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시행’ 고수 진성준 “현금 5억 주식시장에 투자할 분이 얼마나 되나”
정부와 국민의힘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입장을 반대해 온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8일 “주식시장에 5억원의 현금을 동원해서 투자하는 분이 국민의 몇 분이나 될까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책 파트를 총괄하는 진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제가 워낙 없이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주식 투자 수익률이 한 6% 된다고 한다”며 “미국처럼 (주식 투자 연평균 수익률이) 10%라고 가정해도 1년에 5000만원의 수익을 내려면 5억원을 현금으로 주식시장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 정책위의장의 ‘5000만원 수익’ 언급은 금투세 기준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5000만원 이상 소득 올린 투자자에게 소득의 20%(3억원 이상은 25%)를 부과하는 세금이다. 납세 방식 부분 손질 등 완화는 가능하지만 폐지는 안 된다는 게 진 정책위의장 입장이다. 금투세는 지난해 시행 예정이었으나 2년 유예로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진 정책위의장 발언은 전날 같은 방송에 나온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의 질문을 전한 진행자에게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정 대표는 지난 7일 라디오에서 금투세 시행 국가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등 질문을 던졌었다.
이에 진 정책위의장은 “OECD 국가 28곳이 금투세를 도입하고 있다”며 “도입하지 않은 나라가 10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본시장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고 활성화된 이른바 금융 선진국들과 비교할 필요가 있다”며 “주식시장이 거의 형성되지 않은 나라와는 비교할 게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정 대표에 관해 “정말로 개미투자자의 입장을 대변하는지는 모르겠다”는 반응도 보였다.
진 정책위의장의 생각은 지난 5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낸 논평과 배치된다.
기업 지배 구조 개선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 해소를 추구하는 민간 단체인 기업거버넌스포럼은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 학계 전문가들이 회원으로 참여한다. 포럼은 올해 5월 ‘금투세 시행 비판’ 논평에서 “상위 1% 부자에 대한 세금으로 대중적인 당위성을 부여받는 것 같다”며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연간 5000만원 이상을 버는 약 15만명이 약 1조6000억원의 세금을 내면 끝나는 문제인가”라고 물었다.
포럼은 “이들의 돈이 해외 시장으로 빠져나가고 한국 주식가격은 상승 동력을 그만큼 잃을 것”이라며 “한국 주식시장이 미국·일본 등 다른 주식시장과 경쟁 중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5년간 80% 이상 오른 미국과 일본 증시가 있는데도, 한국의 투자자들이 같은 기간 20%도 오르지 않은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세금”이라며 “금투세 시행 후 수십조원이 해외로 투자처를 옮긴다면 한국 증시는 상승 동력을 잃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도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
논평은 “최대한 시장 충격을 줄이고 전체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며 “일반 주주 보호에 관한 법과 제도가 정착되고, 시장이 수용할 수 있을 때까지 유예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금투세 시행은 ‘소탐대실’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들은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한 번 좌절한 대다수 국민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금융소득의 사다리마저 걷어찰 심산인가”라는 질문으로 논평을 마쳤다.
민주당의 교통정리가 깔끔하지 못해 금투세 대응이 명확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같은 당 이재명 대표 후보는 지난달 25일 TV 토론회에서 “(금융 투자로) 5년간 5억원 정도를 버는 것에 대해서는 세금 면제를 해줘야 한다”고 금투세 시행 유예 취지 주장을 폈다. 그럼에도 이 후보가 큰 틀에서 금투세 시행에 공감한다고 보는 진 정책위의장은 라디오에서 “총의가 모이면 대표도 그 총의에 따를 것으로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최근 블로그 등에서 ‘밤길 조심하라’ 등 비난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진 진 정책위의장은 라디오에서 “(그들이) 개미 투자자들이라고 그러는데 실제로 개미 투자자인지 어쩐지는 모른다”고 반응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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