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기에 책도 내고"...비판받는 정몽규 회장, 韓 축구 없는 파리 방문→FIFA 회장에게 '자서전' 사인해줬다
[OSEN=고성환 기자] 한국 축구 대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파리에 갔다. 그는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만나 자서전 '축구의 시대'를 선물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7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오늘 파리 FIFA 사무실에서 정몽규 회장과 다시 만나게 돼 정말 기뻤다. 난 2016년 FIFA 회장이 된 직후 (정몽규 회장과) 처음 만났다. 그 이후로 우리는 대한민국과 전 세계 축구 성장 여정을 함께 하고 있다"라며 정몽규 회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이어 그는 "정몽규 회장과 KFA가 그동안 해준 훌륭한 일에 감사드린다. 그 덕분에 대한민국은 여자축구와 남자축구의 강국으로 남을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정몽규 회장은 이 자리를 통해 자신이 출판한 에세이 ‘축구의 시대-정몽규 축구 30년’을 인판티노 회장에게 선물했다. 직접 친필 사인까지 한 모습이었다.
인판티노 회장은 "정몽규 회장이 회고록 '축구의 시대'를 선물해줘서 감사하다. 직접 쓴 메모와 함께 회고록을 받게 되어 영광이다. 정몽규 회장과 여러분의 경험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해 이 책을 읽어보길 기대하고 있다"라고 적었다.
정몽규 회장과 인판티노 회장은 오는 9월 한양대에서 열리는 홈리스 월드컵 개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정작 황선홍 감독이 이끌었던 한국 올림픽 대표팀은 예선에서 탈락하면서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고, 정몽규 회장만 파리를 방문한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FIFA에 따르면 정몽규 회장은 "축구는 모두에게 중요하다. 생활 방식과 인생을 바꿀 수 있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큰 힘을 줄 것이다. FIFA가 좋은 계획을 세웠고, 한국에서 중요한 행사를 열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정몽규 회장은 한국 축구가 새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축구 현실, 아시아와 전 세계 축구의 상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라며 "한국에서는 놀라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축구 팬층이 아주 확장되고 있다. 축구는 전통적으로 30, 40, 50년간 남자들의 스포츠였지만, 이젠 여성 팬들도 많다. 한국 축구의 새로운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인판티노 회장도 "한국에서 9월 홈리스 월드컵을 개최하는 걸 보고 기뻤다. 축구는 모든 사람에게 아름다운 경기를 할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 책임을 지녔다. 이는 정몽규 회장과 나 둘 다 매우 진지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분열된 세계 사회에서 축구는 전 세계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화답했다.
다만 정몽규 회장의 자화자찬과 인판티노 회장의 극찬과 달리 정몽규 회장을 향한 여론은 최악에 가깝다. 그는 지난해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 모두가 반대했지만,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에게 믿음을 보냈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직후부터 아시안컵 우승을 외쳤지만, 제대로 된 전술 없이 졸전만 펼쳤다. 아시안컵에서도 말레이시아와 비기는 등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였고, 선수 개인 능력에 의존해 꾸역꾸역 4강까지 오르긴 했으나 거기까지였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증명했던 한국 축구의 경쟁력은 1년 만에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결국 정몽규 회장은 아시안컵 탈락 직후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했다. 그는 논란의 선임 과정에 대해서도 자신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항변했으나 정작 클린스만 감독은 해외 인터뷰에서 정몽규 회장과 우연한 만남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고 밝혔다.
다음 행보도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KFA는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지 약 5개월 만에 홍명보 울산HD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낙점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전력강화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프로세스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여기에 이임생 기술이사가 홍명보 감독을 찾아가 대표팀 감독을 부탁하면서 '특혜 논란'까지 불거졌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가 감사에 선임 과정에 대해 착수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침묵을 지키던 정몽규 회장은 지난달 말 자서전을 출간했다. 출판사 '브레인스토어'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축구 인생 30년을 되돌아보면서 지난해 여름부터 1년간 집필 작업에 몰두했다. 그리고 한국 축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크고 작은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책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576쪽에 달하는 방대한 에세이. 정몽규 회장은 프롤로그에서 "나는 회사에서의 의문이나 문제점들을 축구를 통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문제점도 축구라는 시각을 통해 보니 통찰력이 생겼다. 내가 축구를 통해 얻었던 이러한 이해와 통찰을 많은 독자와 나누고 싶었다. 앞으로 대한축구협회나 구단을 운영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내가 축구를 통해 얻었던 경험과 지혜를 함께 나누는 것이, 축구에서 받은 혜택을 되돌려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책을 쓴 이유를 밝혔다.
정몽규 회장은 "내 임기 도중 이뤄냈던 업적에 대해 점수를 매겨보라고 한다면 10점 만점에 8점 정도는 된다고 대답하고 싶다"라며 "나는 점수에 상당히 박한 편이라 내가 8점이라고 하면 상당히 높은 점수"라고 스스로 높이 평가했다. 또한 그는 "클린스만 감독은 각자 스스로 프로페셔널해야 한다는 확고한 소신이 있었다. 평소 생활이나 숙소에서 활동, 식사 시간 등은 최대한 자유롭게 해주려고 했다. 아시안컵 사태를 통해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창의성과 원팀 정신의 오묘한 관계에 대해서 새삼 깨달았다"라며 클린스만 감독을 옹호하기도 했다.
그러나 팬심은 싸늘하다. 승부조작 사면 추진과 클린스만 감독 선임, 5개월 간의 임시체제 끝에 홍명보 감독 선임 등으로 인해 정몽규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천수도 유튜브 채널을 통해 "그 시기에 책도 내고...누가 주변에서 '(회장님) 책을 내도 됩니다!' 했을 것이다. 회장님이 잘못한 거는 능력 없는 사람을 믿고 쓴 것이 더 잘못이다. 일만 잘하면 회장 4번 연임 전혀 상관 안한다"라며 직격 비판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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