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장사’ 비난하더니… 대출금리 상승 유도하는 금융당국

IT조선 김경아 기자 2024. 8. 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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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은행권의 '이자 장사' 비판을 일삼던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출 규모를 줄이라 압박하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축소를 위해 대출 금리를 높이고 있어 예금 금리와의 차이인 예대금리차가 더 벌어지는 상황이다.

예대금리차가 커지면 은행은 조달비용이 줄고 이자이익이 느는 반면, 고객은 예금이자가 줄고 대출이자가 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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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억제 압박 나선 당국…”금리 올려 은행 배만 불려”

한 때 은행권의 ‘이자 장사’ 비판을 일삼던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대출 규모를 줄이라 압박하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축소를 위해 대출 금리를 높이고 있어 예금 금리와의 차이인 예대금리차가 더 벌어지는 상황이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예금 금리는 낮아지는 상황이라 결국 이 과정에서 부담을 떠안는 건 애꿎은 금융 소비자들이다. 이에 반해 은행들은 벌어진 예대금리로 수익성이 커져 표정관리에 여념이 없다.

5대 시중은행 이미지 / IT조선

8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날 비대면 상품인 ‘KB스타 아파트담보대출(변동·혼합)’의 금리가 0.1%포인트 인상됐다. 이날부터는 ‘KB 주택담보대출(변동·혼합)’, ‘KB 일반 부동산담보대출’ 금리도 각각 0.3%포인트 상향 조정한다.

이는 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압박한데 따른 것이란 업계 진단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715조7383억원으로, 한 달 만에 7조1660억원 증가했다.

이에 KB국민은행은 지난달에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3%포인트, 0.2%포인트 등 두 차례 인상하고, 대환대출 및 다주택자 주담대까지 제한했다. 이달 2일에는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일괄적으로 0.3%포인트 인상하기도 했다.

신한은행도 7일부터 주담대와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한 달 사이 네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을 비롯해 카카오·케이뱅크 등 인뱅 역시 지난달부터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1~0.2%포인트 연달아 인상했다.

반면 예금 금리는 점차 낮아지는 중이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최근 시장금리가 지속 하락하는 상황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5일부터 거치식 예금과 일반 정기예금의 금리를 상품별로 연 0.15~0.2%포인트씩 인하했다.

신한은행도 앞서 정기예금(36~60개월 이상) 상품 금리를 최대 0.2%포인트씩 인하했다. 적금 금리 또한 0.10~0.20%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오는 16일부터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예금(36개월 이상)의 기본 금리를 0.2%포인트씩 인하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예대금리차도 자연스럽게 커지고 있다. 은행연합회 비교공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 예대금리차(잔액 기준)는 KB국민은행이 2.42%포인트로 가장 컸고 ▲NH농협은행(2.29%포인트) ▲신한은행 (2.2%포인트) ▲우리은행 (2.19%포인트) ▲하나은행 (1.96%포인트) 등이 뒤를 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증시 변동성이 심해지자 은행으로 자금이 몰리는 상황이다. 안전자산을 찾는 고객들은 예금금리가 하락함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은행에 예금을 유치하고 있다.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909조3403억원으로 한 달 만에 18조1879억원 늘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일관적이지 못한 금융정책이 은행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대금리차가 커지면 은행은 조달비용이 줄고 이자이익이 느는 반면, 고객은 예금이자가 줄고 대출이자가 늘기 때문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가계대출 인상을 통제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은행권에 가산금리 조정을 지시했지만, 이는 결국 은행 수익 극대화의 기회가 됐다”며 “정부가 가계대출을 조절하고 싶다면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시행을 미루지 않는 등 대출규제를 촘촘히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IT조선 김경아 기자 kimk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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