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마지막 발차기는 비매너? “끝날 때까지 최선 다하는 게 예의입니다”[올림픽x인터뷰]
프랑스 파리의 명소 그랑 팔레에서 8년 만에 금빛 발차기를 선보인 박태준(20·경희대)이 건넨 첫 마디는 “이거 꿈이 아니죠?”라는 질문이었다. 태권도에 입문하는 그 날부터 꿈꾸던 금메달이 자신의 목에 걸린 채 애국가가 울려 퍼진 것이 여전히 실감나지 않는 눈치였다.
박태준은 8일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에서 가심 마흐메도프(아제르바이잔)를 상대로 라운드 점수 2-0(9-0 13-1)으로 앞서다 기권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태권도가 금메달을 따낸 것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 처음이다. 박태준의 체급(58㎏급)은 한국이 올림픽에서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던 체급이라 기쁨은 두 배였다.
이날 박태준이 금메달을 결정지은 결승전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싱겁게 끝났다. 박태준이 2-0으로 앞선 1라운드 1분 7초경 서로 정강이끼리 부딪치면서 상대가 다쳤다. 박태준은 절뚝이는 마흐메도프를 상대로 1라운드를 8-0으로 승리했고, 2라운드에서도 13-1로 앞선 상황에서 상대가 경기를 포기해 금메달이 확정됐다.
마흐메도프가 다친 상황을 되짚은 박태준은 “전 오른발, 상대는 왼발로 차다가 중간에 부딪쳤다”면서 “원래 상대가 아픈 곳인지 아니면 강한 충격에 다친 것인지는 모른다. 꽤 고통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박태준의 승리에서 아쉬운 대목은 관중석에서 박수가 아닌 야유가 쏟아졌다는 사실이다. 박태준이 경기 종료 직전 마흐메도프의 호구를 가격한 것이 마치 다친 선수를 괴롭힌 것처럼 보인 탓이다. 마흐메도프가 허벅지를 붙잡은 채 경기를 포기해 오해를 키웠다.
박태준은 “원래 (태권도는) 심판이 ‘갈려’를 하기 전에는 최선을 다하는 게 규칙”이라면서 “상대가 경기를 포기할 때까지는 최선을 다하는 게 예의라 배우기도 했다. 그래서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호구를 찼는데 왜 허벅지를 붙잡은 것인지는 모른다. 야유가 나온 부분은 경기에 집중하고 있어 안 들렸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박태준과 마흐메도프 사이에는 어떤 오해도 없었다. 태극기가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갔던 시상식에선 박태준이 마흐메도프를 부축하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박태준은 “원래 대회에서 자주 보던 선수라 ‘미안하다’고 사과하니 ‘스포츠는 당연히 부딪칠 수 있다. 축하한다’고 화답해줬다”며 미소를 되찾았다.
박태준의 이날 금메달은 자신의 우상이자 롤 모델인 이대훈 대전시청 코치의 한을 풀었다는 의미가 있다. 박태준과 같은 체급이었던 이 코치는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은메달에 그쳤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동메달에 머물렀다.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태권도 선수로 불렸던 이 코치라 아쉬운 결과였다. 박태준은 이 코치를 닮고 싶은 마음에 그가 졸업한 한성고에 입학했다.
박태준은 “한성고에 부족했던 금메달을 채웠다. (이 코치가 따냈던) 은메달과 동메달이 있었는데, 짝을 맞춘 것 같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박태준은 결승전 시작을 앞두고 이번 대회 그랑 팔레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계단을 내려올 때 음악을 듣고 있는 장면이 목격됐다. 박태준은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라는 노래를 듣고 있었다. 내 인생의 한 페이지를 만들고 싶어서 들었는데, 정말 그렇게 됐다”면서 “오늘이 금메달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왔던 태권도 선수 생활에서 가장 보람있는 순간”이라고 전했다.
파리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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