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당한 상대를 '쾅'…야유받은 박태준, 알고 보면 비매너 아니었다 [올림픽 NOW]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세계 랭킹 5위 박태준은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에서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비이잔·26위)를 맞아 2라운드에 마고메도프의 부상으로 기권승을 거뒀다.
지난 대회 금메달리스트를 잡는 파란을 일으키며 다크호스로 떠오른 마고메도프를 맞아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따랐지만 1라운드 변수가 경기를 바꿨다.
1라운드 1분 여를 남겨두고 박태준에게 발차기를 시도하다가 왼쪽 정강이를 다쳤다. 마고메도프는 왼쪽 정강이를 부여잡고 쓰러졌고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카메라에 잡힌 부상 부위는 크게 부풀어올랐다.
의료진의 부축을 받고 간신히 일어난 마고메도프는 절뚝거리는 발로 다시 경기장에 섰다.
하지만 몸을 지탱하기 힘들 정도로 마고메도프의 다리 상태가 좋지 않았다. 통증을 참고 경기를 강행하는 투혼을 발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1라운드를 내준 마고메도프는 포기하지 않고 2라운드 남은 시간 동안 박태준을 향해 공세를 가했다.
그러다가 오히려 박태준의 돌려차기에 맞아 휘청였다. 중심을 잃은 채로 등을 보였다. 박태준는 마고메도프의 허리를 강하게 발로 밀어 냈다. 마고메도프는 맥 없이 라인 밖으로 풀썩 쓰러졌다. 큰 통증에 마우스피스가 빠질 정도로 힘겨워했다.
현장에선 박태준을 향한 야유가 쏟아졌다. 다리를 다친 데에다 등을 돌린 상대를 굳이 공격했어야 하는 뜻이었다.
하지만 마고메도프가 등을 돌리고 박태준이 공격을 했을 땐 심판이 경기를 멈추기 직전이었다. 경기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엄밀히 문제 없는 플레이였다.
또 박태준이 마고메도프를 라인 바깥으로 밀어 낸 것은, 점수를 벌기 위한 플레이다. 선수가 라인 바깥으로 나가면, 이른바 '라인 아웃' 되면 감점을 받는다.
게다가 마고메도프는 '라인 아웃' 되기 전까지 2라운드에서 감점 4점을 받은 상태였다. 라인 아웃으로 다섯 번째 감점이 올라간다면 기권승이기 전에 감점 5회로 경기가 끝날 수 있었다.
박태준은 심판이 경기를 끝내자마자 자세를 낮춰 쓰러져 있는 마고메도프를 살피고 위로했다. 마고메도프는 한 팔로 박태준의 몸을 감으며 위로를 받아 줬다.
시상식에서 둘은 더욱 애틋했다. 시상식을 위해 경기장으로 나올 때 마고메도프가 박태준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나왔다. 마고메도프는 박태준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린 채로 절뚝거리는 다리를 옮겼고, 박태준은 한 손을 마고메도프의 손에 올리며 천천히 걸었다. 시상대 위에선 박태준이 마고메도프의 허리를 감싸 부축했다. 각자 메달을 목에 걸고 나갈 때에도 박태준이 마고메도프를 부축했다.
박태준은 16강전에서 요한드리 그라나도(29위·베네수엘라)를 2-0(12-0, 12-0)으로 가뿐하게 제압했다. 왼발로 뒤차기 이후 반대편 발로 바로 돌려차기로 이어간 연계 공격으로 상대 머리를 제대기세는추는 큰 기술로 그랑 팔레를 찾은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8강에선 프랑스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시리랑 라베(11위·프랑스)를 2-1(8-5, 3-4, 5-4)로 꺾고 4강에 올랐다.
4강은 최대 분수령이었다. 2020 도쿄 올림픽 은메달 리스트이자 세계 랭킹 1위 모하메드 칼릴 젠투비(튀니지)가 박태준의 상대가 됐다. 하지만 오히려 8강보다 더 수월했다. 1라운드와 2라운드를 모두 따내며 4강을 통과했다. 두 번째 세트에서는 13점을 뽑아내는 공격 태권도로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다.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 '태권 천재'로 불린 박태준은 한성고등학교 재학 시절이었던 2022년 태극 마크를 달았고 그해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2022 세계태권도연맹(WT) 월드 그랑프리 챌린지 남자 58㎏급 결승에서 요드락 타나크릿(태국)을 라운드 스코어 2-1로 누르고 우승했다.
지난 2월 파리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은 박태준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는 것을 증명한 무대였다. 박태준이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선 한국 태권도 에이스로 꼽히는 장준(한국가스공사)를 넘어야 했다. 장준은 2019년 맨체스터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과 도쿄 올림픽 동메달,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아직 20세인 박태준과 비교할 수 없는 커리어를 쌓았다.
게다가 박태준은 장준 상대로 6전 6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파리행 가능성은 장준이 월등하게 많았다.
박태준은 장준을 이기기 위해 정을진 경희대 감독과 머리를 맞댔다. 오른발잡이로 평소 왼발을 앞에 두고 경기를 치르지만 선발전에선 오른발을 앞에 뒀다. 결과적으로 이 모험은 적중했다. 7번째 대결 만에 장준을 꺾고 올림픽 무대에 나서게 됐다.
오른발잡이인 박태준은 평소 왼발을 앞에 두고 경기를 치르지만 장준과 선발전에서는 오른발을 앞에 뒀다.
역대 태권도는 종주국답게 올림픽에서 통산 12개의 금메달과 3개의 은메달, 7개의 동메달을 수확했다. 다만 남자 태권도에서 금메달 소식이 끊긴 지 오래였다. 체격 조건이 좋은 외국 선수들을 중심으로 전력 평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한국이 설 자리가 줄었다.
박태준은 한국 최초의 이 체급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기록됐다. 또 한국 남자 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도 무려 16년 만이다. 2008 베이징 대회 손태진(68㎏급), 차동민(80㎏ 초과급) 이후 처음으로 박태준이 시상대 맨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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