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유리몸’ 된 줄 알고 팔았는데..완벽히 부활한 오닐, 세인트루이스의 패착[슬로우볼]

안형준 2024. 8.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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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지난해 승률 0.438을 기록했다. 2007년 이후 16년만에 처음으로 루징시즌을 기록했고 1995년(0.434) 이후 가장 낮은 승률을 기록했다. 야디어 몰리나가 은퇴한 후 급격히 찾아온 성적의 하락이었다.

최악의 시즌을 보낸 세인트루이스는 2024시즌에 앞서 몇 가지 결정을 내렸다. 새 얼굴들에게 기회를 부여하고 몇 시즌 동안 아쉬웠던 선수를 '처분'했다. 골드글러브 수상자 출신의 유틸리티 플레이어 토미 에드먼을 주전 중견수로 기용하고 외야진 일원이었던 타일러 오닐을 트레이드했다. 메이신 윈, 마이클 시아니, 빅터 스캇 2세 등 20대 초중반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부여했다.

2021시즌 30홈런 고지를 밟았고 두 번이나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외야수 오닐은 '퇴출' 대상이 됐다. 공수주를 두루 갖춘 선수였지만 매년 부상에 시달리며 좀처럼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2013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드래프트 3라운드에 지명돼 2018년 세인트루이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오닐은 세인트루이스에서 6시즌 동안 477경기에 출전해 .248/.318/.458 78홈런 217타점 40도루를 기록했다. 데뷔시즌 61경기에서 OPS 0.803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고 2021시즌 138경기에서 .286/.352/.560 34홈런 80타점 15도루를 기록해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그 해 MVP 투표 8위에 올랐다.

하지만 2022-2023시즌 부상에 시달리며 합계 168경기 .229/.310/.397 23홈런 79타점 19도루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어깨, 햄스트링, 발목, 허리 등 다양하게도 부상을 당했다. 세인트루이스는 1995년생으로 20대 후반이 된 오닐이 건강을 유지하며 기량을 발휘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지난 12월 보스턴 레드삭스로 트레이드했다.

'가격'도 비싸지 않았다. 세인트루이스는 보스턴에서 1998년생 불펜투수 닉 로버트슨, 2000년생 마이너리그 투수 빅터 산토스를 받았다. 두 선수 모두 TOP 100 수준의 기대주는 아니었다. 세인트루이스는 젊은 투수 두 명이 오닐보다 팀 전력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시즌이 본격적인 후반기 순위 싸움으로 돌입한 현재 세인트루이스의 선택은 대실패였다. 트레이드를 단행한 양팀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보스턴 유니폼을 입은 오닐은 팀 타선의 중심이 됐다. 8월 7일(한국시간)까지 시즌 80경기에 출전해 .268/.357/.544 22홈런 45타점 3도루를 기록했다. 2021시즌 이후 최고의 성적을 쓰고 있다. 4월과 5월 뇌진탕, 무릎 염증으로 잠시 부상자 명단에 올랐지만 결장이 길지 않았다.

비록 규정타석을 충족시키지는 못했지만 현재 아메리칸리그 홈런 공동 1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OPS 0.901은 규정타석 기준 아메리칸리그 9위의 기록이다. 보스턴 팀 내에서 오닐보다 OPS가 높은 타자는 라파엘 데버스(.304/.383/.599 25HR 70RBI) 한 명 뿐이다. 보스턴이 치열한 와일드카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주요 동력 중 하나가 바로 오닐이다.

반면 세인트루이스로 향한 선수들은 헤메고 있다. 로버트슨은 빅리그 8경기에서 12.1이닝,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트리플A에서는 19경기 19.2이닝, 2패 4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8.24로 더 성적이 부진하다. 로버트슨은 애초에 LA 다저스가 키케 에르난데스를 영입하며 보스턴에 넘겨준 선수. 기대치가 높은 선수도 아니었다.

그나마 '메인 피스'였던 선수는 2000년생 선발 유망주인 산토스 쪽. 부상으로 2023시즌을 뛰지 못했던 산토스는 올해 트리플A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22경기(8GS) 62.2이닝, 4승 7패, 평균자책점 6.32를 기록 중이다. 로버트슨보다는 더 어리고 성적도 조금은 더 좋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다. 현 시점에서 두 선수 모두 근시일 내에 빅리그 전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세인트루이스는 팀 OPS 전체 20위(0.694)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올시즌 세인트루이스에서 빅리그 1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0.800 이상의 OPS를 기록한 타자는 윌슨 콘트레라스(69G .253/.375/.469 13HR 29RBI) 뿐이다. 기준을 0.750으로 낮춰도 겨우 알렉 벌레슨(106G .273/.308/.457 19HR 64RBI 7SB) 단 한 명이 추가될 뿐이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의 전력이 워낙 약한 만큼 지구 2위를 달리고는 있지만 겨우 승률 5할을 넘기고 있을 뿐이다.

오닐은 올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다. 세인트루이스 입장에서 최근 부상에 허덕였고 서비스타임이 거의 끝난 선수인 만큼 지난 오프시즌이 '트레이드 적기'였던 것은 맞다. 하지만 트레이드의 성적표가 너무도 처참하다.

물론 미래를 완벽이 예측할 수는 없다. 그 불확실성이 바로 스포츠의 묘미기도 하다. 하지만 세인트루이스 입장에서는 속이 쓰릴 수 밖에 없는 시즌이 이어지고 있다.(자료사진=타일러 오닐)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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