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 SM그룹 후계자 우기원, 3억 회사로 4320억 불린 비결
2014년 건설시행사 ㈜라도 설립…지분승계 신호탄
우방건설산업 뒷배…시행사업, 동아건설산업 M&A
지주사격 삼라마이다스 지분 26% 갈아탄 지렛대
2010년 SM그룹은 ‘우방 아이유쉘’ 아파트 브랜드를 론칭해 지금까지 SM 주택사업의 공동 브랜드로 사용하고 있다.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던 ‘C&우방’(현 ㈜우방) 인수에서 비롯됐다. 2017년 경남기업을 편입한 뒤로는 ‘경남아너스빌’ 또한 SM의 대표 브랜드다.
즉, 건설과 해운업을 양대 주력으로 하는 SM그룹의 주택사업은 택지를 매입한 후 주로 이 두 브랜드를 앞세워 건설 계열사 등이 각각 시행과 시공을 맡아 아파트 사업을 벌이고 있다.
창업주 우오현(71) 회장의 대(代)물림의 묘수 역시 시행사업에 감춰져 있다. 1남4녀 중 외아들인 우기원(32) 현 SM하이플러스 대표의 나이 22살 때 만들어진 ‘㈜라도(RADO)’가 출발이었다.
2017년 6월 25살의 장남을 ㈜라도 대표에 앉혀 가업에 데뷔시킨 뒤 속전속결로 진행하고 있는 경영승계 작업 못지않게 대물림의 또 다른 한 축, 지분승계에 있어서도 일찌감치 공을 들여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는 인상적이다. 후계자의 3억짜리 개인회사는 어느덧 주식가치만 4320억원에 달하는 경영권 세습 기반으로 탈바꿈했다. ‘미다스의 손’ 우 창업주의 저비용, 고효율 승계기술에서 비롯됐다.
‘천안역 우방아이유쉘’로 출발한 지분승계
SM의 유력 후계자로서 우 대표의 존재감은 비단‘[거버넌스워치] SM ②편’에서 상세히 언급한 경영 입지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우 창업주 부자(父子)가 삼라마이다스의 각각 74.01%, 25.99% 양대 주주로 있다는 것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
삼라마이다스는 우 창업주가 SM 3개 지주사격 중 ㈜삼라와 더불어 초창기부터 경영권 유지의 중심축으로 삼아왔던 계열사다. 해운·건설 핵심 계열사 SM상선, 경남기업을 비롯해 동아건설산업, 국일제지 등이 현재 삼라마이다스 지배 아래 포진해 있다. 총자산은 2조3100억원(2023년 말 연결)이다.
이렇듯 우 회장이 자신의 오너십의 근간인 삼라마이다스에 장남을 2대주주로 올려놓는 데 디딤돌로 활용했던 계열사가 ㈜라도다. 자본금 3억원으로 만들어졌고, 확인 가능한 범위로 우 대표가 2017년 지분 100%를 소유했던 1인 회사다.
㈜라도는 설립과 함께 아파트 분양사업을 벌였다. 당시 사들인 땅이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정동의 옛 천안자동차 운전면허 학원 부지다. 현재 ‘천안역 우방아이유쉘’ 아파트가 있는 곳이다.
혼자가 아니었다. 시공을 맡은 ㈜우방건설산업과 함께 택지를 매입하고 공동시행사로 참여했다. 참고로 ㈜우방건설산업은 앞서 2011년 11월 SM이 인수한 신창건설이 전신(前身)으로 2017년 12월 SM상선을 흡수합병한 현 SM상선 건설부문이다.
㈜라도는 ‘천안역 우방아이유쉘’ 분양을 통해 2020년까지 388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2006년부터 5년간 두 해만 적자를 냈을 뿐 한 해 많게는 31억원 총 52억원의 영업흑자를 냈다. ㈜라도가 단기간에 사업기반을 잡은 데 ㈜우방건설산업이 한 몫 했음을 보여준다.
2021년 7월 우 회장이 일을 벌였다. 자신이 지분 100%를 소유한 삼라마이다스에 장남의 1인회사 ㈜라도를 합병시켰다. 우 회장의 지분은 74.01%로 축소된 반면 장남은 단번에 지금의 25.99% 보유하게 됨으로써 사실상 지분 승계가 이뤄졌다.
당시 합병비율 1대 0.2에 우 대표에게 주어진 합병신주가 삼라마이다스 발행주식의 35%나 됐다. ㈜라도가 총자산 703억원(2022년 별도)에 2016~2020년 적게는 27억원, 많게는 190억원 총 534억원의 순익을 내며 이익잉여금 481억원이 쌓여있을 때다.
바꿔 말하면, 당시 ㈜라도의 기업가치는 자체 사업으로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SM이 2016년 11월 계열 편입한 시공능력 65위(2015년)의 동아건설산업에 비밀이 감춰져 있다.
㈜라도 기업가치 ‘Up’ 뒤엔 우방건설산업 ‘후광’
우 창업주가 동아건설 인수 주체로 앞세운 계열사 역시 ㈜라도와 ㈜우방건설산업이었다. 당시 법정관리 중이던 동아건설에 각각 77억원, 115억원 도합 192억원을 출자해 40%, 60%의 지분을 소유했다.
㈜라도에게 자금은 문제될 게 없었다. 2016년 말 ㈜우방건설산업으로부터 빌린 자금이 196억원이나 됐다. ㈜라도가 ‘천안역 우방아이유쉘’ 시행을 맡거나 동아건설산업에 출자하는 데에도 ㈜우방건설산업이 든든한 자금줄 노릇을 했음을 보여준다.
동아건설산업은 2013~2015년 순익적자 880억~4270억원에 결손금이 6510억원에 달할 정도로 부실했다. 자산(1240억원) 보다 부채(2600억원)가 1370억원 많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져있었다.
SM 계열 편입 이후 180도 변신했다. 이듬해인 2017년 6월 우방건설㈜를 흡수합병한 뒤부터다. 우방건설㈜는 2005년 12월 SM의 뿌리인 ㈜삼라에서 토목건축 부문이 쪼개진 삼라건설을 전신으로 한 건설사다.
특히 우 회장이 46.29% 최대주주 있던 계열사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장남 개인회사 ㈜라도가 동아건설 40% 2대주주로 올라선지 8개월만에 자신이 1대주주로 있던 우방건설㈜를 동아건설과 합친 것이다.
동아건설은 2017년 1410억원에 머물던 매출(연결기준)이 2020년에는 4930억원을 찍었다. 영업이익은 2017년 53억원 흑자로 반전한 뒤 2018~2020년에는 적게는 235억원, 많게는 407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렇다 보니 ㈜라도의 기업가치가 뛸 것은 뻔했다. ㈜라도는 2018년 말 ㈜우방건설산업(당시 SM상선 건설부문)의 지분 매각으로 동아건설 1대주주(28.66%)로 올라선 뒤 2020년 말에 가서는 지분이 38.18%로 높아졌다. 장부가액이 683억원이나 됐다.
현재 우 대표 소유의 삼라마아디스 지분 25.99% 가치는 액수로 따져보더라도 4320억원(4월말 삼라마이다스 자체평가 주당 3510만원 기준·액면가 1만원)에 달한다. 우 창업주의 대물림 기술을 달리 저비용, 고효율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거버넌스워치] SM ④편으로 계속)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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