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최선 다하는게 예의"...박태준-마고메도프가 보여준 태권정신[파리올림픽]

이석무 2024. 8. 8.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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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긴 박태준(20·경희대)도, 패한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자)도 모두 승자였다.

세계랭킹 5위 박태준은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에서 세계랭킹 26위인 마고메도프에게 기권승을 거뒀다.

1라운드 1분 7초가 남은 상황에서 마고메도프가 발차기를 시도하다 박태준의 다리와 부딪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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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태권도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결승전에서 한국 박태준이 부상으로 쓰러진 아제르바이잔의 가심 마고메도프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태권도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박태준이 결승전에서 부상을 입은 마고메도프를 부축하며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이긴 박태준(20·경희대)도, 패한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자)도 모두 승자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태권도의 정신을 보벼웠다.

세계랭킹 5위 박태준은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에서 세계랭킹 26위인 마고메도프에게 기권승을 거뒀다.

이로써 박태준은 한국 남자태권도에 16년 만의 값진 금메달을 선물했다. 2021년에 열렸던 도쿄 대회에서 노골드 수모를 당했던 한국 태권도였기에 박태준의 금메달은 더 의미가 컸다.

하지만 박태준은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에도 마음껏 기뻐하지 못했다. 결승전 상대인 마고메도프가 다리에 부상을 입고 쓰러진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제 무대에 잘 알려지지 않은 마고메도프는 이번 올림픽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결승까지 진출했다. 특히 준결승에서는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랭킹 4위 비토 델라킬라(이탈리아)를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박태준과 마고메도프가 맞붙은 결승전도 치열했다. 1라운드부터 발차기를 주고받는 난타전이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부상이라는 돌발변수가 등장했다. 1라운드 1분 7초가 남은 상황에서 마고메도프가 발차기를 시도하다 박태준의 다리와 부딪힌 것.

마고메도프는 엄청난 통증을 호소하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잠시 치료를 받고 다시 경기를 재개했지만 이내 다시 얼굴을 찡그리며 쓰러졌다. 기권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평생의 기회인 올림픽에서, 그것도 결승전까지 올라왔는데 포기란 있을 수 없었다. 계속 박태준의 공격을 받아 실점을 내주면서도 경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결국 2라운드 중반에 더이상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박태준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계속 포인트를 쌓았다. 마고메도프는 결국 스스로 마우스피스를 뱉어낸 뒤 경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랑팔레를 채운 관중들은 마고메도프의 투지에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박태준은 경기가 끝나고 금메달이 확정된 상황에서도 마음껏 기뻐하지 못했다. 오히려 부상 당한 마고메도프의 상태를 살피면서 그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고메도프가 부축을 받고 경기장을 떠난 뒤에야 태극기를 들고 세리머니를 펼쳤다. 호쾌한 공중돌기 퍼포먼스까지 펼쳐 관중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경기가 끝난 뒤 시상식에서도 두 선수는 환하게 웃으며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심지어 다리가 불편한 마고메도프를 박태준이 부축하며 등장하기까지 했다. 은메달을 따낸 마고메도프도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박태준은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심판이 ‘갈려’를 선언하기 전까지는 공격하는 게 정해진 규칙이다”며 “심판이 ‘갈려’를 선언하지 않아서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어진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상대가 포기하기 전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배웠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임했다”고 답했다.

마고메도프 역시 “끝까지 공격한 박태준의 집중력이 당연하다”고 인정한 뒤 “이번에는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4년 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금메달을 따내겠다”고 말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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