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버' 전도연은 전도연이다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24. 8. 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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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볼버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부담감은 애진작에 떨쳐냈다. 이제는 개인보다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싶은 마음뿐이다. 어떻게 하든 전도연은 전도연일 거란 믿음은 매 작품마다 최선을 다했기에 가능한 자신감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고, 잘 살고 있고, 잘 살아갈 배우 전도연이다.

7일 개봉되는 영화 ‘리볼버’(감독 오승욱)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전도연)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전도연은 극 중 수영을 연기했다.

이번 작품은 전도연이 약 4년을 기다린 작품이다. 전작인 영화 ‘무뢰한’을 함께 한 오승욱 감독이 오랫동안 쓰고 있는 시나리오가 잘 풀리지 않는다는 걸 안 전도연이 함께 영화를 해보자고 제안했던 것이 약 4년 만에 시나리오로 돌아온 것이다.

그렇게 ‘리볼버’ 시나리오를 오랜 기다림 끝에 받게 됐지만, 전도연은 사실 출연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 사이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과 드라마 ‘일타스캔들’로 ‘전도연의 새로운 발견’이라는 칭찬을 받으며 자신의 오랜 족쇄나 다름없었던 어려운 이미지를 간신히 벗었는데, ‘리볼버’를 하면 다시 돌아갈 것 같아 두려웠단다. 그럼에도 ‘무뢰한’으로 자신의 새로운 얼굴을 꺼내줬던 오승욱 감독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던 전도연은 큰 결심을 하고 ‘리볼버’의 하수영이 되기로 결심했다.

‘무뢰한’을 떠올리는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전도연은 되려 하수영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감정이 많이 담긴 연기를 해왔던 기존 방식에서 감정을 다 덜어내 하수영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도연은 경찰시절과 출소 이후의 하수영의 결이 다르도 언급하며 “과거의 하수영은 화려한 삶을 지향했다. 잘못된 사랑이긴 하지만 임석용과 어떻게 살고 싶다는 목표가 명확했다. 출소 이후의 하수영은 바닥부터 시작해서 약속한 걸 받으려는 인물이다. 과거의 하수영은 다양한 색을 가졌다면, 현재의 하수영은 무채색에 가까운 인물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정과 감정을 거둬내는 연기는 때때로 전도연을 불안하게 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약속을 지키라는 말만 반복하는 하수영이 스스로가 보기에도 지루하게 느껴졌단다. 전도연은 “제 연기를 모니터링을 하는데 지루해서 걱정과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다.

고민과 걱정은 동료 배우들로 인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다. 하수영이 마주하는 캐릭터들의 에너지가 하수영에게 묻어나는 게 새롭게 느껴졌단다. 전도연은 이에 대해 “그들의 에너지를 받으면서 동요되고 흔들렸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특히 하수영과 가장 많이 부딪히는 술집 마담 정윤선은 전도연에게 중요한 캐릭터 중 하나였다. 임석용(이정재)이라는 남자와 교집합으로 얽혀 있는 두 사람의 관계를 관객에게 이해시켜야 지면 ‘리볼버’라는 영화가 완성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왜 하수영과 정윤선이 서로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이해가 곧 영화의 성립이라고 생각했단다.

전도연은 “정윤선의 ‘저는 딱 요만큼만 언니 편’이라고 하는데 그전에 정윤선의 울 것 같은 표정을 봤다. 그 표정에서 하수영에 대한 정윤선의 마음이 느껴져서 너무 좋았다. 임지연 씨가 만들어낸 정윤선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시작부터 그 과정 모두 쉽지 않았지만, 전도연은 늘 그래왔듯 ‘리볼버’를 잘 만들어냈다. 역시 전도연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감정을 덜어낸 전도연의 연기가 색다른 감상을 자아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본인을 향한 우리의 기대가 전도연에게는 부담이지 않을까. 그 기대감을 매번 충족시키는 일이란 참 어려운데 번번이 해내는 전도연은 그 부담감을 어떻게 이겨낼지 궁금했다.

하지만 전도연은 의외의 답을 꺼냈다. 그 부담감을 내려놓은 지 오래라고. 영화 ‘밀양’으로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뒤 그 영광을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꺾였을 때부터 전도연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부담감을 내려놓았다. 작품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 배우의 일일지 언데, ‘칸의 여왕’이라는 영광의 수식어가 되려 ‘출연 제안을 하기 어려운 배우’라는 이미지로 뻗어나가자 더 이상 자신에게 상의 의미가 없어졌다는 전도연이다.

그 이후부터 전도연은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보다는 그저 작품 안에서 캐릭터로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고 했다. 전도연은 “물론 저도 잘 해내고 싶다는 부담감이 있었던 시절도 있다.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줄 때마다 저는 반대로 생각했다. 내가 연기를 못해도 사람들이 콘셉트라고 생각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를 진정 시켰다”면서 “전도연의 개인적인 연기 평가보다는 작품적으로 평가받았으면 한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저 잘 살았고, 잘 살고 있고, 잘 살 것 같아요. 이게 자화자찬인가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번 시사회에 많은 관객 분들과 배우 분들이 와주신 걸 보고 ‘내가 인생을 열심히 잘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앞으로도 그렇게 열심히 잘 살고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리볼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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