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중 벤츠 전기차 화재… “배터리 관리 시스템 문제일수도”

김지환 기자 2024. 8. 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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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팩 관리·진단하는 BMS
오류 나면 과전류 차단 못 해
벤츠, 화재車 BMS 정보 비공개

정부가 인천에서 대규모 피해를 야기한 벤츠 전기차 EQE의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과충전 등 배터리 관리 미흡이나 충격에 의한 배터리 손상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오작동이나 손상에 의한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벤츠 전기차 EQE에는 중국 배터리 기업 ‘파라시스 에너지’(Farasis Energy 孚能科技) 제품이 탑재됐다. 이 배터리는 고온 환경에서 장기간 빈번하게 급속 충전되면 화재 위험이 있어 3년 전 중국에서 리콜이 됐던 제품이다. 2020년 파라시스 지분 3%를 인수한 벤츠는 2028년까지 이 회사 배터리를 공급받을 예정이다.

통상 전기차 화재의 원인으로 열 폭주 현상이 거론된다. 고전압 배터리 내부에서 냉각수가 누수되거나 배터리 셀 전압과 셀 간 전압의 편차 등이 생기면 배터리에서 열 폭주가 일어난다. 차량이 방지턱 등에 긁히면 하부에 있는 배터리가 손상될 수도 있다. 과거 테슬라 모델S의 화재 원인으로 규명되기도 했다. 또 배터리는 과충전 상태일 경우 화재에 취약하다.

이달 1일 오전 인천 청라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있던 벤츠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차장에 있던 차량 약 140대가 피해를 입었다./연합뉴스

지난 1일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는 사흘 가까이 주차돼 있던 차에서 발생했다. 경찰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별다른 외부 충격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전기차 충전소가 아닌 일반 주차 구역에 주차돼 있어 충전 행위도 없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BMS의 오류로 인한 화재 가능성이 제기된다. BMS가 작동오류를 일으키면 열 폭주(과전류로 인한 스파크)가 발생해 화재로 이어지기도 한다.

BMS는 배터리팩 안에 탑재돼 고전압 배터리의 전압·저항·내부온도를 기록하고, 이상 여부를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배터리 안에 들어간 각 셀의 전압을 읽어주고 소모되는 전류의 양을 파악하거나 배터리팩의 내·외부나 냉각수의 온도를 측정하는 등 모니터링 기능이 기본이다. 이후 셀 간 전압 차이가 생기면 전압을 맞추고 이상이 생긴 부분에 대한 코드를 차량 메모리 장치에 입력하기도 한다.

BMS는 별도의 12v 보조배터리로 운영돼 차량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도 전원이 살아있다. 배터리 소모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깨어나 배터리를 점검하고 차량 메모리 장치에 온도 등을 기록하고 수면 상태로 들어간다. 전기차에서 동력을 끊거나 이어주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EV 릴레이에도 관여한다. BMS가 과충전이라고 판단하고 차량제어장치(VCU)에 신호를 보내면 VUC가 릴레이를 차단하는 식이다.

BMS에 손상이 생기면 릴레이 차단이 불가능해지고 배터리 내부 온도를 측정할 수 없게 된다. 수백개의 배터리셀이 과충전, 과전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자동차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BMS가 과충전이나 과열 등의 신호를 상위 제어기에 제대로 보내지 못하면 충전 제한이나 냉각 등의 다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 온도를 제어하지 못해 화재로 번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BMS 문제는 과거에도 종종 발견됐다.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화재 사고가 이어졌던 현대차 코나EV의 발화 원인이 BMS 문제로 지목되기도 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자동차안전연구원(연구원)에서 받은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원은 코나 EV의 화재 원인으로 BM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과전류로 인한 스파크가 생겼다고 판단했다. 다만 왜 이 같은 기능 이상이 생겼는지는 명확히 소명하지 못했다.

통상 배터리 업체가 배터리셀과 모듈을 공급하면 완성차 업체나 배터리·완성차 합작사가 BMS 하드·소프트웨어, 냉각장치 등을 추가해 배터리팩으로 만든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를 만든 벤츠는 BMS를 누가 만들었는지 등 화재 차량에 대한 정보를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화재를 막기 위해서는 BMS의 기능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통상적인 전기차 화재는 내부 스파크로 인해 온도와 압력이 증가해 터지면서 시작된다. BMS는 과전압 등 차량 전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방지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완속 충전기에 과충전 방지 기능만 추가해도 이런 문제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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