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CEO 만난 이복현, "의결권 행사로 기업 체질 본질적 개선 나서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제공]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산운용업계에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핵심 투자 주체로서 적극적인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을 당부했다.

이 원장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23개 자산운용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기업지배구조 선진화'는 개별 규정이나 법령 준수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가치와 규범, 즉 '문화(文化)'로 정착되어야 할 사안"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원장은 "자산운용사는 투자자의 자산 증식뿐 아니라 의결권 행사 등을 통해 기업의 체질을 본질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역할과 책임이 있다"고 강조하고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시장질서 확립 △건전성장 도모 등 3가지를 당부했다.

그는 "자산운용사는 국민재산 지킴이로서 수탁자 책임을 충실히 수행해야 하며, 유망한 투자 기회를 발굴할 뿐 아니라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경영 감시활동 등을 통해 투자기업 가치를 높이는데도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일부 운용사의 임직원 사익 추구, 약탈적 위법행위 등이 지속적으로 적발되고 있는 만큼 내부통제 강화 및 준법의식 고취를 위해 노력해달라"며 "감독당국 역시 자격 미달의 자산운용사를 신속히 퇴출시키고 위법행위에 엄정 대응하는 등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최근 공모펀드 시장이 상장지수펀드(ETF) 중심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경쟁 과열로 인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ETF가 투자자에게 신뢰받는 건전한 투자수단이 될 수 있도록 운용사의 책임감 있는 역할을 당부드리며, 아울러 해외 부동산펀드의 급성장에 걸맞는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에도 더욱 힘써달라"고 강조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자산운용사 CEO들은 기업지배구조 개선, 밸류업 등 자본시장 선진화에 대한 다양한 의견 및 건의 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나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선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 등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다만 일부 운용사의 경우 기업 측이 우려하는 사항을 감안해 추진할 필요도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더불어 밸류업 프로그램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나, 자발적 참여를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의 국내 투자 위축,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자금 이탈, 펀드런 등 부작용이 예상되며 불가피하게 금투세를 시행하더라도 사회적 논의를 통한 공감대 형성, 제반 인프라 구축, 보완책 마련 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이 외에도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한 펀드 가입 절차 간소화, 장기투자 세제 혜택 부여 등이 필요하며,펀드시장의 장기투자 문화 확립을 위해 단기성과 중심의 펀드매니저 평가체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외국계 운용사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국내 진출 및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복현 원장은 "향후에도 운용업계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금번 간담회에서 논의된 사항을 감독업무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자산운용사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금감원은 "범정부적 추진 과제인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정부 소관부처와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정책 제언 및 구체적 실행방안 논의 등 적극적인 협업을 진행 중"이라며 "해외 감독당국과 밸류업 추진현황 등을 공유하는 한편, 연구기관·학계와도 해외 입법사례 연구 및 실현 가능한 대안 마련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