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ATM’ 못 벗어난 코스피

김경민 기자 2024. 8. 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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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들이 주도한 국내 증시, ‘검은 월요일’ 1조4495억 이탈 못 막고 ‘휘청’
지배구조 개선·신뢰받는 국제 지수 편입 등 장기 투자 유치할 정공법만이 살길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한 지난 5일 ‘검은 월요일’ 증시는 다시 한번 한국 증시가 ‘글로벌 ATM(현금자동입출금기)’임을 드러냈다. 정부가 올 초부터 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했지만 위기 앞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국내 증시 매력도를 높이고, 신뢰도를 키워 국내외 장기 투자금을 유치하는 정공법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코스피지수는 7일 전날보다 46.26포인트(1.83%) 오른 2568.41에 장을 마치며 이틀 연속 상승했다. 지난 5일 이후 지수를 반등시킨 건 개인투자자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약 2960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약 3071억원, 외국인은 207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달 초만 해도 국내 증시는 외국인 투자자가 주도했다. 올 상반기 외국인의 상장주식 순매수 규모는 총 22조9000억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대비 외국인의 보유 비중은 연초 32.72%에서 지난달 10일 36.11%로 연중 최고를 기록했다. 코스피도 다음날 2890선을 넘기며 2900선을 목전에 두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5일 외국인이 하루 만에 1조4495억원어치를 순매도하자 코스피는 8.77% 폭락했다.

시장에선 외국인의 비중이 크게 높아지면서 이들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면 국내 증시가 흔들리는 ‘윔블던 효과’가 현실화됐다고 본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선진국 시장이 아닌 이머징 마켓의 특성상 위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문제는 당장 외인 이탈에 따른 리스크를 피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기관투자가가 시장을 방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수탁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실현되긴 어렵다.

전문가들은 결국 국내 증시의 매력도를 높이는 정공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국내 투자자를 유치함과 동시에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및 국내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으로 위험에도 변동성이 덜한 장기 투자금을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연기금이 선진국지수에 투자하는 비율 등이 정해져 우리나라에도 더 투자가 될 수 있다”며 “이런 위기가 생겼을 때 자금이 덜 빠져나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이정환 한양대 교수는 “장기 투자를 해야 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많이 들어오게 할 수밖에 없다”며 “주가를 많이 상승시키거나 지배구조를 개선해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에게 유리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감독당국이나 제도권에서도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에 투자해서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도록 증시를 개선해야 돈이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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