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파리에서 생긴 일]

김은진 기자 2024. 8. 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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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이 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준결승에서 튀니지의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를 상대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4.8.7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SDH



2024 파리올림픽이 시작한 뒤, 프랑스 파리의 날씨는 변덕스러웠다. 파리의 7~8월은 한국의 봄·가을 날씨라던데,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파리의 하늘은 매일이 다르다.

어느 날은 최고기온이 섭씨 35도까지도 올라갔다가 다음날은 또 선선해진다. 한국 팀끼리 맞붙었던 배드민턴 혼합복식 4강전이 있던 날, 경기장으로 들어가던 낮에는 분명 맑았는데 일을 다 마치고 경기장 밖으로 나온 밤하늘은 천둥 번개가 치면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무더위 속에 교통 통제를 뚫고 한 시간 반을 줄 서 입장했던 개막식 때는 비에 홀딱 젖은 채 귀가했다.

아침과 한낮이 다르고 오늘과 내일이 다른 지금 파리의 날씨처럼, 한국의 올림픽 무드도 변덕스럽게 또 돌변해버렸다.

한국 선수단은 파리에 오기 전 역대 최악의 성적을 예고했다. 구기 종목 중 금메달 5개, 종합 15위 안에 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메달이 전부는 아니지만 올림픽이 시작하기도 전에 김이 빠지는 목표치는 기대감과 흥미를 떨어뜨렸다.

2024파리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이 4일(현지시간) 파리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렸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펜싱 오상욱과 도경동은 메달이 없어 손가락하트를 하고 있다. 선수촌에서 함께 출발한 다른 차량이 사이클 여자 도로 경기 여파로 교통이 통제돼 메달은 물론 구본길, 박상원도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했다. 2024.8.4/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KIM



그러나 정작 시작하자마자 열기가 치솟았다. 한국 선수단이 태풍처럼 메달을 쓸었다. 기대가 적었던 사격에서 메달이 잇달아 나오고 펜싱에 이어 양궁은 최초로 5개 전종목 금메달을 쓸어담았다. 벌써 12개의 금메달을 안고 역대 최고 성적에 도전하고 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까지 등장하며 사격 스타 김예지가 외신 사진 기자들의 시선을 독차지 하는 스타가 됐고, 미남 검객 오상욱의 빛나는 ‘멋짐’이 전세계로 뻗어나갔다. 김우민이 12년 만에 한국 수영에 메달을 안겼지만 황선우가 주종목에서 준결승 탈락하고 기대했던 남자 계영에서 기대에 못 미칠 때도, 그래도 한국의 올림픽 분위기는 뜨거웠다. 계속해서 메달이 나왔고, 유도의 허미미와 김민종 같은 감동의 사연을 가진 선수들이 계속 나왔기 때문이다.

대회가 종반으로 향할 무렵, 한국의 올림픽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은 그 순간에 급속도로 떨어졌다. 뜨거운 감동보다는 불쾌지수가, 환호보다는 탄식이, 기대감보다는 의구심이 한국의 올림픽을 가득 채우고 있다.

안세영이 따낸 금메달은 한국 배드민턴이 단식에서 무려 28년 만에 가져온 금메달이다. 역사상 방수현밖에 없었던 한국 배드민턴 역사에, 예선부터 결승까지 정말 완벽한 경기력으로 추가한 안세영의 금메달은 이번 올림픽 메달 중에서도 최고의 쾌감을 안겨주었다.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높이뛰기 예선에 출전한 우상혁이 2m27 2차시기 점프에 성공, 결선 진출을 확정한 뒤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024.8.7/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KCK



그러나 금메달의 환희를 다 누리지도 못한 채로 안세영과 배드민턴은 소용돌이 속에 있다. 배드민턴 경기가 끝났다고 올림픽도 끝난 것은 아닌데, 대회 전에 풀지 못한 문제를 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터뜨리고 봉합도 못해 한국의 올림픽을 ‘논란’으로 가득 채워버린 배드민턴협회와 안세영에 대한 아쉬움이 대회 후반부를 완전히 점령했다.

그래도 한국의 올림픽은 진행 중이다. 한국의 자랑인 태권도가 이제 시작했고 한국 육상의 새 역사를 쓰기 위해 우상혁이 막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삐약이’ 신유빈은 오늘도 바나나를 먹으며 단체전을 뛰고 있고, 김홍열은 최초의 브레이킹 메달리스트가 되기 위해 어린 선수들 사이에서 최고령의 도전을 앞두고 있으며, 근대5종 선수들과 역도의 박혜정은 이번 대회 한국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수 년을 준비해온 한국의 올림피언들이 보여주고 싶은 보따리를 아직 다 풀지도 못했다. 맑아진 파리의 하늘처럼, 남은 며칠 동안 다시 올림픽의 마지막 열기와 활기를 끌어올려봐야 하겠다.

파리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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