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평균가격 1만7000원 시대’... 삼복더위에 ‘집보신’ 대세

유진우 기자 2024. 8. 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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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더위와 고물가에 가정간편식 수요 증가
삼계탕 간편식 7월 판매량 최대 270% 급증

역대급 더위와 고물가가 겹치면서 대표적인 보양식 삼계탕을 집에서, 가정간편식(HMR) 형태로 즐기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서울에서 삼계탕 1인분을 사 먹는 가격은 최근 급격하게 치솟았다. 2015년 1만3000원 중반대에서 2017년 1만4000원대에 진입한 뒤 2022년까지도 1만4000원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팬데믹이 끝나고 엔데믹으로 접어들던 지난해 갑자기 1만6000원대로 뛰어올랐다. 올해는 1만7000원대에 근접했다.

8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소재 음식점 삼계탕 한 그릇 평균 가격은 1만6885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6423원)보다 2.8% 올랐다. 서울 광화문 인근 유명 삼계탕 전문식당 토속촌과 고려삼계탕은 올해 기본 삼계탕 한 그릇에 2만원을 받고 있다. 송이나 능이, 전복, 인 같은 고급 재료를 더하면 2만5000원에서 3만원에 이른다.

집에서 직접 해 먹는 삼계탕 가격도 외식 못지않게 상승했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2019년 4인 가족 기준 2만4000원대에 즐길 수 있던 삼계탕 재료비는 지난해 3만4000원대로 뛰었다. 영계부터 수삼, 마늘, 밤, 대파, 육수용 약재 같은 주재료 가격이 모두 30~60% 올랐다. 오로지 찹쌀만 20% 정도 가격이 내렸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다소 몸집이 작은 닭은 대부분 백세미라는 품종이다. 백세미는 고기를 생산하는 남성 육계와 알을 생산하는 여성 산란계를 인공 번식해 만든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우리나라 교잡종이다. 이 품종은 삼계탕 한 그릇에 적합한 몸무게 800~850g까지 약 한 달 만에 도달한다. 다른 닭 품종보다 빠르게 자라 수요가 폭증하는 복날을 즈음해서 주로 키운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이전에는 백세미 닭을 주로 식당이나 대형마트에 납품했는데, 최근에는 기업 간 거래(B2B)가 늘었다”며 “여름철 백세미 가격은 보통 중복이나 말복 이전에 장마로 닭을 얼마나 폐사하느냐에 따라 크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외식 삼계탕과 직접 해 먹는 삼계탕 가격이 모두 오르자, 이 자리는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간편식 형태 삼계탕이 차지했다.

신세계푸드에 따르면 호텔컬렉션과 올반 같은 삼계탕 간편식 브랜드 7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0% 급증했다. 특히 5월부터 7월 사이 3개월 동안 판매량이 50만 개를 넘어섰다. 이들 제품 가격은 브랜드와 곁들인 재료에 따라 1만~1만3000원 정도에 팔린다. 외식 삼계탕보다 30~40% 정도 저렴하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삼계탕 간편식을 판매하기 시작한 2018년 이후 올해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며 “식품 공학과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전보다 전반적인 제품 수준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오뚜기의 올해 상반기(1~6월) 삼계탕 HMR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증가했다, 오뚜기는 지난 4월 보양식 수요를 겨냥해 옛날 누룽지닭다리삼계탕을 선보였다.

아워홈 역시 올해 상반기 고려삼계탕을 포함한 주요 보양 가정간편식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고 전했다.

유통업계는 늘어나는 일인 가구와 맞물려 외식 대신 집에서 보양식을 즐기는 ‘집보신’ 트렌드가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HMR은 1인분씩 소포장 돼 별다른 요리 경험을 갖고 있지 않아도 조리에 부담이 없다. 삼계탕 1인분을 직접 해 먹거나, 사 먹는 경비에 비해 값도 저렴하다.

편의점 프랜차이즈 CU는 연도별 하절기(6~8월) 보양식 매출 신장률을 살펴본 결과, 2022년에는 2021년보다 30.8%, 2023년에는 2022년보다 28.5% 매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영양 과잉 시대라고 하지만 혼자 사느라 제대로 식사를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나 기운이 빠진 노년층에 복날 삼계탕은 한 그릇을 먹고 나면 하루에 필요한 열량 절반을 섭취할 수 있는 영양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는 HMR 삼계탕처럼 고온 살균 처리로 상온에서 유통하면 맛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육수 제조 기술이나 원재료 전처리 기술이 좋아지면서 ‘상온은 맛없다’는 고정관념이 사라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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