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세 최고령 ‘K브레이킹 전설’ 드디어 출격…“필살기로 첫 금메달 딴다”

김지한 기자(hanspo@mk.co.kr) 2024. 8. 8.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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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정식종목 브레이킹
39세로 최고령 선수지만
10대 선수들과 경쟁에 자신
예선 2위로 파리 무대 안착
“필살기 프리즈 선보일 것”

◆ 2024 파리올림픽 ◆

한국 브레이킹 국가대표 김홍열(홍10)이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김홍열은 불혹을 앞두고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시상대에 서는 꿈을 꾸고 있다. [사진 제공 = 대한체육회]
길거리에서 1대1 브레이크댄스 대결을 펼치던 비보이(B-boy)들이 프랑스 혁명의 중심지 파리 콩코드광장에서 처음 올림픽 무대에 선다. 한국 비보이를 대표하는 ‘홍텐(HONG10)’ 김홍열(39·도봉구청)은 태극마크를 달고 나서는 올림픽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로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우겠다는 각오다.
한국 브레이킹 국가대표 김홍열(홍10)이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김홍열은 불혹을 앞두고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시상대에 서는 꿈을 꾸고 있다. 대한체육회
브레이킹이 첫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9일(한국시간)부터 사흘간 프랑스 파리 콩코드광장 특설 무대에서 선보인다. 1970년대 초 미국 뉴욕의 길거리에서 시작돼 힙합 문화에 뿌리를 둔 브레이킹은 이제 올림픽 정식종목이 돼 스포츠 영역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6월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김홍열은 4일 프랑스 파리에 도착해 한창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만난 김홍열은 “예전만 해도 크게 와닿지 않던 올림픽 무대에 브레이킹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고 했을 때부터 도전의 연속이었다. 올림픽에 나서는 순간까지 올라온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이라면서 “있는 것 없는 것을 다 쥐어짜서 어떻게든 올림픽 시상대에 서겠다”고 힘줘 말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춤을 시작한 비보이는 이제 불혹을 앞두고 브레이킹 국가대표로 당당히 다른 나라 선수들과 대결을 앞두고 있다. 파리올림픽 브레이킹은 하루에 모든 경기를 소화한다. 무작위로 나오는 음악에 몸을 맡겨 한 라운드당 1분 동안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심판진 9명이 기술성·다양성·독창성·수행력·음악성을 고려해 던진 표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한 경기는 3라운드로 구성됐고, 이 중 2개 라운드 이상 이겨야 승리한다.

한국 브레이킹 국가대표 김홍열(홍10)은 불혹을 앞두고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시상대에 서는 꿈을 꾸고 있다. [사진 제공 = 대한체육회]
1984년 12월생 김홍열은 올림픽에 나서는 ‘비보이’ 16명 중에 가장 나이가 많다. 이 종목 최연소 출전 선수인 2007년 10월생 제프 던(호주)과 23세 차이가 난다. 그래도 김홍열은 10~20대 틈 속에서 여전히 브레이킹 현역 최고로 통한다. 특히 브레이킹 세계 최고 권위 대회인 레드불 비씨원 파이널을 지난해 우승했다. 2006년과 2013년에 이어 10년 만에 거둔 우승이었다.

지난해 10월에는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획득해 대중에게도 좀더 이름을 알렸다. 두 차례 세계예선을 통해 전체 2위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전설적인 비보이 홍텐이 올림픽에서 화려한 피날레를 꿈꾼다”고 전했다.

한국 브레이킹 국가대표 김홍열(홍10)이 지난 9일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 열린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앞에서 선수단복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지한 기자]
김홍열은 “마지막에 ‘예선 통과자 홍텐’이라고 불리는데 살짝 눈물 났다. 여기까지 올라오려고 지난 몇년간 고생했던 게 떠올려져 난 눈물”이라고 말했다. 한때 올림픽 도전을 망설였던 그는 “2022년 말에 팔에 마비가 왔던 상황이 있었다. ‘이제 춤을 못 추나’라는 생각도 들었을 정도였다. 그러다 다시 회복하고나서 ‘그래, 이렇게 춤을 출 수 있는 몸이 됐다면 올림픽에 한번 도전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생각을 바꿨다. 이후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올림픽 예선에 두 번 나서는 등 과정은 힘들었지만 오히려 브레이킹 선수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 브레이킹 국가대표 김홍열(홍10)이 자신의 시그니처인 ‘홍텐 프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김홍열은 불혹을 앞두고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시상대에 서는 꿈을 꾸고 있다. [사진 제공 = 대한체육회]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 연이어 출전해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생활하는 것은 이제 제법 익숙해졌다. 김홍열은 “출전 선수 중 나이가 제일 많아 몸을 쓰는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내 경력, 연륜을 퍼포먼스에 어떻게 녹일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잘 준비했다”고 말했다. 순간적으로 동작을 멈추는 프리즈(freeze) 기술을 ‘홍텐 프리즈’라는 자신만의 시그니처로 보유하고 있는 김홍열은 파리올림픽에서 자신만의 필살기를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김홍열은 “올림픽에서 선보일 필살기가 어떤건지는 밝힐 수 없다. 내 퍼포먼스를 잘 지켜봐달라”고 강조했다.

파리올림픽 브레이킹은 4명씩 4개조로 나뉘어 예선을 펼쳐 각 조 상위 2명이 8강 토너먼트로 메달색을 가린다. 예선에서 C조에 편성된 김홍열은 레이라우 데미러(네덜란드), 제프리 루이스(미국), 가에탕 알린(프랑스)과 경쟁한다. 데미러는 올림픽 세계예선 1위에 오른 강자고, 홈 이점이 있는 알린은 다크호스로 꼽힌다. 하루에 모든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만큼 체력도 관건이다.

첫 올림픽 출전을 앞둔 김홍열은 “파리올림픽이 정말 기대되고 설렌다. 순간을 즐기고 싶다. 내 경력 최고의 순간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파리올림픽 브레이킹 남자부 예선은 10일 오후 11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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