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한장] 10km 솟구친 용암을 찍다
15일 동안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용암 분출이 시작됐고, 그날부터 매일 아침 베란다로 나가 에트나 화산을 확인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했죠. 몇가지 앱을 통해 진동의 크기와 주기를 확인하고 화산이 언제 터질지 예측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8월 3일 토요일 밤을 지나 4일 새벽 대부분이 잠든 시간에 10km가 넘는 높이의 거대한 용암 분출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고된 시간들 후에 찾아온 혼자만의 시간이었습니다.
카타니아 출신의 현지 사진작가인 안토니오 트레카리치(43)가 시칠리아섬에 있는 에트나 화산이 폭발하는 모습을 촬영한 과정을 설명하며 소회를 밝혔다.
인스타그램 검색을 통해 그의 사진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각종 외신, 그리고 뉴스 에이전시 사진에서도 보지 못했던 사진이었다.
정말 용암의 불꽃 높이만 10km는 돼 보이는 거대한 폭발을 잡아낸 것이었고, 폭발하는 화산을 급하게 있는 자리에서 찍은 사진이 아니라 카타니아 마을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뷰포인트에 자리를 잡고 제대로 포착한 사진이었다.
메시지를 통해 연락을 취했고 온라인 인터뷰와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7월 2일 이후부터 화산폭발이 본격적으로 일어나면서 용암과 화산재가 산의 높이 3300미터의 3배인 10km 넘게 하늘로 솟구쳤다는 기사는 많이 봤지만 그것을 기록한 사진은 찾기 힘들었는데, 유일하게 그의 사진이 그러했고 밀집된 마을의 모습과 대비되는 장관을 보여줬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활화산인 에트나는 주민들이 거주하는 마을과도 가까워 많은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17세기에는 강진을 동반한 강력한 화산활동으로 당시 에트나와 가까운 카타니아의 건물들이 대부분 소실됐고, 그래서 이 지역의 건물 대부분은 17세기 이후에 다시 건축된 것들이다.
2019년부터 화산활동이 더욱 활발해져 해마다 한두차례 이상의 분화가 일어나는데, 최근 한 달 넘게 크고 작은 폭발이 있어 주민 대피령이 있거나 공항이 종종 폐쇄되곤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트레카리치와 카타니아 현지인들은 에트나를 친절한 거인이라 부르며 그것이 우리를 해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화산재를 근거로 공항이 열리고 닫힐 뿐이라고.
전기공이자 사진가인 그는 열정을 가지고 다음 작업을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한다.
에트나 강을 배경으로 하는 시칠리아의 또 다른 마을에서의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림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인스타그램 @Antonio_treccarichi_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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