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 세트 7000원"…맥도날드, 서둘러 신메뉴 내놓은 까닭
美 정치권, 월마트·맥도날드 겨냥
11월 대선을 앞두고 경제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미국 정치권이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소비재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는 생활비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효과적이란 판단에서다. ‘표적’이 된 월마트, 맥도날드, 크로거 등은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정치권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확대했다.
○월마트·크로거, 가격정책 비판 직면
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밥 케이시 상원의원은 미국 슈퍼마켓 체인인 크로거의 로드니 맥멀런 최고경영자(CEO)에 서한을 보내 전자 선반 라벨 도입을 지적했다. 소비자 가격을 쉽게 인상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전자 선반 라벨을 도입하면 수작업으로 일일이 가격표를 교체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을 변동하기도 더 수월해진다.
서한은 또한 크로거가 업계 2위 경쟁사인 앨버트슨을 246억달러에 인수하는 절차를 마무리하면 슈퍼마켓 체인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시장 지배력이 확대되면 가격 결정권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월마트 역시 지난 5월 셰로드 브라운 상원의원(오하이오주)으로부터 비슷한 서한을 받았다. 서한은 가격 변경을 용이하게 하는 전자 선반 채택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당시 월마트 대변인은 “매일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대응했다. 크로거 역시 성명을 통해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것은 우리 전략의 기본”이라며 “낮은 제품 가격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어 사업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대선후보들은 기업으로 불만 돌려
민심 잡기에 기업이 활용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슈링크플레이션을 언급하며 “스포츠음료가 작아졌고, 간식 봉지에 제품이 덜 들어가 있으며, 아이스크림 상자 크기가 줄어드는 등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원 공화당 지도부는 5월 말 이들이 운영하는 X 계정에 외식 체인 맥도날드, 칙필레, 타코벨 등의 인기 메뉴 가격이 얼마나 변동됐는지 인상 폭을 나열했다. 바이든의 경제 정책 비판과 함께 ‘바이든플레이션’이라는 태그도 걸었다.
양당 대선 후보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역시 유세에서 인플레이션 대응책을 언급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유세에서 “기업의 바가지요금(price gouging)에 맞서 싸우겠다”고 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며 “인플레이션의 악몽을 끝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CNBC는 “민주당은 경합주에서 유세할 때 기업에 대한 불만을 이용하려 하고 있고, 공화당은 물가 인상의 원인을 조 바이든 대통령에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의 책임 공방은 미국 유권자들의 표심에 경제 문제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6월 기준 식료품 가격은 5년 전(2019년) 대비 26.2% 상승했고 외식비는 같은 기간 27.2% 급등했다. 1년 전보다는 식료품 가격 상승이 1.1%에 그치는 등 진정되는 양상이지만 미국인들은 여전히 물가에 민감하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와 유고브가 미국 성인 1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은 이민, 기후변화, 건강 관리 등보다 인플레이션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CNBC는 “양당이 ‘인플레이션 퇴치’를 주요 선거 공약으로 삼았다는 것은 소득 수준이나 지역, 지지 정당에 관계없이 유권자들이 식량, 가스, 주거 비용을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이러한 비판은 기업들에 가격 인하 압박을 가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스쿨의 마케팅 교수 케이트 램버튼은 “생활비 상승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은 안전한 캠페인 문구”라며 “기업이 비판을 피하려면 가격을 인상한 이유를 더 잘 설명하거나, 공급업체와 재협상을 하거나, 광고를 통해 기업의 이야기를 더 잘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응책 마련하는 기업
미국 소매 기업들은 가격 인상에 대한 비판에 대응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SNS에서 가격 인상 논란이 일어난 뒤 지난 6월 ‘5달러 세트’를 도입해 미국 전역으로 확대했다.
인기 멕시칸 외식업체인 치폴레 멕시칸 그릴은 SNS에서 제품 크기가 확연히 줄었다는 비판이 일자 브라이언 니콜 CEO가 직접 진화에 나섰다. 니콜 CEO는 지난달 말 실적발표에서 “볼과 부리또를 정량대로 만들 수 있도록 직원 교육을 다시 하고 있다”며 “치폴레의 핵심 브랜드 자산인 넉넉한 양을 전 지점에 다시 강조하겠다”고 밝혔다.
웬디스(5달러), 타코벨(7달러) 등 다른 외식업체들도 자체적으로 저렴한 식사 세트를 도입해 ‘초저가 경쟁’에 나섰다. CNBC는 “이러한 조치는 소비자들을 다시 유인해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심산이기도 하지만, 정치인들이 또 다른 그리드플레이션 타깃을 찾을 경우를 대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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