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기권 받아낸' 박태준 "심판 선언 전까지는 발 나가야 한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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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태권도에 16년 만의 금메달을 선사한 박태준(20·경희대)은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에도 마음껏 웃지 못했다.
마고메도프는 박태준과 결승전에서 1라운드 1분 7초를 남겨두고 발차기를 시도했다가 서로 다리가 엉키면서 쓰러졌다.
거침없는 발차기로 관문을 넘고 넘어 박태준과 결승전에서 만난 마고메도프는 절대 경기를 포기할 수 없다는 듯 심판에게 경기를 계속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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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공격에 쓰러진 마고메도프…박태준 "경기 끝나고 서로 격려하고 부축"
(파리=연합뉴스) 이대호 이의진 기자 = 한국 남자태권도에 16년 만의 금메달을 선사한 박태준(20·경희대)은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에도 마음껏 웃지 못했다.
결승전에서 맞붙은 상대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가 고통스러워하며 매트에서 뒹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고메도프는 2라운드 종료 1분 2초를 남기고 기권했고, 박태준은 한동안 마고메도프의 상태를 살핀 뒤에야 태극기를 들고 그랑팔레 팔각 매트를 질주했다.
박태준은 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에서 마고메도프에게 기권승을 거뒀다.
세계랭킹 26위인 마고메도프는 남자 58㎏급에서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을 일으키며 결승까지 올라온 선수다.
특히 준결승에서는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랭킹 4위의 강호 비토 델라킬라(이탈리아)를 잡아냈다.
전력이 베일에 싸인 마고메도프는 델라킬라를 맞아 1라운드에서 연달아 헤드 킥을 적중시켜 9-4로 이겼고, 2라운드에도 기세를 이어 11-1로 승리하는 등 무서운 기세를 보여줬다.
그래서 결승을 앞두고는 상대 전력을 면밀하게 분석해 경기를 준비하는 박태준에게 '다크호스' 마고메도프가 더 까다로울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둘의 승패를 가른 건 부상이라는 돌발 변수였다.
마고메도프는 박태준과 결승전에서 1라운드 1분 7초를 남겨두고 발차기를 시도했다가 서로 다리가 엉키면서 쓰러졌다.
엄청난 고통을 호소한 마고메도프는 왼쪽 정강이 부분을 계속 매만졌고, 아제르바이잔 코치도 스프레이를 뿌려주는 수밖에 없었다.
거침없는 발차기로 관문을 넘고 넘어 박태준과 결승전에서 만난 마고메도프는 절대 경기를 포기할 수 없다는 듯 심판에게 경기를 계속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당장 기권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몸 상태로 보였고, 실제로 마고메도프는 박태준의 공세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감점받기도 했다.
그랑팔레를 채운 관중들은 마고메도프의 투지에 큰 박수를 보냈다.
오히려 2라운드에 들어서 마고메도프는 날카로운 헤드 킥을 시도하는 등 박태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고메도프는 통증이 심한지 움직임이 둔해졌다.
2라운드 종료 1분 2초를 남기고 마고메도프는 박태준의 몸통 발차기에 적중당한 뒤 고통스러워하며 몸을 돌렸다.
기회를 잡은 박태준은 거듭해서 마고메도프를 공격했고, 결국 마고메도프는 다시 매트에 쓰러지고 말았다.
마우스피스까지 빠질 정도로 힘겨워하던 마고메도프는 결국 더는 경기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의사를 밝혔다.
경기가 끝난 뒤 메달 세리머니에서 두 선수는 언제 치열하게 싸웠냐는 듯 환하게 웃으며 포옹해 스포츠 정신을 몸소 보여줬다.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도 마고메도프는 끝까지 공격한 박태준의 집중력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마고메도프는 "(부상에도) 제 기술에 집중하려고만 했다. 이번에는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금메달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태준은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심판이 '갈려'를 선언하고 나서 차면 반칙이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공격하는 게 정해진 규칙이다. 심판이 '갈려'를 선언하지 않아서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질문이 나오자 "상대가 포기하기 전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배웠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임했다"고 답했다.
시상식에서도 우정을 보여준 장면에 대해서는 "원래 국제 대회에서 자주 보던 선수다. 미안하다고 했는데, 그 선수도 격투기라면 당연히 부딪힐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 격려하고 부축해줬다"고 뒷이야기를 소개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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