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 잘 먹는 아기​→특급 스나이퍼 돌변" 19살 金 스승의 확신[파리올림픽]

인천공항=CBS노컷뉴스 이우섭 기자 2024. 8. 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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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금메달 결정전에서 오예진이 금메달을 획득한 뒤 코치에게 달려가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마라탕 먹으러 다니고…평소에는 아기 같은데 사선에만 들어서면 눈빛이 바뀌어요."

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사격 대표팀은 그야말로 '역대급'이었다.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를 따낸 대표팀은 2012 런던 대회(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뛰어넘는 역대 종목 최고 성적으로 온 국민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 사격의 금맥 캐기에 시동을 건 선수는 바로 19살 오예진(IBK기업은행)이다. 오예진은 지난달 28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대회 공기권총 10m 여자 종목에서 243.2점을 기록, 올림픽 신기록으로 사격에서 대회 첫 금메달을 따냈다. 같은 종목에 나선 김예지(임실군청)은 241.3점으로 뒤를 이었다. 

채 감독이 결선을 앞둔 오예진에 보내 메시지. 이우섭 기자


오예진 소속팀인 IBK기업은행 사격단의 채근배 감독(54)은 "오예진이 무조건 메달은 따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채 감독은 어떤 점에서 오예진의 메달을 확신했을까.

사격 대표팀은 지난 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메달을 목에 걸고 들어오는 선수들이 입국장에 모습을 보이자, 수십 명의 팬들은 선수들을 향해 환호와 박수로 맞이했다.

선수들 배웅을 위해 각 소속팀 관계자들 역시 공항에 마중을 나와 있었다. 오예진을 비롯해 송종호까지 대표 선수를 2명이나 배출한 채 감독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채 감독은 1991년~1998년, 2005년~2006년에 사격 국가대표를 지냈다. 선수 시절 1994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은메달을 따낸 채 감독은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도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밖에도 아시아사격선수권, 세계사격선수권 등 국제 무대에서도 각종 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IBK 사격단 채근배 감독. 채 감독 제공


이날 채 감독은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금메달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면서도 "오예진이 '무조건 메달은 따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 이유는 오예진이 유독 결선에서 더욱 침착하게 경기하는 모습을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채 감독은 오예진에게 "일단 결선에만 진출하자"는 조언을 수시로 건넸다고 한다. 이어 "오예진은 작년 개인전 전관왕을 달성한 선수다. 올해에도 결선에 진출한 시합에서는 전부 1등을 차지했다"고 알렸다. 이어 "결선에서 굉장히 강한 선수다. 국내에서는 정상급이고, 국제 무대에서 결선에 진출하면 메달은 꼭 땄다"고 강조했다.

오예진은 채 감독의 바람대로 예선에서 전체 2위를 차지하며 결선으로 진출했다. 이때 채 감독은 "마음이 편했다. 3등 안에는 무조건 들어갈 거라 생각해서 편하게 봤다"며 "기대보다 본인의 실력을 더 제대로 발휘했다. 더할 나위 없이 잘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결선을 앞두고는 채 감독이 오예진에게 장문의 응원 메시지도 보냈다. 메시지 속에는 "이제 마지막 산만 넘으면 된다", "가장 잘하고 자신 있는 걸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절대 망설이지 말라"는 등의 말이 쓰여 있었다.

사격 금메달리스트 오예진. 올림픽공동취재단·연합뉴스


채 감독이 본 평소 오예진의 모습은 여느 19살 또래와 별 다를 바 없는 소녀다. 채 감독은 "평상시 생활할 때는 그냥 아기다. 또래 젊은 친구들처럼 활발하고, 말도 또박또박 잘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표팀 선수촌 생활하다가 팀 훈련에 복귀하면 동료들과 마라탕도 먹으러 다닌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활발하게 생활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선에만 들어서면 눈빛부터 바뀐다"며 혀를 내둘렀다. 채 감독은 "총 쏠 때 굉장히 침착하다. 운동에만 모든 집중을 해서 표정부터 완전히 바뀐다"며 "특히 국제 대회 나가서는 얼굴이 표정에 드러나서는 안 된다. 긴장한 모습을 보이면 경기력에 지장이 갈 수 있는데, 오예진은 전혀 그런 모습이 없다"고 칭찬했다.

오예진은 채 감독의 말에 "경기에만 몰입하다 보니 포커 페이스가 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딱히 매서운 눈빛,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며 웃었다.

채 감독은 오예진을 비롯한 사격 대표팀의 선전에 연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사격 등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채 감독은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성적이 잘 나왔을 때만 지나면 인기와 관심이 줄어든다"고 토로했다. 이어 "일반 전국 대회 결선만이라도 중계가 되면 좋겠다"며 "그러면 일반인들에게 접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인천공항=CBS노컷뉴스 이우섭 기자 woosubwaysandwiche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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