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했다→싸우자는 것 아니다" 안세영 발언 수위 왜 달라졌나, "호소하는 마음" 고개 숙인 채 급하게 이동
[인천공항=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안세영 선수, 힘내세요!", "안세영 선수, 축하합니다!"
7일, '셔틀콕의 여왕' 안세영(22·삼성생명)의 귀국 현장. 오후 4시35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의 문이 열리자 플래시 세례가 터졌다. 팬들은 뜨거운 환호와 박수로 '여왕'을 맞이했다. 안세영은 환한 미소로 팬들께 인사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마냥 밝지 못했다. 최근 불거진 대한배드민턴협회와의 불화설 때문이었다. 인터뷰장에 들어선 안세영은 쏟아지는 축하 인사에도 제대로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는 "일단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저는 정말 싸우려는 의도가 아니다. 정말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마음을 호소하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이해해 달라는 마음으로 말씀 드린 것이다. 제가 여기서… 이제 막 도착을 했다. 아직 제가 협회와도 얘기한 것이 없다. 팀이랑도 아직 상의한 것이 없다. 더 자세한… 것은 제가 상의한 뒤에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고 입을 뗐다.
최고의 순간, 안세영은 작심한 듯 폭탄발언을 했다. 안세영은 지난 5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서 중국의 허빙자오(세계 9위)를 2대0(21-13, 21-16)으로 제압하고 '금빛 스매시'를 완성했다. 금메달을 확정한 뒤 활짝 웃던 안세영은 믹스트존에서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그는 "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대표팀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대표팀에 많이 실망했다"며 급기야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무릎을 다쳤다. 그는 '부상투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그의 몸상태는 완벽하지 않았던 모습이다.
안세영은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부상을 겪는 상황에서 대표팀에 대해 너무 크게 실망했다.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처음에 오진이 났던 순간부터 계속 참으면서 경기했는데 작년 말 다시 검진해보니 많이 안 좋더라. 꿋꿋이 참고, 트레이너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파장은 컸다. 팬들은 배드민턴협회를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도 사실 관계 파악을 예고했다. 상황은 쉽게 가라앉이 않았다. 그는 당초 6일 코리아하우스에서 예정됐던 메달리스트 공식 기자회견에 불참했다. 그 사이 김택규 배드민턴협회장 및 일행 3명은 비행기 티켓을 바꿔 귀국을 앞당겼다. 선수단보다 이른 7일 오전 입국했다. 김 회장은 입국 직후 이른 귀국에 대해 "보도 자료를 보면 이해할 부분이 많을 것이다. (이른 귀국) 보도자료를 오늘 중으로 배포하기 위해서였다. (선수단과 함께 오면) 도착시간이 오후 4시인데 그때 만들 수가 없다"고 해명했다.
안세영은 귀국길에 오르기 전에도 "한국 가서 다 얘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 내가 기자회견을 안 나간 것도…. 딱 기다리라고만 하니까 저도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 내게는 다 기다리라고 하고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하는데, 지금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말해 논란은 증폭됐다.
한국에 도착한 안세영은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파리에서와 비교해 말의 온도를 조절했다. 그는 협회와의 갈등 문제엔 "더 상의해 보고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막 도착을 해서 정말 아무 것도 못했다"고 했다. 기자회견 '패싱'에 대해서도 "이 부분에서도 논란이 많더라고요. 이 부분도 말을 자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아무것도…협회와도 팀과도 얘기해본 것이 아니다. 최대한 빨리 얘기해보고 말씀 드릴 수 있도록 할게요"라고 답했다. 안세영은 예상보다 큰 파장에 놀란 듯 '논란', '상의' 등의 단어로 현장을 마무리했다. 안세영은 이어진 추가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곧바로 준비된 소속팀 버스로 이동했다. 안세영, 취재진, 팬들의 추격전이 벌어졌다. 안세영은 그저 "조심하세요"라고만 말하며 버스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인천공항=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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