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두산사태 겨냥?…"지배주주 이익만 우선하는 경영, 근절해야"

백지현 2024. 8. 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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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 개최
8~9월 중 상법 개정 토론회 예고
운용업계 "주주충실의무 도입 찬성"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최근 논란이 된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 사태를 의식한 듯 지배주주 이익만 우선시하는 "그릇된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날리기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6월 14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상법 개정 이슈'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복현 "정부와 시장 노력에 찬물 끼얹어"

이복현 금감원장은 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대회의실에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을 비롯해 23개 공모, 사모, 외국계 자산운용사 CEO가 참석했다. 이 원장이 자산운용사 CEO를 소집한 건 작년 11월 이후 9개월 만이다. 

이 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기업의 성장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자본시장 인프라, 상장제도 및 세제 등 전방위적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며 "금감원도 이러한 정부의 정책 추진방향에 발맞춰 기재부, 법무부, 금융위 등 소관 부처와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정책 제언, 구체적 실행방안 논의 등 적극적인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지배주주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기업경영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정부와 시장참여자들의 진정성 있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근절되어야 할 '그릇된 관행'"이라고 비판하며 "주주의 권익보호 보다는 경영권 행사의 정당성만이 강조돼 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이 특정사례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같은 발언은 최근 논란이 된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두산그룹은 분할합병과 주식교환을 거쳐 지금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붙이는 안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알짜회사인 두산밥캣과 적자기업인 두산로보틱스의 주식교환비율이 시가 기준에 따라 1대 0.63(밥캣 1주당 로보틱스 주식 0.63주로 교환)으로 정해지면서, 적정치 않다는 논란이 일었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청했지만 합병비율은 바뀌지 않았다. 

이 원장은 이러한 발언과 함께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를 포함하도록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그간 주주간 이해상충을 해소하기 위해 개별적·사후적으로 대응해왔다"며 "그러나 이제는 기업들의 철저한 인식 전환을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와 관련해 원칙 중심의 근원적 개선방안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르면 이번 달 안에 상법 개정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원장은 "8월과 9월 중에는 시장참여자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간담회, 열린 토론회 등을 개최해 더 늦기 전에 자본시장 선진화에 필요한 사회적 공감대를 본격적으로 형성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밸류업에 도움"

이날 간담회에 자리한 운용사 수장들도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대체로 공감을 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을 유발하는 한국 특유의 기업지배구조"라고 지적하며,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도입·집중투표제 의무화·운용사의 스튜어드십코드 확대를 밸류업 대책으로 제안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최혁재 프랭클린템플턴 본부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려면 주주간 구조적 불공정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장 계열사 간 합병을 추진하거나 주식을 맞교환할 때 가치평가 방법을 개선하는 안 등을 예로 들었다. 

참석한 CEO 중 한명은 상법 또는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해 이사들이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보호하도록 하는 일반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상법 개정과 함께 배임 관련 소송 등 각종 법률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만큼, 보완책도 같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서도 다뤄졌다. 일부 운용사는 투자 위축, 국내 증시 자금 이탈, 펀드런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폐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쪽에서는 만일 금투세를 시행할 경우 사회적 논의를 통한 공감대 형성, 제반 인프라 구축, 보완책 마련을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복현 원장은 운용사들을 향해 △적극적인 스튜어드십코드 이행 △내부통제 강화 및 준법의식 고취 △상장지수펀드(ETF) 과열 경쟁 자제 △해외 부동산 펀드의 체계적 리스크 관리 등을 당부하기도 했다. 

운용사들은 산업 발전을 위해  △공모펀드 활성화 제도 개선 △장기투자 확립을 위한 펀드매니저 평가체계 개선 △퇴직연금 제도 개선 △벤처·기업공개(IPO) 시장 간접투자 활성화를 위한 상장 의무보유기간 단축 등을 당국에 요청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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