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근 칼럼] 프로야구와 충청도 정치 문법

김재근 선임기자 2024. 8.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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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프로야구 자랑 좀 해주세요."

어쩌면 그렇게 충청권 정치가 프로야구와 닮았을까? 무시하고 홀대해도 개의치 않는다.

정치권은 2003년 세종시 건설에 들어가는 국비를 8조5000억원으로 못박은 바 있다.

충청인의 정치의식이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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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해도 늘 무덤덤한 보살 팬심
정치권이 충청 외면해도 무관심
내몫 못챙기면 후대에 죄짓는 꼴
김재근 선임기자. 

"충청도 프로야구 자랑 좀 해주세요."

"팬들이 응원을 잘 해요."

얼마 전 유튜브를 보다가 빵 터졌다. 한 유튜버의 질문에 대한 충청도 사람의 응답 때문이다. 유튜버는 아마도 한화이글스의 성적이나 감독, 특정 선수에 대한 비난을 기대했을 것이다. 한화가 최근 몇 차례 연승을 거뒀지만 여전히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까….

한화의 성적과 무관하게 팬들은 지극 정성이다. 승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연일 홈경기 매진을 이어가고 있다. 져도 좀처럼 비난을 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보살'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을까?

충청도와 너무 다른 게 호남과 부산의 프로야구 정서이다.

광주가 연고지인 기아 타이거스는 현재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팬들에게 욕도 많이 먹는다. 한 두 번 패배하면 온라인에 험악한 댓글이 넘쳐난다. 감독 물러가라는 차량시위까지 벌어졌다. 부산의 롯데 자이언츠 팬도 극성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요즘 성적이 나쁜 롯데는 특정 선수와 감독, 구단주까지 비난하는 댓글이 폭주한다. 예전에 팬들이 트럭시위를 하고, 흉기난동을 예고한 적도 있다.

어쩌면 그렇게 충청권 정치가 프로야구와 닮았을까? 무시하고 홀대해도 개의치 않는다. 영남의 국민의당과 호남의 더불어민주당이 충청권 현안 해결을 외면, 방해해도 무덤덤하다. 더구나 양당이 적대적 공생을 하며 국비를 몰아가는 데도 말이다.

요즘 신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보기 드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의 가덕도신공항 공사 입찰이 2번이나 무산됐고, 대구경북신공항도 민간사업자 신청 기한을 3개월 연장했다. 건설사들이 돈벌이가 되는 국책사업을 외면한 것은 희귀한 사례다. 광주의 군공항 이전 및 신공항 건설 역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소위 '달빛동맹'을 맺고 특별법까지 만들어가며 챙겼던 사업들이 현실성이 떨어져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사업에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가덕도신공항은 13조4913억, 대구경북신공항은 11조4000억, 광주의 군공항 이전은 5조7000억원이 소요된다.

정치권은 2003년 세종시 건설에 들어가는 국비를 8조5000억원으로 못박은 바 있다. 행정수도 건설비보다 공항 하나를 짓는데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니…. 이미 김해와 무안공항이 있는데 고속버스터미널도 아닌 국제공항이 이렇게 많이 필요한지, 지방의 인구는 주는데 수요는 제대로 예측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조선시대 주자주의와 관직을 둘러싼 당쟁이 나라를 병들게 했다면 오늘날은 영남당과 호남당의 전횡이 대한민국을 어지럽히고 있다. 22대 국회를 보면 300명의 의원 중 영남 출신이 103명, 호남 출신이 79명에 이른다. 영남 출신이 국민의힘, 호남 출신이 민주당을 장악한 채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식으로 영호남에 사업과 돈을 몰아주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 충청권 공약인 경부·호남선 도심 구간 지하화, 제2 대덕연구단지 조성, 지역은행 설립, 가로림만 국가해양정원, 청주국제공항 중부권 거점공항 육성 등은 어찌 됐는가?

충청인의 정치의식이 달라져야 한다. 야구는 보살이 돼도 좋지만 지역 현안에 대해서는 전투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야구는 패배하면 기분이 나쁠 뿐이지만 정치에 무관심하면 엄청난 불이익을 당한다. 지역이 정체, 후퇴하고 미래세대의 삶의 터전과 일자리까지 잃게 된다. 또한 충청권이 비판·견제하지 않으면 영호남당의 독주가 나라를 분열로 몰아넣고, 터무니없는 사업에 예산을 퍼부어 국고를 거덜낼 지도 모른다.

정치적 의사는 빙빙 돌려서 말하지 말고 분명하고 강력하게 표출하자. 충청권을 무시하거나 저버린 정치인과 정당은 가혹하게 심판하자. 특정지역 이기주의에 함몰된 양당독주를 개혁하지 않으면 지방도 나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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