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어떻게 인간 지능을 완성할까

한겨레 2024. 8. 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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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현의 커넥션
(24) 지능의 소프트웨어
인간 두뇌의 선천적인 잠재 능력은 후천적인 교육을 통해 비로소 인간 지능으로 완성된다. 픽사베이
“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렵다.”
-주희(1130~1200)-

지렁이에서 사람까지 모든 동물은 뇌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서 발현되는 지능은 천차만별이다. 그 수준은 두뇌를 구성하는 뉴런의 양과 연결의 풍부함에 달려 있다. 지능이 높은 동물일수록 더 많은 뉴런이 더 많은 연결을 만든다. 그런데 뉴런의 양이 많아지는 것은 유전자 진화의 영역이지만, 뉴런의 연결이 지능을 창발하는 것은 학습의 영역이다. 전자를 선천지능이라면 후자는 후천지능인 셈이다. 새끼를 돌보는 모든 포유류의 지능은 이런 특성을 가진다. 하지만 동물의 경우는 부모와 자식 사이로 교육 범위가 제한되지만, 사람의 교육 범위에는 세대의 한계가 없다. 거기에 인간은 후천지능 발달 기간이 가장 긴 동물이다. 문명에서 인간의 지능은 두뇌의 선천적 잠재력에 더해 인류의 집단지성을 통해 누적된 지식을 학습하며 완성된다. 그런데 인간의 두뇌도 생물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후천적 지능이 학습을 통해 발달되는 단계와 시기가 정해져 있다.

심층신경망 개발 과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적절한 크기와 구조의 심층신경망을 준비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 심층신경망을 열심히 훈련시키는 것이다. 이 훈련이 사람으로 치면 교육 과정이고, 인공 지능은 훈련 단계에서 창발이 된다. 물론 적정한 구조와 크기의 신경망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심층신경망 개발은 훈련 단계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나 정확하고 많은 데이터로 효율적인 방법으로 훈련시키는가에 따라 지능의 수준이 결정된다.

두뇌가 고등 지능을 발현하기 위해서는 뉴런이 체계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태어나자마자 말하고, 뛰어다니고, 미적분을 풀어내는 신생아는 없다.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뉴런으로 가득한 신생아의 시냅스망은 교육을 통해 재구성되는 과정을 거쳐야 고등 지능을 창발하게 된다. 사람이나 인공지능이나 교육이 필요하다. 퍼셉트론 개념은 컴퓨터 등장 이전에 나왔지만, 신경망을 제대로 훈련시키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서도 반세기가 걸렸다. 인공 지능의 심층신경망 퍼셉트론도 훈련이라는 학습을 통해 연결이 다듬어져야 한다. 그런데 컴퓨터를 공부시키는 방법이 뭔지는 막막했다. 이 역시 두뇌의 신경망 회로가 학습을 통해 동적으로 재구성되는 것을 모방하여 해결된다. 퍼셉트론을 다층으로 구성하고 학습을 통해 연결 강도를 조절하는 역전파라는 기능을 도입하게 된다. 이는 생명 기능에서 필수인 피드백(되먹임, feedback)을 프로그램으로 구현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학습 가능한 심층신경망이 완성된다.

인공지능도 학습을 많이 할수록 똑똑해진다. 디지털 빅데이터가 인공지능에 풍부한 학습의 기회를 줬다. 픽사베이

운동을 잘하려면 연습을, 공부를 잘하려면 문제를 많이 풀어야 한다. 학습에는 먼저 시도하고 정답 오답을 확인하는 피드백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뉴런의 연결을 계속 다듬게 된다. 심층신경망도 이런 피드백을 통해 퍼셉트론의 연결을 다듬어 나간다. 이를 강화학습이라고 한다. 인공지능도 학습을 많이 할수록 똑똑해진다. 그런데 학생에게 풀어야 할 연습 문제가 부족한 상황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위한 연습 문제는 부족했다. 정답과 오답이 명확한 디지털 데이터가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인터넷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디지털 데이터가 풍부해지기 시작하였다. 소위 빅데이터 시대가 인공 지능에 공부할 기회를 준 것이다. 또 하나 인공지능 발전의 결정적 요소는 아이러니하게 공부의 금기사항인 컴퓨터 게임이다. 게임 시장이 커지면서 디지털 데이터를 사실적인 그래픽으로 변환시켜주는 하드웨어가 급격하게 발전한다. 그런데 이 하드웨어를 이용하면 심층신경망 학습에 필요한 행렬 연산을 놀라운 속도로 수행할 수 있다. 사람에게 게임은 공부의 적이지만, 인공지능에 게임은 일등 조력자인 셈이다. 이렇게 하드웨어와 학습데이터가 갖추어지자 심층신경망 학습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포유류는 출산하고 나서도 젖을 먹이며 새끼를 돌봤다. 이런 양육 과정 동안 새끼의 두뇌는 환경의 자극을 통해 두뇌 신경망을 재구성하는 학습을 지속하게 된다. 픽사베이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 것의 의미

인공지능과 마찬가지로 생물학적 지능도 하드웨어에 해당하는 두뇌 진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두뇌가 급격히 진화한 것은 포유류의 등장부터다. 하지만 포유류가 지능을 진화시킨 것은 살벌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중생대는 지구가 생물에게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던 시대다. 풍족한 환경이 지속될 때는 새끼를 가능한 한 많이 낳고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유전자 진화에 유리했다. 강한 놈만 살아남아 유전자를 남겨야 힘과 크기가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알에서 태어난 새끼들은 생존경쟁과 종간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생식을 하는 냉혹한 자연선택이 반복되었다. 그 결과 거대한 공룡들이 지구 생태계의 지배종이 되었다. 하지만 크기와 힘의 경쟁에서 밀려난 종의 알들은 부화에 성공할 가능성이 작다. 알을 지킬 힘도 없고 위기 상황에서 알을 싸 들고 도망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멸종의 위기에서 알을 낳는 대신 배 속에서 더 오래 품는 돌연변이가 등장했다. 알을 지킬 힘이 없는 이들에겐 자궁에서 알을 품는 것이 성공적으로 새끼를 태어나게 하는 효율적 전략이었다. 그 결과 알을 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다가 임신과 출산을 하는 포유류가 된다.

임신은 두뇌가 진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알에서 부화하는 파충류는 바로 생존 경쟁에 노출되기 때문에 태어난 새끼는 크기만 작은 성체나 다름없다. 그리고 알의 크기가 부화 전까지 발생과정에 공급되는 영양물질의 한계다. 따라서 두뇌 진화가 일어날 잠재력이 거의 없다. 다른 육체적 기능의 발달이 두뇌 발달보다 우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신을 하는 경우는 태반을 통해 계속 영양물질을 공급받기 때문에 두뇌가 계속 발달할 수 있는 에너지가 확보된다. 이렇게 태어나기 전의 두뇌 발달로 창발되는 것이 선천 지능이다. 포유류는 출산하고 나서도 젖을 먹이며 새끼를 돌봤다. 이런 양육 과정 동안 새끼의 두뇌는 환경의 자극을 통해 두뇌 신경망을 재구성하는 학습을 지속하게 된다. 이렇게 태어난 이후의 두뇌 자극에 의해 창발되는 것이 후천 지능이다. 포유류 새끼는 태어나서 계속 성장하면서 어미에게 생존 훈련을 받는다. 훈련을 잘 받아들이는 개체는 성공적으로 성장해서 자신의 유전자를 다시 남길 수 있지만, 훈련을 못 따라가는 지능이 낮은 개체는 도태되었다. 이처럼 양육과 훈련이라는 후천적 학습과정이 선택압력이 되면서 지능이 포유류의 진화 방향이 되었다.

멸종을 막기 위해 일어난 두뇌의 진화는 공룡이라는 지배종이 활개치는 살벌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환경의 격변이 일어나자 어제의 승자는 오늘의 패자가 되고 어제의 패자는 오늘의 승자가 되었다. 공룡의 알은 부화에 실패할 확률이 커졌고, 부화 되어도 성체로 자라기 전에 굶어 죽었다. 하지만 새끼를 돌보던 포유류는 격변의 상황에서 종을 보존할 기회를 얻었다. 거대한 공룡들이 멸종한 환경의 격변에서 다양성으로 살아남은 대표적인 것이 포유류와 조류다. 이들은 크기가 작았다는 것, 체온 유지능력이 있었다는 것, 움직임이 빠르다는 것, 그리고 새끼를 정성껏 돌본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중추신경계의 신경세포(뉴런, 연한 갈색)와 네 가지 유형의 신경교세포. 신경교세포는 영양 공급을 비롯해 뉴런이 잘 활동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색깔별로 뇌실막세포(연분홍색), 별아교세포(녹색), 미세아교세포(적색), 희소돌기아교세포(연한 파란색)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두뇌를 진화시킨 양육기간의 학습

아무리 작은 동물도 감각을 통합해서 학습을 하고 판단을 해서 행동을 한다. 위험이나 먹이를 구할 확률을 직감적으로 계산하는 능력은 대뇌에 의해 수행된다. 특히 정교한 시각정보 처리 능력이 중요했다. 다른 동물을 보면 적인지 먹이인지 빨리 판단해야 했고, 이를 위한 기억 능력도 발달되었다. 이 때문에 시각 신경계는 후두엽까지 일차적인 연결에서 끝나지 않고, 대뇌의 피질까지 올라가며 연결된다. 그리고 포유류 두뇌의 잠재력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어미가 돌보는 양육 기간 동안 학습을 위한 자극이 필요하다. 백지로 태어난 두뇌에 적절한 자극이 주어지지 않으면 지능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는다. 모든 포유류의 두뇌는 유사한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일정 수준의 지능을 지니고 있다. 사람을 기준으로 지능을 측정하기 때문에, 다른 포유류의 지능은 과소평가 되는 경향이 있다. 돌고래의 두뇌는 인간의 두뇌보다 크고 피질도 발달되어 있다. 돌고래는 자의식을 가지고 다른 개체를 인식하며, 사회적 집단을 이루고 공동으로 육아와 사냥을 한다. 간단한 도구도 사용할 수 있으며, 인간과 감정적 교감도 가능하다. 특히 언어가 정교하게 발달되어 있어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다른 언어를 통역하는 돌고래도 있다. 이는 돌고래도 추상적 사고를 한다는 증거이다.

학습 능력의 진화는 포유류에게 진화 게임을 유리하게 풀어나가는 기회를 주었고, 인간의 진화 방향은 그 기회를 최대한 늘리는 쪽으로 진행되었다. 현재 지능 진화의 최고봉은 호모 사피엔스의 두뇌다. 사람의 두뇌는 1천억개의 뉴런이 만들어내는 회로들을 통해 작동한다. 수정란에서 분열이 시작되고 6주가 지나면 두뇌에 뉴런이 만들어지기 시작해 4개월이 지나면 1천억개까지 늘어난다. 이후 이 뉴런들이 무작위로 연결된다. 출생 이후에도 연결은 계속 증가해서 만 3살이 되면 뉴런 하나가 수천 개의 연결을 가지게 된다. 이 단계까지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신경 회로의 뭉치에 불과하며 지능이 아니라 잡음만 가득하다. 회로 연결이 풍부하게 형성되어 발달의 잠재력이 뛰어난 대신에 학습이 필요하다. 신생아의 두뇌는 태어났을 때도 시냅스의 확장이 일어나고 있는 상태이며 시냅스 회로를 다듬는 지능 발달은 해마가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 시기는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감각과 운동을 학습하는 시기로 파충류 영역인 감각 피질과 소뇌의 발달이 주로 강화 학습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시기에는 대상에 대한 지속성 개념이 없어 엄마의 얼굴이 보이지 않으면 울음을 터트린다. 그러다 점차 지능이 발달하면서 엄마의 지속성을 인지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이 지나면 감각과 운동의 학습은 점차 줄어들고 언어와 추상화 능력의 학습이 늘어난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해마-피질 기억시스템이 본격적으로 사용되면서 발달된다. 부모의 훈육을 통해 변연계의 발달이 일어나고 언어를 배우게 되면서 사물들의 개념을 학습하며, 학습되는 개념에 비례해 언어구사가 복잡해진다. 하지만 변연계가 주도하기 때문에 감정적이고 직관적인 사고를 하며, 대뇌 피질에서 일어나는 논리적 사고에는 익숙하지 못하다. 이 시기는 잘못된 행동에 대해 교정을 받는 지도 학습과 흉내를 통해 사회적 역할을 익히는 역할 학습이 위주가 된다. 자아에 대한 인식은 하지만 피질의 발달 부족으로 객관화는 되지 않아 타인의 감정과 생각이 자신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이 학습 기간이 지나면 대뇌 피질이 발달되면서 고등 지능이 학습되기 시작한다. 이는 초등학교 입학부터 15살 정도까지 일어나는데 주로 문자를 통한 간접 학습이 위주가 된다. 많은 지식을 획득해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연역적 사고 능력도 익히게 된다. 그 결과 문제를 분석하고 가설을 세우고 해결의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추상화 지능인 숫자를 다루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인간 두뇌의 뛰어난 지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것이 언어능력과 연산능력이다. 픽사베이

언어능력과 연산능력이 꽃을 피우다

이처럼 두뇌의 발달은 감각 기관을 통한 자극, 언어를 통한 자극, 문자를 통한 자극 등을 통해 순차적으로 발달되어 간다. 특히 언어는 고등 지능의 기반으로 학습과정에서 피질의 여러 부위가 동시에 발달된다. 청각 피질 뒤쪽에 소리를 말로 인지시키는 측두엽, 인지된 말의 의미를 파악하고 추론하는 우측 전두엽, 광범위한 연합을 통해 은유와 말의 전반적 의미를 파악하는 좌측 전두엽들이 연합하여 타인의 말을 해석한다. 대답을 위해서는 좌반구 전두엽에서 단어를 문장으로 배열하고, 문장이 완성되면 운동피질을 통해 소뇌를 통해 소리 내는 근육들을 움직인다. 이처럼 대화를 한다는 것은 소리를 의미 있는 언어로 이해하고, 대답을 생각한 뒤 대응하는 단어를 찾고 문장을 형성한 후 이를 소리로 전환시키는 복잡한 과정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소리를 사용하는 의사소통은 포유류의 기본 능력이지만, 사람의 언어에 복잡하고 정교할 뿐 아니라, 문자로 변환할 수 있다. 인간 두뇌의 뛰어난 지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것이 언어능력과 연산능력이다. 언어능력은 집단생활을 하는 포유류부터 본격 진화가 되었기 때문에 대뇌 피질에서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특정 영역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수를 추상화하고 연산하는 능력은 인간 두뇌의 고유기능이기 때문에 대뇌 피질의 특정 부위가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피질의 여기저기에서 수행하게 된다. 인간은 대상을 수량화 하는 본능이 있어 수를 세는 능력은 어릴 때부터 획득된다. 하지만 수의 영속성, 순서, 기수 등에 대한 추상 개념은 대뇌 피질의 고등 지능이 필요하다. 특히 수학적 개념을 연산에 적용하는 것은 오랜 학습을 거쳐야 한다. 이처럼 수를 다루는 지능은 가장 최근에 창발 되었기에, 수학이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수에 대한 추상적 개념과 연산 능력은 인류가 문명을 일으키고 과학 기술을 발전시킨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인간의 고등 지능은 두뇌라는 생물학적 최고의 하드웨어와 교육이라는 학습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이는 컴퓨터 하드웨어와 정교한 심층신경망 훈련으로 창발되는 인공지능과 동일하다. 퍼셉트론 연결 재구성과 유사하게 학습에 의한 지능 발달은 뉴런 회로의 연결 재구성을 통해 일어난다. 단기적인 기억과 경험을 저장하는 해마와 달리 대뇌의 다른 부위에서는 뉴런의 재생이 억제된다. 뉴런이 증식하거나 재생되면 기존에 학습된 시냅스 회로가 망가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뇌 피질의 회로들을 잘 유지하면서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 지능에 있어 중요하다. 사람의 두뇌에서 뉴런 회로의 유지와 재구성을 담당하는 것이 뉴런보다 열 배 많이 존재하는 신경교세포다. 인간의 신경교세포를 쥐의 뇌에 주입하면 지능과 기억력이 네 배나 늘어난다. 뉴런은 두뇌의 신경 회로를 구성하는 기본 재료이며, 신경교세포가 회로를 재구성해 지능을 구현하는 것이다. 사람은 두뇌의 지능이 완성되는 것에 유난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만큼 학습을 통해 기억을 저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복잡한 두뇌의 회로들을 다듬는 기회가 많이 필요한 것이다.

충분한 학습을 거쳐 두뇌의 시냅스 회로들이 완성되고 나면 호기심은 줄어든다. 나이가 들면 머리가 굳는다는 말은 이런 상황을 잘 표현해준다. Joseph Rosales/Unsplash

교육을 통해 이뤄지는 지식의 선순환

학습이 지속되어 청소년이 되면 신생아의 대뇌에 형성되었던 뉴런 연결의 절반이 끊어진다. 뉴런의 무작위 연결에서 필요한 것만 남기고 끊어나가는 과정에서 지능 창발이 일어나는 것이다. 학습이 잘된 신경 회로일수록 적은 수의 시냅스로 작동한다. 동일한 기능을 하는 신경 회로라도 시냅스가 적으면 동작하는데 더 적은 에너지가 든다는 의미이다. 근육은 훈련할수록 근섬유가 늘어나 힘이 세어지지만 그 반대로 두뇌의 회로는 훈련할수록 시냅스가 적어져 똑똑해진다.

어린이는 알고 싶은 것이 많다. 호기심은 학습의 동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분한 학습을 거쳐 두뇌의 시냅스 회로들이 완성되고 나면 호기심은 줄어든다. 어른이 되면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기존의 회로를 재구성하는 것에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머리가 굳는다는 표현은 이 상황의 일반적 표현이다. 공부는 두뇌가 말랑말랑할 때 해야 한다는 것은 생물학적 사실이다.

만약 신생아가 문명에서 격리되어 생활하면 지능이 제대로 발달되지 못한다. 인간의 뛰어난 지능은 진화를 통해 획득된 두뇌의 유전적 잠재력이 성장과 교육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다. 비록 이처럼 인간의 두뇌, 특히 대뇌 피질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정확한 이해는 어렵지만, 시냅스 회로들의 재구성 능력이 인간 지능의 근원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러한 사실은 인간의 지능은 두뇌의 선천적인 잠재적인 능력을 후천적인 교육을 통해 완성된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후천적으로 계속 지능이 발달되는 호모 사피엔스의 특성은 문명 생태계에서 지식들의 진화가 일어나게 하는 잠재력이 되었다. 교육은 사회적 측면에서 동물과 사람을 구분하는 요소다. 문명은 세대를 초월해 광범위한 지식을 축적한다. 그리고 두뇌는 교육을 통해 이를 습득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지식을 탐구해 지식에 추가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주철현 | 울산의대 미생물학·의학교육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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