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요·드라마 담긴 대북전단 살포 ‘저작권법’ 위반 소지 판단한 정부·국회입법조사처
“저작물 무단 배포 저작권 침해 해당할 수 있어”
정부, 저작권법·항공안전법 위반 소지에도 수수방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정부가 판단한 것으로 7일 파악됐다. 대형풍선 안에 국내 가요와 드라마의 복제 파일을 넣어 배포하는 과정에서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았다면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도 같은 판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항공안전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대북전단 살포가 여러 실정법 위반 소지가 있는데도 정부가 손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에서 “권리자 허락 없이 저작물(한국 음악 및 드라마 등)을 USB에 저장할 경우 저작권법상 복제가 발생하고 이를 살포하는 행위는 불특정 다수의 공중에게 양도하는 것에 해당한다”며 “저작권(복제권 및 배포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이 ‘대북전단에 한국 음악과 드라마, 영화 등을 저장한 USB를 담아 살포하는 행위’가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해석을 요청하자 이렇게 답한 것이다.
앞서 일부 탈북민단체는 대북전단을 띄우면서 풍선 안에 나훈아·임영웅씨 등의 노래와 드라마 동영상 등을 저장한 USB도 담겨 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다만 “권리자로부터 사전 허락을 받았다면 저작권 침해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국회입법조사처도 권 의원의 같은 질의에 “북한에 저작물을 무단 배포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권리자 허락 없이 저작물을 복제 및 배포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권리자가 고소해야 기소가 가능하지만, 복제 및 배포 행위가 영리 목적으로 상습적으로 이뤄졌다면 고소 없이도 수사를 통해 재판에 넘길 수 있다.
항공안전법 위반 소지도 있다. 이 법은 풍선 등 기구 외부에 2kg 이상 물건을 매달고 비행하려면 국토부 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한다. 대북전단 살포 단체가 허가를 받은 사례는 없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이들을 고발 조치하지 않았다. 다만 경찰이 지난 6월 경기도의 수사 의뢰에 따라 수사 중이다.
통일부가 대북전단 살포 현황(언론 등에 공개된 사례)을 집계한 결과, 2016년 이후 올해 살포 건수가 가장 많았다. 2017년 7건에서 2021년 1건으로 줄었으나 2022년·2023년 각 6건, 올해는 6월 현재까지 9건을 기록했다.
권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라는 사실상의 ‘심리전’ 집행을 민간단체에 맡기고, 군사적 긴장 고조를 방조하고 있다”며 “실정법 위반 소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대북전단의 내용물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있으며, 표현의 자유 보장 차원에서 단체에 자제 요청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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