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1300원 넘는 고환율, 서학개미 영향?
개인투자자와 공적기금 등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는 해외증권 투자가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외 증시로의 쏠림이 환율 상승을 키울 수 있는 만큼 물가 불안을 막기 위해 당국의 환율안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우리나라의 해외증권투자 현황과 외환시장에 대한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외환통계 등 실증분석 결과 우리나라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는 원화환율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이 위원은 외국주식과 채권의 투자자금의 유출입과 환율 등을 통대로 회귀분석한 결과 해외주식·채권 투자의 증가와 환율이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해외 투자를 위해선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외환으로 바꿔야 하는 만큼 외환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환율 상승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학개미의 움직임이 본격화 되기 전인 2015년 달러당 1070~1180원대 사이를 오간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부턴 줄곧 1300원대를 웃돌고 있다.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증권투자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2010년 초반 약 1000억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해외증권투자 규모는 지난해 말 8573억달러(약 1182조원)로 약 9배 가량 늘었다. 2015년부터 2023년까지 8년간 해외증권투자액의 연평균 증가율은 18.1%에 달했다.
이처럼 해외증권투자 규모가 빠르게 늘어난 것은 그동안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며 외화 유동성이 늘어났고, 한국은 저성장·저금리 기조에 접어들면서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보다 수익률이 좋은 미국 증시 등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특히, ‘큰 손’인 국민연금공단이 해외 투자 비중을 38% 수준까지 높인데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이 급증한 것이 영향을 줬다. 민간 국외 투자에서 서학개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7.3%에 그쳤지만 지난해엔 20% 수준까지 올랐다.
이 위원은 해외증권투자가 늘면 경제주체들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할 수 있고, 일시적인 외화유동성 부족에도 대응할 수 있어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해외증권투자가 계속 늘면 환율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환율이 가파르게 늘어나면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 불안이 커질 수 있다. 이 위원은 “우리나라의 해외증권투자 규모는 향후에도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정책당국은 해외증권투자 증가가 환율 상승을 가속화시켜 물가불안이 확대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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