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성 복서 린위팅, 결승 진출… ‘자격논란’ 딛고 금메달 한걸음 [파리올림픽]
지난해 세계선수권 실격 선수 모두 결승행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국제복싱협회(IBA)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성별 부적격’을 이유로 두 여성 복서를 실격 처리한 가운데 이들 중 한 명인 대만의 린위팅(28)이 7일(현지시간) 올림픽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이날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두 선수는 2라운드 초반부터 거침없이 서로를 상대했으며 린위팅은 경기 중반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뒤 카흐라만은 린위팅을 안아줬고 로프를 들어 올려 그가 링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했다. 린위팅은 링을 떠나며 환호하는 관중들에게 여러 차례 박수로 화답했으며 손을 흔들기도 했다.
이로써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실격된 여성 복서 2명은 모두 올림픽 결승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됐다.
AP통신은 IBA가 지난해 린위팅과 알제리 복서 이마네 칼리프(25)의 세계선수권 출전을 박탈한 여파로 엄청난 혼란이 있었지만 두 선수는 올림픽 경기에서 전승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이후 우마르 크레믈레프 IBA 회장이 지난해 러시아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두 사람은 ‘XY 염색체’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 사실이 재조명되며 이들의 출전 자격 여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이에 IOC 측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여권에 여성으로 기재돼 있고 여성이라고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또 “이 선수들은 수년간 여러 차례 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있다.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라며 “트랜스젠더 사례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 등 보도에는 두 선수가 생물학적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알제리는 공식 서류 등에서 성별을 변경하는 것을 법으로 허용하는 국가가 아니라는 점에서다. 또 린위팅에 대해서는 출생증명서에 ‘여성’으로 기입돼 있다는 대만 매체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칼리프와 린위팅이 각각 16강전, 8강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상대 선수가 46초 만에 기권하거나 ‘X’자 표시를 한 뒤로 정치권까지 나서 이들의 출전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이에 칼리프는 AP통신의 스포츠영상 파트너인 SNTV와의 인터뷰에서 “괴롭힘을 자제해 달라”며 “저는 메달을 따고 경쟁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또 알제리 방송에는 IBA가 자신을 부당하게 대우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 문제는 모든 여성의 존엄과 명예와 관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IBA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규정에 따라 실격 처분을 내렸다고 해명했지만 자신들이 ‘부적격’으로 판단한 근거인 테스트 방법 등에 관한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토마스 바흐 IOC 회장 비판에만 시간을 할애해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을 주관한 IBA는 심판의 편파 판정, 러시아 기업 가즈프롬에만 의존하는 불투명한 재정 상황, 승부조작 등으로 사실상 퇴출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올림픽은 IOC가 설립한 임시 기구인 파리 복싱 유닛(PBU)이 맡고 있다.
이 같은 사태에 대만올림픽위원회(CTOC)는 IBA의 “잘못된 정보 유포”에 항의하며 위원회가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 대응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올림픽에서 3번의 완승을 거둔 칼리프와 린위팅은 각각 오는 9일 중국의 양리우(32)와, 오는 10일 폴란드의 율리아 셰레메타(20)와 금메달을 놓고 겨룬다.
이재은 (jaeeu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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