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번 웃었다, ‘크로스’[편파적인 씨네리뷰]
■편파적인 한줄평 : 조나단, 그대가 그걸 해낼 줄이야.
딱 한 번 웃었다. 한국의 ‘브란젤리나’를 꿈꿨지만 막상 열어보면 성긴 소동극일 뿐이다. 게다가 이야기 소스를 여러군데서 가져온 듯 기시감도 짙다. OTT플랫폼 넷플릭스 새 영화 ‘크로스’(감독 이명훈)다.
‘크로스’는 아내에게 과거를 숨긴 채 베테랑 주부로 살아가는 전직 요원 ‘강무’(황정민)와 남편의 비밀을 오해한 강력범죄수사대 에이스 ‘미선’(염정아)이 거대한 사건에 함께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명훈 감독의 장편데뷔작으로 황정민, 염정아, 전혜진 등이 출연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클리셰 덩어리다. 아내가 형사로, 남편이 전업주부로 직업군만 다르게 했을 뿐, 그들이 지닌 캐릭터성은 2000년대 초반 코믹 형사극에서나 본 듯 진부하다. 특히 형사 에이스 ‘미선’의 초반 설정은 비호감이다. 쿨하고 터프한 형사가 아니라 교양 없고 과격하게 비친다. 불쾌감을 주는 언행도 종종 보인다. 그러다보니 남편인 ‘강무’를 오해하고 추적하는 과정도 웃음이 나기 보다는 캐릭터가 치졸해보인다. 주인공의 호감도를 쌓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무’의 반전 코미디도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다. 상황보다는 슬랩스틱에 가까운 요소로만 웃기려고 하니 조직의 요새로 들어가기 위한 작전은 잔꾀처럼 비치고 ‘강무’의 숨겨진 능력이 대단하게 보이지 않는다. 안타고니스트의 반전도 뻔해 흥미를 끌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두 사람이 빚어내는 액션 카타르시스도 터지지 못하고, 웃음 역시 묻어놓은 불발탄마냥 터지질 못한다. 그나마 쿠키 영상에 등장한 조나단이 ‘강무’에게 ‘목사님’ 드립을 칠 땐 픽 웃음이 터지긴 한다.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 스트리밍이라 상대적으로 보는 이가 관대해지는 건 이 작품이 만난 행운일 수도 있다.
황정민과 염정아의 조합은 다른 작품으로 다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안정적이다. 특히 황정민은 노출까지 감행하지만, 그 노력이 아깝게 됐다. 9일 공개.
■고구마지수 : 2개
■수면제지수 : 2.8개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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