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병 음료를 플라스틱 컵에 따라준다? “코카콜라는 그린워싱” 프랑스 환경단체 비판

김세훈 기자 2024. 8. 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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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경기장에서 코카콜라 플라스틱 병에 든 움료를 플라스틱 컵에 따라주는 장면. 가디언

“플라스틱 병에 든 음료를 플라스틱 컵에 따라주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이다.”

프랑스 환경 운동가들이 7일 영국 매체 가디언에 한 말이다.

가디언은 ‘그린 워싱 게임? 프랑스가 코카콜라의 플라스틱 낭비를 비판하고 있다’는 제목으로 파리올림픽 기간 중 플라스틱 컵을 적잖게 사용하고 있는 코카콜라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가디언은 “파리 올림픽이 역사상 가장 친환경적인 대회가 될 것이라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주요 스폰서 코카콜라가 운영하는 일부 경기장 음료 판매대에서 ‘기이하고 비현실적인’ 장면이 목격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환경 단체들은 “음료수를 제공하는 인력들이 플라스틱 병에 든 음료를 플라스틱 재사용 컵(일명 ‘에코 컵’)에 채우고 빈 병을 재활용을 위해 쌓아두는 모습이 포착됐다”며 “이건 그린 워싱”이라고 비판했다. 그린 워싱은 환경 친화적인 이미지를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환경 문제를 일으키고 있음을 비판하는 표현이다.

이번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코카콜라는 콜라, 환타, 스프라이트 등 1800만 개 음료를 공급한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코카콜라가 경기장에 음료 분수대 700개를 설치하고 재사용 가능한 유리병과 재활용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플라스틱 사용을 절감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경기장에서는 재활용 플라스틱 병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코카콜라는 성명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올림픽의 목표를 지지하며 폐기물 감소에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회사는 음료 분수대 700개를 설치하고 유리병을 도입하여 올림픽 음료의 절반 이상인 약 960만 개의 음료를 일회용 플라스틱 없이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분수대를 설치할 수 없는 곳에서는 약 620만 개 음료가 재활용 플라스틱 병에서 재사용 가능한 컵으로 제공된다고 덧붙였다. 물론 코카콜라는 모든 플라스틱 병을 수거해 재활용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코카콜라가 음료를 제공하거나 판매하는 모습에 대한 비판이 적잖다. 생물다양성협회 잉그리드 반히는 플라스틱 컵과 병 사진을 게시하며 “관중이 바보로 취급받고 있다”고 비난했다. 프랑스 녹색당 지역 의원이자 대변인인 소피 부시에르는 “프랑스나 코카콜라에 좋은 홍보가 아니다”라며 플라스틱 병에 든 음료가 플라스틱 컵에 부어지는 상황을 비판했다. NGO 제로 웨이스트의 프랑스 프로젝트 리더 마린 보나비타는 “플라스틱 병을 플라스틱 재사용 컵에 붓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제로 플라스틱이 아니다”라며 “이는 NGO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충격적”이라고 강조했다. 올림픽 전에 제로 웨이스트 프랑스, 프랑스 네이처 앙비로망트 등 NGO들도 음료와 관련된 ‘그린워싱’에 대해 경고했다.

파리올림픽 기간 중 많은 선수들의 음료는 도핑 방지 등을 이유로 밀봉된 일회용 재활용 플라스틱 병에 제공되고 있다. 올림픽 및 패럴림픽 관중에게 1300만 개 재사용 플라스틱 컵이 사용되고 있다. 음료가 든 플라스틱 병을 경기장으로 던질 경우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컵은 보증금 2유로 받고 반환할 수 있지만, 이를 모르는 관중이 적잖다. 일부 관중은 코카콜라의 파리 올림픽 특정 색상으로 브랜드화된 컵을 수집품으로 여기고 가져간다. 프랑스 기반 환경 단체 ‘No Plastic In My Sea’ 대표인 무리엘 파팽은 “사람들이 재사용 컵을 집으로 가져가거나 거리 쓰레기통에 버리면 결국 폐기물이 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국립 농업 식품 환경 연구소 책임자이자 플라스틱 폐기물에 관한 책을 쓴 나탈리 곤타르는 플라스틱 병에서 플라스틱 컵으로 음료를 붓는 것이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다루는 기이한 방식”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대중은 바보가 아니며 모두 실망하고 있다”며 “모든 경기장에 음료 분수대를 설치하고 현장에서 음료 잔을 세척해 재사용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플라스틱 재활용은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고 횟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플라스틱에만 사용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파리 올림픽이 그린워싱의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며 “코카콜라는 지속 가능한 포장 방식을 도입하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많은 플라스틱 병이 사용되고 있어 환경 단체와 시민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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