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도체 산업이 '물 관리'에 진심인 이유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반도체 산업은 '물 먹는 하마'로 불릴 정도로 많은 물을 쓴다. 국내 반도체 사업장 기준으로, 지난해 연간 총 취수량은 삼성전자가 약 1억3096만톤, SK하이닉스는 약 7414만톤에 달한다. 두 회사가 1년에 끌어오는 물의 양은 팔당댐의 총 저수량(2억4400만톤)의 5분의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반도체는 미세한 먼지 입자 하나만 내려앉아도 품질에 치명적 결함이 생긴다. 반도체는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나노미터(1nm=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수준에서 다뤄지기 때문에 미세 또는 미량의 불순물에 민감하게 반응, 수율(생산품 중 양품 비율)에 큰 영향을 받는다. 생산 과정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웨이퍼에 묻은 불순물을 세정하기 위해 대량의 물이 사용된다.
특히 미립자, 박테리아, 무기질 등을 제거한 '초순수'가 쓰인다. 물 분자를 이루고 있는 수소와 산소 이외에는 아무것도 포함되지 않은 물이다. 웨이퍼를 깎은 뒤 나오는 부스러기와 반도체에 주입하고 남은 이온 등을 모두 초순수로 씻어낸다. 그 외에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과 가스를 제거하는 '스크러버' 공정에도 물을 쓴다. 때문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설할 때, 전력 공급과 함께 가장 중요한 입지 조건으로 수자원이 꼽힌다.
반도체 경쟁국인 대만의 경우, 지난 2021년엔 기우제를 지낼 정도로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대만의 반도체 업체 TSMC의 물 수급난에, TSMC 의존도가 높은 애플과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마저 그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입을 정도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물관리에 특별히 관심을 쏟는 이유다. 단순히 용수를 끌어오는 것뿐 아니라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관리에 집중한다. 제조 공정에서 발생한 폐수를 깨끗이 정화해 방류하는 것은 물론, 수원지에서 끌어다 쓰는 물의 양을 줄이기 위해 폐수를 재활용하는 규모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4'에 따르면, 총 용수 재이용량은 지난 2021년 8997만톤, 2022년 1억1310만톤, 지난해 약 1억1942만톤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반도체 라인 증설로 반도체 공장의 하루 취수 필요량이 2030년까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지만, 삼성전자는 용수 재이용률을 최대한 늘려 취수량을 2021년 수준으로 절감한다는 목표다.
SK하이닉스도 용수 재이용량을 지난 2021년 3446만톤에서 2022년 3607만톤, 지난해 4646만톤으로 늘리고 있다. 같은 기간 용수 재이용률은 37%에서 44%로 크게 늘었다.
반도체 업체들은 생산 공장 주변 하천 생태계 보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인근 오산천의 경우 하루 평균 4만5000톤의 정화된 방류수를 공급받아 현재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최소 4개체 이상 서식하는 것이 지난해 확인됐다. 삵·고라니 등의 포유류 서식 흔적도 발견됐다.
SK하이닉스도 이천, 청주, 용인 등 반도체 공장 인근에 방류수가 흘러가는 하천의 생태계 보전을 위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 2019년부터 약 3년 5개월에 걸쳐 이천 사업장 외부에 약 6200평의 공공생태공원을 조성했는데, 조성 비용 중 일부는 SK하이닉스가 2021년 발행한 녹색 채권을 활용하기도 했다.
한국은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되는 만큼, 수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은 필수적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물관리를 잘못할 경우 2030년 반도체 생산량의 10%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국 경제의 중추인 반도체 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물 스트레스'만큼은 자유로운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공장을 짓는 반도체 회사가 물관리에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공장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자원을 배분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국가첨단전략산업의 전진기지가 될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에 전력과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한 것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추가적인 댐 건설 추진 계획도 내놨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 지자체와의 협의, 각종 이해단체들의 갈등 해결 등 여러 과제가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한국이 반도체 선도 국가의 면모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기를 바란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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