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지하철, 신발 벗고 탔다”···서울 지하철 개통 50년 이야기
1974년 8월15일 1호선 ‘종로선’이 서울역~청량리 9개역 운행을 시작했다. 7.8㎞ 길이의 한국 최초 지하철이다. 현재 1~9호선과 2개 경전철까지 총 11개 노선이 337개역을 지나며 358.46㎞ 구간을 오간다. 지난 50년간 서울 지하철은 800억명을 싣고 지구 5만 바퀴의 거리를 달렸다.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역사박물관은 오는 9일부터 11월3일까지 개통 50주년을 기념해 ‘서울의 지하철’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두 기관이 공동으로 서울역사박물관에 준비한 전시에는 지하철 건설 준비부터 개통까지 역사를 보여주는 증거물과 당시 사업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1974년 지하철 시승 행사에서는 승객이 신발을 벗고 역사에 들어왔다는 일화도 전한다.
1960년대 서울은 인구가 급격히 증가해 버스 등 지상 운송수단만으로 대중교통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지하철 도입이 추진됐으나 당시 경제 규모에 맞지 않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이유로 각계에서 “나라가 망한다”는 반대 목소리가 컸다고 한다.
초기 지하철건설본부가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는다’는 슬로건을 만든 것은 이 때문이다.
경부선(서울역~수원역)과 경인선(구로역~인천역), 경원선(용산역~청량리역~성북역)을 운영하는 철도청과 전원 공급 방식을 놓고 논쟁해야 했고, 국가유산 훼손 위험성과 차관계약 등 해결 과제도 많았다.
개통 당시 1호선은 일본 히타치중공업이 제작한 전동차를 6칸, 10편성으로 운행했다. 차량 디자인은 바탕이 크림색, 창틀은 빨간색이었다.
서울역사편찬원이 공무원 8명의 구술을 바탕으로 발간한 자료집 ‘지하철 우리 자본과 기술로’를 보면 초기 일본 기술·장비에 의존했던 전동차나 통신장비 등은 2호선 건설부터 본격적인 국산화가 추진된다.
우명규 전 서울시장은 2호선 건설을 시작할 때 “우리 자본, 우리 기술, 우리 지하철”이라는 구호를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김병린 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일본에서 들여온 기술 서적·잡지를 바탕으로 우리 토목 기술로도 지하철 건설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전한다.
하지만 자재와 장비가 부족해 재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지하철을 건설하는 사업은 ‘흙과 물을 다스리는 싸움’(이수복 전 서울시 지하철공사 개발이사)이었고, 서울 강남과 강북의 토질 차이나 이대역과 같은 고개 마루터기도 극복해야(박계병 전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 설계감리실장) 했다.
1호선 개통 후 10년, 3·4호선까지 도입되며 서울은 ‘지하철 시대’를 맞았다. 대중교통 체계가 지하철을 중심으로 재편돼 수직·수평적으로 깊고 넓은 연결망이 구축된 것이다. 그 결과 노선을 따라 역을 중심으로 생활권이 형성됐다.
박물관 전시에서는 2~4호선 개통에 따른 버스·택시·주차장 변화, 지하도 상가·백화점·주택 등 역세권 모습도 볼 수 있다.
지하철역은 대표적 ‘만남의 장소’가 됐지만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에는 역 안에서도 어긋나기 일쑤였다. 특히 환승역은 노선별로 각각의 출구 번호를 썼던 탓이다. 이 같은 불편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과 같은 통합 출구 번호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도 전시에서 다룬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서울 지하철 개통 50주년이라는 큰 분기점을 맞는 여정을 기억하고 나누는 전시를 선보이게 되어 기쁘다”며 “시민의 추억, 지하철 현장의 모습을 즐길 수 있는 전시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도시발전의 역사를 조명하는 동시에 현재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라며 “익숙한 지하철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돼 관련 연구·담론이 다양하게 펼쳐지길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서울 지하철’ 전시는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지하철 우리 자본과 기술로’는 서울 공공도서관과 서울역사편찬원 홈페이지(https://history.seoul.go.kr)에서 무료 열람할 수 있고 서울시청사 지하 1층 서울책방에서 구매할 수 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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