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튀는 탱탱볼, 골프볼보다 멀리 날아갈까[호기심 해결소]

김세영 기자 2024. 8.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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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탱볼 비거리 성능 골프볼 절반 이하
근본적인 차이는 딤플 유무에서 비롯
소재에서도 확연한 반발탄성 차이 나
골프볼과 탱탱볼.
[서울경제]

‘통~ 통~ 통통~’.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탱탱볼은 탄성이 무척 뛰어나다. 마찰력도 워낙 강해서 스핀을 주고 바닥에 던지면 앞으로 갔다 뒤로 오거나 좌우로 방향을 바꿔가며 튀어 오른다. 바닥에 부딪히는 순간 진행 방향으로 가는 힘을 상쇄시키는 회전력이 발생하면서 반대쪽으로 튀는 것이다. 이처럼 통통 튀는 탱탱볼을 골프채로 때리면 어떻게 될까. 단단한 골프볼보다 더 멀리 날아가는 건 아닐까라는 호기심이 일었다.

테스트에 앞서 골프볼과 탱탱볼의 크기와 무게부터 비교했다. 골프볼은 42.67mm 이상, 무게는 45.93g 이하로 제작된다. 실험에 사용한 탱탱볼은 지름 41.99mm, 무게는 34.15g이었다. 탱탱볼이 크기는 0.68mm 작고, 무게는 11.78g 가벼웠다.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크기가 작은 탱탱볼이 공기의 저항을 덜 받는 대신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저항을 뚫고 나갈 힘은 골프볼에 비해 작다.

탱탱볼 비거리 성능 골프볼의 44%에 불과

실제 비거리 성능 차이는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골프볼 제조업체 볼빅의 테스트필드를 찾았다. 스윙 로봇으로 일반 골프볼과 탱탱볼을 3회씩 때리고 샷 분석 장비인 트랙맨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비교해 보기로 했다. 스윙 스피드는 약 시속 90마일로 설정했다.

먼저 골프볼의 비거리(공중에서 날아간 거리)는 평균 191.4m로 찍혔다. 이번에는 탱탱볼. 이게 어찌된 일인가. 잘 날아가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힘을 잃고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두 번째, 세 번째 볼도 마찬가지였다. 축구의 무회전 킥처럼 방향을 종잡을 수도 없었다. 평균 비거리는 83.8m에 불과했다.

임팩트 때 발사 각도인 론치 앵글도 비교해봤다. 탱탱볼(15.4도)이 골프볼(12.9도)보다 높았지만 최고점은 골프볼(23.4m)이 탱탱볼(7.4m)보다 16m나 높았다. 비거리 성능과 탄도 데이터 등을 종합했을 때 탱탱볼이 양력(중력을 거슬러 뜨게 하는 힘)을 충분히 만들지 못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볼 스피드를 스윙 스피드로 나눈 값으로, 에너지 전달 효율성을 알아볼 수 있는 스매시 팩터의 경우 골프볼은 1.45였는데 탱탱볼은 1.28에 그쳤다. 상대적인 비교를 하자면 스매시 팩터는 탱탱볼이 골프볼의 88%, 비거리 성능은 44%밖에 되지 않았다.

골프볼과 탱탱볼의 샷 데이터.
비행 성능은 딤플 유무에서 비롯

테스트를 도와준 볼빅의 최민철 연구원(차장)은 “두 볼의 비거리와 비행 안정성의 차이는 근본적으로 딤플의 유무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최 연구원은 “골프볼 표면의 딤플은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공기 저항을 줄인다. 그 덕분에 볼에는 더 많은 양력이 발생하고 볼은 안정적인 궤도로 날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한 볼빅의 자체 실험 결과도 있다. 스윙 스피드 시속 101마일로 딤플이 있는 골프볼을 때렸을 때 비거리는 206.7m였다. 이에 비해 딤플이 없는 골프볼은 104.2m밖에 나가지 못했다. 비거리 성능 차이가 딤플에 따라서 2배 차이가 난 것이다. 탄도 역시 딤플 있는 볼이 훨씬 높았다.

스크린골프에서 골프볼과 탱탱볼을 휴먼 테스트로 비교하면 어떨까도 궁금했다. 우리는 골프존 GDR 아카데미의 시뮬레이터를 이용했다. 골프존을 선택한 건 국내 스크린골프에서 가장 대중적인 데다 별도의 마킹볼을 사용하지 않아도 센서가 인식을 하기 때문이었다. 다만 시뮬레이터 센서가 형광색 탱탱볼을 잘 인식하지 못해 탱탱볼에 흰색 페인트를 칠했다. 결과는 필드테스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일한 스윙 스피드에서 일반 골프볼이 평균 204m 날아갈 때 탱탱볼은 그 절반을 조금 웃도는 106m밖에 날지 못했다.

1m 높이에서 대리석 바닥에 골프볼과 탱탱볼을 낙하시킨 결과 골프볼이 더 높이 튀어 올랐다.
“골프볼 소재의 반발탄성이 더 뛰어나”

볼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에는 소재도 있다. 볼빅연구소의 박승근 부장은 “탱탱볼에 사용되는 실리콘 러버나 폴리비닐 알코올 소재는 탄성은 뛰어나지만 에너지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이와 달리 골프볼 코어에 사용되는 부타디엔 러버는 에너지를 받으면 그대로 튕겨내는 반발탄성이 뛰어나다”고 했다. 이어 “보통 투어용 골프볼의 반발탄성은 0.80 이상이다. 중국산 저가 볼은 0.78, 레인지 볼은 0.75 정도”라고 덧붙였다. 반발탄성이 0.80이라면 실험실의 화강암 정반(두꺼운 평판)에 1m 높이에서 자유낙하를 했을 때 첫 번째 바운스 높이가 80cm에 도달한다는 의미다.

실험실의 화강암 정반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도 대략적인 반발탄성 비교 실험을 할 수는 있다. 두꺼운 대리석 바닥에 볼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우리도 골프볼과 탱탱볼을 같은 높이에서 동시에 떨어뜨린 뒤 어떤 볼의 첫 번째 바운스가 높은지를 살펴봤다. 바닥 조건이 위치마다 조금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골프볼과 탱탱볼의 좌우 위치를 바꿔서도 했다. 실험 결과 골프볼의 첫 번째 바운스가 더 높게 나타났다.

이번 골프볼과 탱탱볼의 비교 테스트를 통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사실 하나. 골프볼은 공기역학과 소재 과학 등이 접목된 첨단 과학의 산물이다. 잘 튄다고 해서 멀리 날아가는 것은 아니다.

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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