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머니가 죽었다"…사용도 환불도 막힌 상품권 '심폐소생' 될까
정부 "PG사와 협조해 환불 지원…사용 재개 협조 요청도"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제가 상품권을 받았으니 환불해 줄 수 없다고요? 이젠 쓸 수가 없는데…"
해피머니 피해자 모임 임시 대표를 맡고 있는 박현민 씨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지난 6월 1일 해피머니 상품권 75만원어치를 구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말 티몬·위메프(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전국의 해피머니 가맹점들은 상품권 사용을 중단했다.
박씨는 지난달 25일 "환불을 진행하겠다"는 해피머니 측의 공지에 상품권을 홈페이지에 등록해 해피 캐시(온라인 재화)로 전환했다. 그러나 해피머니는 지난달 31일 입장을 바꿔 "티메프가 기업회생에 돌입해 미지급 대금을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환불을 중단했다.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들이 결제 취소를 진행하고 있지만 상품권 구매자들에게는 '다른 나라 이야기'다. PG사들은 소비자가 물품을 못 받거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경우만 결제 취소를 진행하고 있는데, 상품권의 경우 '배송 완료'라는 이유로 환불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해피머니 발행사는 자본 잠식 상태고, 이 사태를 중재할 정부 부처 조차 없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환불 삼중고'에 빠진 것이다.
◇ "상품권, 배송 완료됐는데?"…PG사, 상품권 '환불 보류'
8일 금융권에 따르면 PG사들은 티메프가 판매한 상품권에 대해 환불을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물품의 판매 또는 용역의 제공이 되지 않은 경우' PG사는 결제취소 및 환불 의무가 있다. 현재 PG사는 티메프가 판매한 상품에 대해 '물품 미배송 여부'를 확인한 후 결제 취소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상품권이다. 종이형 상품권은 앞면 또는 뒷면에 동전으로 긁으면 확인할 수 있는 '핀(PIN)번호'가 담겨있다. 종이형 상품권을 온라인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비밀번호인 셈인데, 모바일에서 상품권을 구매하는 경우 이 핀번호가 문자 메시지로 즉시 전달된다.
PG업계는 티몬·위메프에서 상품권을 구매했는데 핀번호가 발송되지 않았다면 '물품 미배송'으로 환불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핀번호까지 발급된 경우 소비자가 물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PG업계 관계자는 "핀번호 전송과 함께 상품권은 배송이 완료된 것"이라며 "과거 유사한 민원이 접수됐을 때도 핀번호가 발행되면 환불 불가 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 해피머니 발행사는 '자본잠식'…보증보험도 無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한 대표적인 문화상품권인 '해피머니'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소비자는 PG사 환불이 불가능할 경우 상품권 발행사를 통해 환불을 받아야 하는데, 해피머니 발행사가 수년째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해피머니 발행사인 해피머니아이엔씨 감사보고서에서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은 2406억원, 부채총액은 2960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현금 보유량은 435억원에 불과해 자체적인 환불이 가능할 지도 미지수다.
다른 문화상품권 중 하나인 '컬쳐랜드'의 경우 머지포인트 사태 이후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한 반면, 해피머니는 별도의 지급보증 및 피해보상보험계약 없이 자사 신용만으로 상품권을 발행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류승선 해피머니아이엔씨 대표는 지난달 31일 "부족하나마 고객예치금으로 환불을 진행하고자 그 방법과 절차에 대해서 관련 기관과 전문가에게 조언을 요청했지만 현재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며 사실상 환불을 중단한 상태다. 공지 후 일주일이 지난 31일까지 추가 공지는 없는 상태다.
◇ 금융위? 금감원?…부처 울타리 벗어난 '상품권'
더 큰 문제는 '해피머니 사태'를 중재할 주무 부처도 없다는 것이다. 상품권 발행사의 자격요건 등을 규정한 상품권법은 1999년 폐지됐으며 현재까지 상품권을 규제하는 법은 전무하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의 약관법, 금융위원회 소관의 전자금융거래법에 일부 규율이 포함돼 있으나 실질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권한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해피머니 사태를 내부 검토한 결과,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1차적 책임이 발행사·판매사·소비자 중 어디에 있느냐를 두고 법적인 해석조차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상품권 피해 보상 문제를 누군가가 주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소비자원의 분쟁조정절차를 거쳐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전날 티메프 사태에 대한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하면서 "PG사·신용카드사·발행사와 협조해 상품권에 대한 환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품권이 정상 사용될 수 있도록 발행사·사용처의 협조를 요청하겠다"고도 덧붙였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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