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도 더위 먹었다, ML에서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류현진 최초 불명예, 휴식 타이밍 왔나
[OSEN=이상학 기자]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렇게 2경기 연속으로 맞은 적은 없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괴물 투수 류현진(37)이 메이저리그 포함 커리어 최초로 2경기 연속 12피안타를 내줬다.
류현진은 지난 7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로 나섰으나 5이닝 12피안타(1피홈런) 2볼넷 3탈삼진 7실점으로 무너졌다. 타선이 4회초까지 6득점을 지원하며 6-0으로 넉넉하게 앞섰지만 4~5회 순식간에 7실점하며 6점 리드를 날렸다. 5회말에만 6연속 포함 7개의 안타를 맞고 6실점한 게 아쉬웠다.
2~3회 연속 병살타를 유도하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간 류현진은 4회말 첫 실점했다. 구자욱에게 좌측 2루타, 강민호에게 볼넷을 내주며 이어진 무사 1,2루. 김영웅을 좌익수 뜬공, 이성규를 헛스윙 삼진 처리했지만 박병호에게 우중간 적시타를 맞아 첫 실점했다. 몸쪽 커브에 먹힌 타구가 2루수 키를 살짝 넘어가 우익수 앞에 떨어졌다. 류현진에겐 운이 따르지 않은 적시타.
다음 타자 이재현을 유격수 땅볼 잡고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지만 5회말 6실점 빅이닝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1사 후 김현준에게 우측 2루타를 맞은 뒤 김헌곤에게 초구 직구로 1루 쪽 파울을 이끌어냈다. 파울 플라이가 돼야 할 타구였지만 포수 최재훈과 1루수 채은성의 콜플레이가 되지 않으면서 파울이 됐다. 기록되지 않은 실책.
이어 김헌곤의 느린 3루 땅볼 타구가 내야 안타가 되면서 1사 1,3루로 상황이 급변했다. 구자욱에게 우중간 적시타를 맞아 추가 실점하자 양상문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흐름을 끊어갔다. 하지만 다음 타자 강민호에게 우익수 오른쪽 떨어지는 2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바깥쪽 낮게 잘 들어간 직구를 강민호가 잘 밀어쳤다.
6-4로 쫓겼지만 한화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한 번 더 마운드에 올라가면 투수 교체해야 할 상황. 선발승이 걸린 이닝으로 류현진 스스로 극복하길 바랐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계속된 1사 2루에서 김영웅에게 동점 투런 홈런을 맞았다. 투스트라이크 유리한 카운트에서 공 하나를 빼기 위해 3구째 직구를 몸쪽 높게 존 밖으로 던졌는데 김영웅이 제대로 받아쳐 담장 밖으로 넘겼다.
6-6 동점이 되면서 교체 타이밍으로 보였다. 그래도 투구수가 86개로 조금 여유가 있었고, 류현진이 계속 마운드를 지켰지만 추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이성규에게 좌측 펜스 직격 2루타를 맞더니 이재현에게 유격수 옆을 지나 좌익수 앞으로 빠지는 안타를 허용했다. 2루 주자가 홈에 들어면서 7-6 삼성 역전. 이날 경기 결승타가 되면서 류현진은 패전 요건을 안고 말았다.
류현진은 안주형을 헛스윙 삼진 잡고 5이닝 투구수 100개로 마무리했지만 스코어가 뒤집히고, 경기 흐름이 넘어간 뒤였다. 한화 불펜이 7~8회 3점을 추가로 내주면서 6-10으로 졌고, 류현진은 시즌 7패(6승)째를 당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3점대(3.91)에서 다시 4점대(4.28)로 올랐다.
직전 경기였던 지난달 31일 수원 KT전에도 류현진은 5이닝 12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6실점으로 흔들렸다. 18득점을 폭발한 타선 지원에 힘입어 승리투수가 되긴 했지만 5회말에만 안타 4개, 볼넷 1개에 실책 하나를 묶어 32개의 공을 던지며 진땀을 뺐다. 7-6으로 쫓긴 5회말 2사 만루에서 김경문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랐고, 류현진은 강백호를 1루 땅볼로 잡으며 가까스로 선발승 요건을 갖췄다. 그래도 KT전은 이후 11득점을 추가한 타선 덕분에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이날 삼성전은 달랐다.
이로써 류현진은 커리어 최초로 2경기 연속 12피안타를 기록했다.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피안타는 2007년 7월27일 대전 SK전(5⅔이닝 10피안타 6실점), 8월2일 잠실 두산전(6⅓이닝 10피안타 6실점 5자책 패전)에 한 차례 있었지만 12피안타를 2경기 연속 맞은 것은 처음이다. 메이저리그 시절에도 없던 일이다. 메이저리그에선 총 12번의 두 자릿수 피안타 경기가 있었지만 2경기 연속은 없었다. 최다 피안타도 11개로 2013년 2경기, 2018년 1경기로 총 3경기 있었다.
한 번도 아니고 2경기 연속 12피안타를 맞은 건 가볍게 볼 수 없다. 극심한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체력 문제를 빼놓곤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날 삼성전에선 최고 시속 150km 직구(48개) 중심으로 체인지업(23개), 커터(17개), 커브(12개)를 구사했는데 직구로 맞은 안타가 6개였다. 제구나 로케이션이 나쁘지 않았지만 삼성 타자들의 배트에 계속 걸렸다. 김영웅에게 맞은 홈런도 투스트라이크에서 하이 패스트볼로 하나 뺐는데 제대로 맞았다.
아무래도 구위 저하, 공의 날카로움이 떨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 류현진은 올 시즌 21경기에서 120이닝을 던졌다. 팀 내에서 유일하게 엔트리에 빠지지 않고 선발진을 지켰다. 지난 5월31일 대구 삼성전에서 팔꿈치 불편함으로 경기 30분 전 등판 취소한 것을 빼곤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다. 남다른 책임감으로 휴식 한 번 요청하지 않고 던졌지만 37세 나이를 감안하면 지칠 때가 됐다.
김경문 감독은 류현진의 휴식과 관련해 지난 2일 “본인이 안 좋다고 하지 않는 이상…시즌이 40경기 정도 남아있다. 안 좋을 때 본인이 이야기하면 생각해보겠지만 아직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2경기 연속 12피안타를 내줬으니 류현진에게도 휴식 타이밍이 온 걸지도 모른다. 여전히 가을야구 희망이 남아있지만 한화에 더 중요한 시즌은 신구장과 함께할 내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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