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와 엇갈리는 주장' 안세영이 말한 부상 관리 소홀, 진실은?[파리올림픽]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안세영이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한국 배드민턴 간판 안세영(삼성생명)이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 획득 후 남긴 작심 발언이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안세영은 지난 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허빙자오(중국)를 2 대 0(21-13 21-16)으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배드민턴 올림픽 단식 금메달은 1996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28년 만이다.

셔틀콕의 여제로 등극하는 순간이었지만, 대중의 관심은 우승 확정 후 안세영이 남긴 '폭탄 발언'에 쏠렸다. 금메달 시상식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대표팀과 더 이상 함께 가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한배드민턴협회를 저격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배드민턴협회는 7일 '안세영 선수 인터뷰 및 관련 기사에 대한 협회의 입장 표명'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우승 확정 후 안세영이 남긴 '폭탄 발언'에 대해 무려 10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를 통해 해명했다.  

쟁점은 안세영이 지적한 협회의 부상 관리 소홀, 선수 육성 및 훈련 방식, 협회의 의사결정 체계, 무리한 대회 출전 강행 등의 사실 여부다.

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내 무릎의 부상 정도는 생각보다 심각했다"며 "쉽게 나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는데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상에 대한 첫 검진에서 오진이 났다고 폭로했다.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안세영이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하지만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협회 자료를 보고 다시 면밀히 검토를 해야겠지만 체육회 진천 선수촌에 선수들이 다니는 병원을 다녔는데 이후 안세영의 전담 트레이너가 근무하는 병원으로 갔다"며 "거기서 오진이라고 했는데 뭐가 오진인지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여기에 협회 관계자는 "안세영을 전담한 한 트레이너는 4개월 경력"이라면서 "안세영이 어느 병원을 갔는지 또 한 트레이너가 해당 병원에 근무를 했는지 여부는 더 확인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안세영은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지난해 10월 8일 입국 후 개인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MRI 촬영을 받았다. 다음날에는 서울 송파구 소재 정형외과 재활의학과의 국가대표팀 김지은 트레이너와 동행해 MRI 판독을 했다.

당시 '2주간 절대적인 휴식 및 안정이 필요하며, 재활까지는 4주가 걸릴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고, 안세영은 '오른쪽 무릎 슬개건염 부분적 파열 및 슬개건 자체의 심한 붓기와 함께 물이 차 있음'이라는 진단에 오른쪽 무릎 조직 재생 주사 치료를 받았다. 병원에서는 당분간 국제 대회 출전이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안세영은 이후 소속팀에서 5주간 재활 후 본인 의지로 대회 출전을 강행했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안세영이 지적한 협회의 부상 관리 소홀 및 대회 출전 강행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물론 안세영의 입장도 다시 들어봐야 하는 상황이다.

안세영이 언급한 오진과 관련해서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협회는 "안세영 선수가 이야기한 병원에서의 오진에 관련된 사항은 안세영 선수가 방문하여 진료받은 병원과 진료 및 치료기록 등을 소상히 파악하여 어떠한 부분에서 오진으로 안세영 선수가 고통을 받았는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안세영이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협회는 안세영이 "이제껏 우리 대표팀 운영은 국제대회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은 복식 위주였다"며 "경기력 관리를 위해 개인 트레이너를 쓰고 싶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협회는 "이 발언에 대한 진위 여부는 국가대표팀 귀국 후 자체적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훈련 방식 및 체력운동 프로그램 방식을 면밀하게 조사한 공유하도록 하겠다"며 "안세영 선수의 '개인 트레이너를 쓰고 싶다'는 의견은 협회로는 공식적으로 전달된 바가 없으며,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해 보겠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협회는 ▲안세영의 전담 트레이너(협회 자비 컨디셔닝 관리사) 관련 ▲ 파리 플랫폼에 도착한 다음날 안세영이 훈련하다 발목을 다쳐 한의사를 파견한 상황 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협회는 "안세영 선수의 귀국 후 열린 마음으로 심도 있는 면담을 통하여 구체적이고 소상하게 안세영 선수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문제점을 파악하겠다"며 "협회가 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협회에서는 선수단이 귀국하는데로 빠른 시일 내에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와 국가대표 선수들과의 면담을 진행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소상히 내용을 파악하여 선수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안세영은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나는 싸우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며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마음을 호소하고 싶었고, 이해해달라는 마음으로 드리는 말씀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막 도착했고, 아직 협회와 나눈 이야기가 없다"면서 "팀과도 상의한 게 없어서 더 자세한 건 상의 후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짧게 인터뷰를 마친 뒤 팀 관계자에 이끌려 황급히 공항을 빠져나갔다. 협회와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안세영이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인천공항=CBS노컷뉴스 김조휘 기자 startjo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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