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서 이야기에 인간의 욕망·광기를 물들인 비참한 선율[이 남자의 클래식]

2024. 8.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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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
욕정 들끓는 비정상적인 사랑
美선 ‘음란한 오페라’로 낙인
30여년간 공연하지 못한 작품

청년의 불같은 사랑과 지고지순한 여인의 헌신과 희생은 오페라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소재이다. 하지만 기존의 오페라 방정식에서 벗어나 오로지 욕정만으로 들끓는 비정상적인 사랑과 끔찍한 참수로 비참한 희생을 치르게 되는 오페라가 있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는 ‘음란한 오페라’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져 30여 년간이나 공연이 금지되기도 했던 광기와 에로티시즘으로 점철된 오페라다. 성경에 등장하는 기원전 30년 헤롯왕과 그의 의붓딸 살로메, 그리고 세례 요한의 이야기를 다룬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의 오페라 ‘살로메’이다.

오페라 ‘살로메’의 이야기는 아일랜드의 문호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를 원작 작품으로 삼는다. 희곡의 내용은 헤롯 왕 앞에서 춤을 춰 준 대가로 세례 요한의 목을 요구했다는 신약성서의 이야기에 인간의 욕망과 집착을 더한 것으로 1893년 파리, 1894년 영국에서 출판됐다. 하지만 성경을 모독함과 동시에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당시 영국에선 상연이 금지된 문제작이었다.

결국 작품은 검열이 엄격하지 않은 파리에서 1896년 초연됐다. 독일에선 1902년 라흐만의 독일어 번역본으로 베를린 무대에 올랐다. 당시 38세의 슈트라우스는 베를린에서 이 연극을 봤고, 감명한 나머지 직접 음악과 대본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1903년에 작곡에 착수해 1905년에 완성했으며 1905년 12월 9일 드레스덴 궁정 오페라극장에서 에른스트 폰 슈프의 지휘로 초연됐다.

1시간 40여 분 길이의 오페라는 막의 전환이 없는 단막 오페라로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기원전 30년, 장소는 유대의 왕 헤롯의 궁전. 공주 살로메가 궁전의 연회에서 자리를 피해 정원을 거닐고 있다. 의붓아버지 헤롯이 자신에게 욕정을 품고 추근거렸기 때문이다. 이를 살로메를 짝사랑하는 위병대장 나라보트가 지켜보고 있다.

이때 불길한 예언을 한 대가로 붙잡혀 있는 세례 요한이 남편을 죽이고 이복동생인 헤롯과 결혼한 왕비 헤로디아를 큰 소리로 비난한다. 이를 듣고 호기심이 동한 살로메는 나라보트에게 요한을 자신 앞에 데려올 것을 명령한다. 요한이 그녀의 앞에 나타나자 살로메는 세례 요한의 외모와 목소리에 반해 “당신에게 키스하겠다”며 넘치는 욕정을 감추지 못한다. 살로메를 짝사랑하던 나라보트는 이 광경을 목격한 충격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하지만 이런 처참한 광경에도 살로메는 아랑곳하지 않고 요한에게 구애를 멈추지 않는다. 소란을 듣고 헤롯과 일행들이 밖으로 나오게 되고 유대인 군중들은 헤롯에게 세례 요한의 처형을 요구한다.

살로메가 말을 듣지 않자 헤롯은 “네가 당장 내 앞에서 춤을 춰 준다면 그 어떤 소원이라도, 내 왕국의 절반이라도 내어주겠다”고 제안한다.

이때 오페라의 하이라이트인 ‘일곱 개 베일의 춤’이 연주되는데 살로메는 이국적인 음악에 맞춰 일곱 개로 둘린 베일을 한 겹씩 벗어 던지며 관능적인 춤을 춘다. 춤이 끝나자 살로메가 왕에게 청한 소원은 바로 ‘요한의 머리’였다. 헤롯은 할 수 없이 요한을 참수해 그의 머리를 은쟁반에 담아 살로메에게 건넨다. 그러자 살로메는 참수당한 요한의 머리를 쥐어 들고 마치 살아있는 사람에게 하듯 열정적인 키스를 퍼붓는다. 이 끔찍한 광경을 목도한 군중들은 “살로메를 죽여라”고 외치고, 헤롯은 병사들을 시켜 방패로 살로메를 눌러 죽이며 막이 내린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오페라 ‘살로메’ 중 ‘일곱 개 베일의 춤’

살로메가 요한의 머리를 얻기 위해 헤롯왕 앞에서 몸에 두른 일곱 개의 베일을 차례로 벗으며 춤추는 장면에서 연주되는 관현악곡으로 살로메가 노래하지는 않는다. 작품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부분 중 하나인 ‘일곱 개 베일의 춤’은 왜 슈트라우스가 관현악의 대가인지 증명하는 작품으로 이 부분만 발췌해 단독으로 연주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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