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 본토 이틀째 진격…푸틴 "중대한 도발" 격노(종합)
국경선 월경 개전 이후 처음…美, 사태파악 위해 우크라에 연락
(서울=뉴스1) 김성식 권진영 기자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주(州)에 이틀째 진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국경을 넘은 건 개전 2년 6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을 상대로 우크라이나가 중대한 도발을 감행했다며 분노했고,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을 국경 밖으로 밀어내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침묵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연락을 취했다.
로이터 통신과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알렉세이 스미르노프 쿠르스크 주지사 대행은 7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이날부터 쿠르스크주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경 지역의 작전 상황이 여전히 어렵다"며 적군의 진입을 막기 위해 비상사태 선포를 결정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처음 쿠르스크에 진격한 건 전날(6일)로 추정된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 동북부 격전지 하르키우·수미주(州)와 맞닿은 지역이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하르키우와 수미 일대에서 수세에 몰린 우크라이나군이 전날 부로 반격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 설명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300여명의 병력에 전차 11대와 장갑차 20대를 동원해 현지시각으로 전날 오전 8시경 쿠르스크주 국경 마을 니콜라예보-다리노와 올렉슈나에 당도했다. 러시아군은 밤새 격전을 벌였지만, 우크라이나군을 쿠르스크의 또 다른 국경 마을인 수드자 인근으로 밀어내는 데 그쳤다.
인구 5000명이 거주하는 수드자에서 수도 모스크바까지 직선거리는 530㎞에 불과하다. 이날 쿠르스크 주지사 대행에게 상황을 보고 받은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를 침공한 건 '심각한 도발'이라며 "우크라이나 정권이 또 다른 대규모 도발을 감행해 쿠르스크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포격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관료들은 전했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참모총장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국방부가 기존에 밝힌 것보다 3배 많은 총 1000여명의 우크라이나군 병력이 쿠르스쿠주로 넘어왔다고 보고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냈으며, 빠른 시일 내에 이들을 국경 밖으로 밀어낼 것을 확언했다고 리아노보스티는 전했다.
게라시모프 참모총장은 같은 날 TV 연설에서 "적이 쿠르스크 내 깊숙한 지역으로 진격하려고 시도했지만 국경 경비대와 지원 부대의 폭격과 포격으로 이를 저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지 군사 블로거들은 쿠르스크 전황이 심각하다며 2022년 2월 개전 이후 줄곧 러시아의 침공을 받았던 우크라이나가 처음으로 러시아 영토에 전선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쿠르스크의 수드자는 러시아 천연가스가 유럽으로 향하는 마지막 통로인 데다 주도 쿠르스크시 인근에는 원자력 발전소가 위치해 있다.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은 올 들어 러시아 서부 라잔 일대에서 무인기(드론)로 정유 시설을 공습했던 우크라이나군이 이번엔 쿠르스크의 천연가스 수송로와 원전을 지상에서 공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쿠르스크 진격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일일 전황 업데이트에 쿠르스크 상황을 반영하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군이 군용기를 통한 수미주 공세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쿠르스크 진격에 말을 아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게재한 영상 연설에서 "우리 군인들이 조국 방위를 위해 가능한 효과적이고 확고하게 적을 계속 파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쿠르스크 진격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침묵으로 일관하자 사태 파악에 나섰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쿠르스크 지역에서의 행동에 대해 우크라이나 당국과 접촉하고 있다"며 미국의 지원 무기가 러시아 국경 너머에서 사용됐더라도 "우리의 정책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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