선에서 이겼는데도 '이재명 일극체제'가 부각되면서 당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혔다. 이러다 김두관 전 의원의 말처럼 정권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며 "경쟁 구도의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많은 이재명 경쟁자들이 나와 서로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들도 관심과 지지를 보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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