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사저 판 김홍걸 "더 버틸 수 없었다…매입자는 제 후원자, 기념관으로"
어려울 때 연락한 의원 단 한 명도 없어…논란 뒤 1명 전화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동교동계'라는 고유명사까지 낳게 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동교동 사저를 팔아 정치권을 충격에 빠뜨린 DJ 3남인 김홍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죽하면 팔았겠느냐며 그간의 사정을 안다면 '패륜아'라며 자신을 향해 돌팔매질하지 못할 것이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사저를 지키기 위해 나름 노력했지만, 세금 체납을 해결하기에 역부족이었고 이런 사정에 대해 정치권에서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았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저가 팔린 뒤에야 야단법석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에게 연락해 온 정치인은 단 한 명뿐이었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동교동 사저를 매각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설명했다.
◇ 사저 재건축으로 문화재 지정(50년 이상 건물) 무산, 그마저 세무 당국이 근저당
김 전 의원은 고 이희호 여사 명의로 된 사저를 상속받은 뒤 "세금과 비용은 제쳐놓고 상속세만 17억 이상 나와 5년에 걸쳐 나눠서 내겠다고 하자 국세청이 근저당을 걸어 일이 좀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저를 기념관으로 만들기 위해 서울시와 접촉했다는 김 전 의원은 "박원순 시장 때 접촉했지만 진행이 잘 안됐고 서울시 공무원이 '문화재로 지정되면 일하기 쉬워진다'며 문화재 지정 신청을 권유,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거부된 까닭은 "문화재는 50년이 넘어야 한다는 규정을 맞추지 못했다. (1961년부터 사저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2002년 퇴임 전 옛날 집을 부수고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문화재 지정이 안 되자 "서울시 측이 '근저당 걸린 부동산은 손을 댈 수가 없다'고 하더라"며 공공기관에 의한 기념관 등의 방안 자체가 무산됐다고 밝혔다.
◇ 강남 아파트, 빌딩, 땅 등 돈 많다?…빚투성이, 돈 마련을 위해 팔려고 했지만 안 팔려
김 전 의원은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부인 명의의 건물과 땅 등 재력가임에도 세금 낼 돈이 없어 사저를 팔아넘겼다'라는 비난에 대해 "반포 아파트도 대출 빚이 꽤 있고 아내 명의의 조그마한 건물도 10년을 노력해도 아직도 안 팔리고 있다"며 "그것만 팔렸어도 일단 급한 불은 껐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사저 매입자, 힘들 때 손 내민 일종의 후원자…기념관으로 조성해 무료 관람
김 전 의원은 DJ 사저를 매입해 준 이는 "저한테는 부동산 거래 상대가 아니고 후원자인 셈"이라고 언급했다.
세금 등 빚에 허덕이고 대책은 없고 자칫 경매를 넘어갈 순간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것.
동교동 사저를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 가족 3명이 공동으로 매입했다고 밝힌 김 전 의원은 "그분은 동교동 집을 부수거나 카페로 만들 생각은 전혀 없다. 낡은 부분을 새로 단장하고 두 분 어른께서 계셨던 공간을 보존해 주겠다고 했다"며 "민간 기념관으로 만들어 무료(입장시킬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빚 많고 수입 없는데 어쩌나…권노갑 이사장에게 말하자 '알아서 하라'
김 전 의원은 "상속세가 몇억이라면 어떻게라도 해 봤겠지만 다른 채무도 있고 난 아무 수입도 없는 상태"라며 "그냥 버티기만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에 매도를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매각 결정 전에 동교동계 원로들과 상의해 봤냐"고 하자 김 전 의원은 "작년 초 권노갑 김대중 재단 이사장 등이 '기부 모금 등으로 어떻게 해보겠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았다"며 '권노갑 이사장께 계약된 후 '제가 어려워서 이렇게 했고 이렇게 갈 예정이다'고 말씀드리니까 '그래, 알아서 잘 정리하거라'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 매각 사실 알려지기 전 정치인 그 누구도 내게 전화 한 통 하지 않았다.
김 전 의원은 "매각 사실이 알려지기 전 저한테 연락해서 어떤 말이라도 해 준 분은 단 한 분도 없었다"면서 "보도 난 후에 연락주신 분은 국회 행안위원장 신정훈 의원 한 분이며 다른 분들은 연락이 없었다"고 불편해했다.
또 "박지원 의원 등이 '회복해야 한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문화재 부분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설명 드렸다"며 "사저를 회복하려면 저나 매입한 분, 최소 둘 중 한명과 접촉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것 아니겠냐, 그런데 정치권에서 전화 한 통도 온 적이 없다"고 격정을 토로했다.
◇ 박지원, 지금 와서 전재산 내놓겠다?…지난해 DJ사저 매입 의사 타진 소식듣고도 모른 척
김 전 의원은 'DJ 사저 회복에 전 재산을 내놓겠다'고 발언, '진정한 충신이다'라는 찬사를 듣고 있는 박지원 의원과 관련해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동교동 일과 관련해 저한테 전화 주신 적 없다"고 섭섭해했다.
그러면서 "지난봄 어떤 분이 저를 찾아와서 동교동 집에 대해서 얘기한 후에 박지원 의원께 연락 '내가 동교동 집 사고 싶은데 도와달라'고 부탁을 했었다"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즉 "이미 지난봄에 (DJ 사저가 팔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지만 저한테 지금까지도 아무 말씀이 없다"며 "전 재산을 내놓겠다는데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좀 어리둥절할 뿐이다"고 입맛을 다셨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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