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해파리…경북 동해안 해수욕장 ‘썰렁’
7월 말까지 물 폭탄·독성 해파리 쏘임 사고 850건 넘어
피서 실내 물놀이장·계곡으로…특수 노린 상인들 ‘울상’
휴가철을 맞아 붐벼야 할 경북 동해안 해수욕장에 피서객 발길이 끊기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늦은 장마와 강독성 해파리 떼 습격 때문이다.
7일 경북도에 따르면 올해 경북지역 해수욕장 누적 이용객 수는 28만8802명으로 지난해(33만4302명)보다 35.2% 감소했다. 이용객 집계는 포항지역 해수욕장 개장 31일차, 경주·영덕·울진 해수욕장 25일차 기준이다. 해수욕장은 매년 개장 시기가 달라 운영일로부터 이용객 수를 합산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경북에는 해수욕장 24곳이 운영되고 있다.
영일대·칠포 등 경북 대표 해수욕장이 모여 있는 포항은 방문객이 반토막 났다. 지난달 6일 개장한 포항 해수욕장 이용객은 10만6402명으로 전년(23만6007명)보다 55% 줄었다. 특히 월포해수욕장은 지난해 10만8342명이었던 방문객이 올해엔 1만912명으로 줄어 90% 급감했다.
7개의 해수욕장을 운영하는 영덕군도 피서객 수가 10만6000여명에서 9만1000여명으로 14% 줄었고, 울진 해수욕장도 1만2000여명 줄어 전년 대비 26% 감소했다.
경북도는 해수욕장 이용객 수가 크게 줄어든 원인을 이상기후로 보고 있다. 올해 유독 늦은 장마와 수온상승에 따른 해파리 떼가 유입이 급증해서다.
포항의 경우 해수욕장 개장 3일 뒤인 지난달 9일 하루 만에 123.4㎜라는 물 폭탄이 쏟아졌다. 경북 동해안 지역 대부분이 7월 말까지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이어졌다.
해파리 쏘임 사고도 폭증했다. 경북 해파리 쏘임 사고는 올해부터 지난 4일까지 856건(포항 460건·경주 149건·영덕 168건·울진 79건)으로, 지난해의 6건과 비교하면 143배 증가했다. 특히 4일 하루에만 57건의 해파리 쏘임 사고가 발생했다.
동해안을 습격하는 해파리가 무게 100㎏에 몸길이가 1~5m(촉수 길이 포함) 넘는 강독성 노무라입깃해파리란 점도 해수욕장 방문을 꺼리게 한다. 이 해파리에게 쏘이면 붓고 발열·근육마비·호흡곤란·쇼크 증상이 나타난다.
포항시는 해파리를 1㎏당 300원에 사들이는 수매사업을 벌여 보름 만인 지난달 28일 예산 1억7000만원을 모두 소진했다. 이 기간 잡힌 해파리만 25t 덤프트럭 23대 분량인 570t에 달한다. 포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60대)는 “해파리에 대한 나쁜 뉴스가 연일 오르내리니 손님들이 올 리가 있느냐”며 “아이들이 걱정되는 부모들이 피서지로 실내 물놀이장이나 계곡으로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 용인 캐리비안 베이는 최근 열흘간 약 17만명의 방문객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8월1~4일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5% 증가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해수욕장에 상어와 해파리를 차단하는 그물망을 설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며 “인명구조요원 등 전문인력 412명을 배치하고 해파리 수매사업에도 도비를 투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반면 강원 동해안 해수욕장은 최근 해파리 쏘임 사고가 크게 줄면서 피서객들이 다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기준 지난달 강원지역 해수욕장을 찾은 방문객은 250만명으로 전년(304만명)보다 54만명 줄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지난 5일까지 243만명이 몰려들면서 방문객은 총 493만명을 기록했다. 강원지역 해파리 쏘임 건수는 올해 545건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지난달 급증한 해파리 쏘임 사고가 이달 들어 5건 정도로 크게 줄었다”며 “해파리로 위축됐던 수요가 본격 휴가철을 맞아 살아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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