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뚝거리는 다리로 돌려차기…'이것이 태권도' 박태준 만큼 상대도 빛났다 [올림픽 NOW]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2024 파리 올림픽 '태권 데이' 첫 날부터 금메달이 나왔다.
세계 랭킹 5위 박태준은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에서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비이잔·26위)를 맞아 부상으로 기권승을 거뒀다.
박태준은 16강전에서 요한드리 그라나도(29위·베네수엘라)를 2-0(12-0, 12-0)으로 가뿐하게 제압한 뒤 8강에서 프랑스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시리랑 라베(11위·프랑스)를 2-1(8-5, 3-4, 5-4)로 꺾고 4강에 올랐다.
4강은 최대 분수령이었다. 세계 랭킹 1위 모하메드 칼릴 젠투비(튀니지)가 박태준의 상대가 됐다. 하지만 박태준은 1라운드와 2라운드를 모두 따내며 결승으로 향했다.
파죽지세로 결승까지 오른 박태준의 상대는 마고메도프. 세계 랭킹 26위로 메달 후보가 아니었지만 1라운드에서 지난 대회 금메달 리스트인 비토 델라킬라(4위·이탈리아)를 2-0으로 잡는 이변을 시작으로 결승까지 오르며 이 종목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기세에선 박태준에게 밀리지 않는 상대였다.
그런데 변수가 일어났다. 1라운드 1분 여를 남겨두고 마고메도프가 박태준에게 발차기를 시도하다가 왼쪽 정강이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마고메도프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일어나서 경기를 강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심해질뿐이었다.
의료진의 부축을 받고 간신히 일어났을 정도. 그러나 마고메도프는 다시 일어났다. 절뚝거린 채 1라운드가 끝났다.
공격해야 할 왼쪽 다리인데 지탱하기도 힘든 상태. 1라운드가 끝나고 마고메도프가 코치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권을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마고메도프는 절뚝거리는 다리로 다시 2라운드에 나섰다.
그러나 2라운드에서도 마고메도프는 다리가 정상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태준의 몸통과 머리를 향해 불편한 왼쪽 다리를 뻗었다. 지면에서 발을 떼 뒤돌려차기를 시도하기까지 했다.
그런 마고메도프를 향해 박태준도 전력을 다했다. 2-1로 앞서가는 상황에서 마고메도프의 턱에 공격을 적중시켜 단번에 5점을 벌었다.
순식간에 6점 차 열세에 놓인 마고메도프는 남은 1분 여 동안 사력을 다했다. 오히려 박태준의 점수가 올라갔지만 마고메도프는 계속해서 공격을 시도했다.
1-13까지 벌어진 상황. 왼쪽 다리가 완전하지 않은 마고메도프는 박태준의 돌려차기에 맞아 휘청였고 박태준은 이를 놓치지 않고 마고메도프의 등에 옆차기를 적중했다.
마고페도프는 풀썩 쓰러졌고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마우스피스가 빠질 정도였다.
이번엔 스스로 일어나지 못할 정도였다. 박태준은 걱정된 표정으로 마고메도프를 살폈다.
결국 마고메도프와 코치진이 백기를 들었다. 박태준은 마고메도프를 위로했고 마고메도프는 박대준의 목을 안으며 위로에 답했다. 지켜보는 아제르바이젠 팬들도 마고메도프의 투혼에 박수를 보냈다.
시상식에서 둘은 더욱 애틋했다. 시상식을 위해 경기장으로 나올 때 마고메도프가 박태준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나왔다. 마고메도프는 박태준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린 채로 절뚝거리는 다리를 옮겼고, 박태준은 한 손을 마고메도프의 손에 올리며 천천히 걸었다. 각자 메달을 목에 걸고 나갈 때에도 박태준이 마고메도프를 부축했다.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 '태권 천재'로 불린 박태준은 한성고등학교 재학 시절이었던 2022년 태극 마크를 달았고 그해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2022 세계태권도연맹(WT) 월드 그랑프리 챌린지 남자 58㎏급 결승에서 요드락 타나크릿(태국)을 라운드 스코어 2-1로 누르고 우승했다.
그리고 지난 2월 파리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한국 태권도 에이스로 꼽히는 장준(한국가스공사) 격파하고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 나서게 됐다.
박태준은 한국 최초의 이 체급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기록됐다. '태권도 스타' 이대훈 대전시청 코치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게 기존 최고 성적이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사상 최초 '노골드'에 그쳤던 한국은 박태준의 금메달로 떨어졌던 태권도 종주국의 자존심도 어느 정도 회복했다.
한국 남자 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도 무려 16년 만이다. 2008 베이징 대회 손태진(68㎏급), 차동민(80㎏ 초과급) 이후 처음으로 박태준이 시상대 맨 위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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