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尹, 거부권 행사 그만…영수회담으로 위기 극복 나서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8일 "대통령의 묻지마 거부권 행사는 국민의 뜻에 따르지 않겠다는 민주주의 거부이자 독재 선언과도 같다"고 비판했다.
박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도 국회도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직무대행은 '방송4법', '민생회복지원금법(전 국민 25만원지원법)', '노란봉투법' 등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직무대행은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권을 건의한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만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직무대행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게 15번이고 '방송4법'까지 하면 19번이나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통령의 거부권은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며 "대통령이 국회가 의결한 법안들을 계속 거부하는 것은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는 것이고, 삼권분립의 원리를 천명한 헌법정신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직무대행은 현 국회 상황을 짚으면서도 국민의힘에 책임을 돌렸다. 22대 국회는 개원식도 열지 못한 채 소모적인 정쟁만 거듭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 직무대행은 "양비론적 시각에서 비판할 수도 있지만 무엇 때문에 정치가 실종되고 정쟁이 격화되는지 근본 원인을 따져보는 게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며 "헌정사상 최초 제1야당의 단독 과반의석이라는 총선 결과와 130만이 넘는 탄핵 청원에 담긴 국민의 경고를 분명히 받았음에도 일방통행, 고집불통,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정치가 실종되게 만든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당이라도 대통령의 무분별한 거부권 남용을 제어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권력 눈치만 보면서 용산의 심기 경호만 하고 있다"며 "민생법안이건 개혁법안이건 대통령이 불편해하는 건 무조건 거부하고 반대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대화니 타협이니 협치니 하는 것들이 가능이나 하겠냐"고 쏘아붙였다.
박 직무대행은 이날 다시 한번 영수회담을 조속히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박 직무대행은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대통령이 야당을 섬멸해야 할 적 취급하면서 국력을 낭비하고 국론을 분열할 때가 아니다. 영수회담과 여야정 협의체를 제안한 이유도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린 중대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결단하고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박 직무대행은 "영수회담을 통해 대통령이 당면한 국가적 현안과 과제를 진단하며 야당과 힘을 합쳐 위기 극복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는 것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며 "결국 대통령의 의지와 진정성이 중요하다. 대통령이 경제위기,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 재발의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박 직무대행은 이를 두고도 "상식적으로 해병대원 특검법은 대통령과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이 적극 나서야 할 사안"이라며 "'죄를 지었기 때문에 특검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했던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하고,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했던 국민의힘이 특검을 반대하는 건 이율배반"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 직무대행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하지만 벌써 순직 1년 넘었는데도 수사가 지지부진한데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냐. 결국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특검을 할 수밖에 없다"며 "세 번째 특검법은 그동안 드러난 범죄혐의들도 수사대상에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박 직무대행은 "이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나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특검법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이 반대하지 말고 수용하길 촉구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개헌특위에 더해 기후특위, 인구특위를 추가로 구성하고 연금개혁도 매듭짓자고도 밝혔다.
박 직무대행은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 매우 엄중하다. 정보사 기밀 유출 사건, 마약사건 수사 외압 의혹, 해병대원 수사외압 의혹, 대규모 민간인 통신사찰, 경제 위기, 민생 파탄에 김건희 여사 국정농단 의혹까지 그 어느 것 하나 가벼운 문제가 없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남 탓, 야당 탓 할 때마다 국민의 삶은 더 피폐해지고 국가의 미래는 더 캄캄해질 수밖에 없다"며 "초심을 잊지 않고 국민께서 총선으로 보여주신 민심을 올바로 반영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국민께서 정치의 효능감을 체감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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