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영업비밀…"혹시 내 전기차 배터리도 중국산?" 알 수가 없다

강주헌 기자, 임찬영 기자 2024. 8. 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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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전기차 포비아(下)
[편집자주] 전기차 화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전기차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누구보다 빠르게 전동화 전환에 투자했던 한국 기업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들 이 이번 전기차 화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어떤 대응책을 만들고 있는지 짚어본다.
"내 차 배터리도 중국산?" 공개하라는 소비자들…업계는 '난감'
③-영업비밀 공개 어려워 배터리 정보 '깜깜이'…소비자 선택권 부각
5일 오후 인천 서구 청라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로 피해를 입은 차량이 견인되고 있다.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로 추정되는 차량이 폭발하며 발생한 화재가 8시간여 만에 완진됐다. 이 화재로 지하주차장 내 차량 72대가 불에 탔고, 70여대가 그을림 등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됐다. /사진=뉴시스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라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완성차업체는 고객사인 배터리업체 정보를 공개하기 어려워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차량 정보에 대한 투명성이 담보돼야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재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입할 때 배터리 정보를 완성차업체로부터 공식적으로 확인하긴 어렵다. 차량 소유주가 서비스센터를 직접 방문해 확인하는 방법이 유일한 실정이다. 이번 사고 역시 벤츠코리아는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지 않았는데, 국토교통부의 조사 등을 통해 제조사가 파라시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정보가 가려진 것은 완성차업체들이 자동차에 탑재된 부품 관련 내용을 공개하길 꺼려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완성차 업체들은 자사 차량에 탑재한 배터리의 종류는 밝히지만 제조사를 공개하지 않았다.

자동차 회사는 어떤 회사의 배터리를 자사 차량에 탑재했는지,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등은 영업비밀로 취급한다. 이 내용이 알려지면 향후 다른 업체와의 협상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배터리뿐만 아니라 차량에 들어가는 부품의 경우에도 어떤 회사의 부품을 사용하는지 공개하는 경우가 드물다.

고객사와의 신뢰 문제도 있다. 부품사는 완성차 한 회사와만 거래하지 않는다. 같은 부품이라도 다른 가격에 납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한쪽에서만 세부 내용을 밝히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차량 가격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부품이다.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배터리 수급을 위해 고객사 확보가 중요한 만큼 관련 정보 공개는 더 민감하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만 최근 전기차 관련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고 화두로 떠오르면서 배터리만큼은 정보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NCM 기준 중국산 배터리는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제품에 비해 20~30% 이상 싸다. 싼 만큼 안전성에는 의문이 붙는다. 지난 1분기 중국 내에서 전기차 화재는 640건으로 집계된다. 통계가 부실한 중국 특성상 실제 화재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게 유력하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소비자 선택권을 명시하고 있다. 기업은 소비자가 정보에 기초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검증할 수 있고 명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배터리 관련 정보 공개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국토부는 내년 2월에는 배터리 인증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제작사들이 전기차 배터리가 안전 기준에 적합한지를 국토부 장관의 인증을 받고 제작·판매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가 배터리 결함으로 판명나기 전까지 고객사와 잘잘못을 따지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면서도 "완성차업체 입장에서도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를 해소해야 매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전기차 화재 예방 중요성 ↑…'전고체 배터리'가 해답될까
④-업계,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개발 촉각
전기차 화재는 진화가 어려운 만큼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기업들은 배터리 열관리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아왔다. 여기에 안정적이고 효율이 좋아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은 전체 시스템 중 일부에 고장이나 오류가 발생할 경우 안전장치가 작동하는 '페일 세이프' 기능을 활용해 전기차 화재 위험을 줄이고 있다. 전력 공급 장치인 배터리가 각종 전장 부품과 연계돼 있는 만큼 그 연결고리를 끊어 열 폭주를 막는 방법이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도 배터리 화재를 막기 위한 시스템 중 하나다. BMS는 평소에 배터리 충전 상태를 제어하고 셀 밸런싱을 통해 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배터리에 이상이 감지될 경우 '릴레이(특정 조건에서 작동해 다른 회로를 개폐하는 장치)'를 통해 배터리 전원을 제어함으로써 고장의 확산이나 사고를 예방한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BMS를 총 3세대로 나눠 개발 중인데, 1~2세대가 실시간 모니터링, 모델링을 통해 배터리를 진단했다면 3세대 기술은 AI와 연동한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영된다. 이 경우 열 변화에 따른 단순 판단이 아닌 열폭주의 직접적인 원인을 파악해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이 밖에 현대차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에 누전이나 합선이 발생해 과부하가 걸릴 경우 전력을 차단하는 퓨즈도 장착해 화재에 대비하고 있으며 열 전이를 지연하는 소재를 활용해 폭주를 막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중앙대·한양대·소방연구원 등과 협약을 맺고 전기차 화재 대응 소방 기술을 개발 중이다.

업계에선 전기차 화재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가 아닌 고체를 전해질로 사용해 작동 온도 한계가 높아 화재 위험이 적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2배 이상 높기 때문에 충전 시간은 짧고 주행거리가 길어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배터리 제조사들이다. 삼성 SDI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5개 고객사를 대상으로 샘플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SDI연구팀이 임종우 서울대 화학부 교수팀, 김원배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팀과 함께 '열 폭주' 메커니즘을 밝혀내며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2026년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해 2030년에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선보일 계획이다.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서도 안정성·성능까지 끌어올린 제품이다. 후발주자인 SK온 역시 2030년까지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완성차 제조사들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 움직임도 활발하다. 현대차는 지난해 7월 서울대학교에 '배터리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한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함이다.

일본 토요타도 2027~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고체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독일 폭스바겐은 2022년 자회사 '파워코' 설립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유럽 전역에서 240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를 생산하는 셀 공장 6개를 지을 계획이다.

강주헌 기자 zoo@mt.co.kr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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