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폐지하면 세수는 어떻게? 관세 올려 충당하지, 뭐!

이강국 2024. 8. 8.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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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상식을 깨는 그의 경제정책은 글로벌 경제에 큰 충격을 가할 수 있다. ‘트럼프노믹스 2.0’의 주요 내용과 전망을 살펴본다.
6월27일 미국 대선 TV 토론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우려가 확산되며 인기가 더욱 떨어졌다.ⓒAP Photo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내내 미국 경제의 성과가 나쁘지 않았는데도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지지율이 낮았다. 지난 6월 말 트럼프 후보와 진행한 TV 토론 이후에는 바이든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인기가 더욱 떨어졌다. 7월13일 트럼프 암살 미수 사건이 터지며 트럼프의 지지율은 다시 상승세를 탔다. 이런 와중에 7월17일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진 판정까지 받았다. 결국 7월21일(현지 시각) 바이든은 민주당 대선후보직에서 사퇴한다고 선언했다.

미국 대선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대단히 불투명하지만, ‘유력 후보’인 트럼프가 내세우는 정책들을 ‘다가온 현실’로 간주할 필요성이 커졌다. 지금은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미리 분석하고 전망해야 할 시점이다.

경제 부문에서 트럼프는 어떤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을까? 트럼프의 집권 플랜은 미국 보수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이 주도한 일종의 국정과제 모음집 ‘프로젝트 2025’에서 분야별로 추정해볼 수 있다. ‘트럼프노믹스 2.0’이라 불리는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지난 1기 트럼프 행정부 시기와 동일하게 보수적이고 보호주의적인 경제를 지향한다. 정치적으로 친(親)부자와 친기업 색채가 매우 짙고, 대외적으로는 자유무역을 반대하며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려 한다. 지난 ‘트럼프노믹스 1.0’의 과격해진 버전이라 할 만하다.

거시경제정책에서는 먼저 세금을 낮춰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며 감세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는 2017년 ‘감세와 일자리법’을 통해 소득세와 법인세를 크게 낮춘 바 있다.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내리고 소득세율도 구간별로 2~3%포인트씩 인하했다. 최고소득 구간의 소득세율은 39.6%에서 37%로 낮췄다. 당초 이런 소득세율 인하는 2025년 만료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자신이 당선될 경우 이 감세 조항을 영구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나아가 모든 계층의 세율을 더 내리고 법인세율도 15%까지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공화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는 심지어 소득세를 완전히 없애고 줄어든 세수는 관세를 높여서 충당할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트럼프의 감세는 바이든의 부자증세 계획과 정면충돌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소득 40만 달러 이상 가구의 소득세를 39.6%로 다시 인상하고 순자산 1억 달러 이상인 억만장자의 소득과 미실현 자본이득에도 최소 25%의 과세율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바이든은 법인세율도 현행 21%에서 28%로 다시 높이려 했다. 특히 다양한 공제 덕분에 실제 세율이 높지 않은 대기업들에 최소한 21% 이상의 ‘법인세 실효세율’을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결국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와 트럼프가 가장 치열하게 맞붙은 전선은 ‘증세 대 감세’라고 할 수 있다.

7월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대선 유세 도중 총격으로 오른쪽 귀를 다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AP Photo

한편 트럼프는 세금은 깎겠지만 재정지출은 크게 줄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위기를 부정하고 화석연료 사용 확대를 지지하는 트럼프의 입장을 고려하면, 바이든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서 도입한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여러 지원책은 후퇴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반도체 등 첨단산업이나 미국 내 제조업(일자리 확대)에 대한 지원은 오히려 커질 것이다. 감세와 재정 확장이 결합된 이러한 정책 방향은 결국 재정적자 확대와 함께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것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통화정책의 경우, 대통령이 된 트럼프는 금리인하를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금리인상 등 긴축 스탠스를 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통령인 트럼프는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를 밀어붙일 것이다. 2019년 여름 트럼프는 금리인하에 미온적인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적(敵)이라며 맹비난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 5월까지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파월을 재임명하지 않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이를 연준 의장으로 고를 가능성이 높다.

“수입 자동차에 관세 100% 추가 부과”

트럼프 경제정책의 핵심이 국내적으로 감세라면 국제적으로는 역시 보호무역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모든 수입품에 관세 10%를 추가 부과하는 이른바 ‘보편적 기본관세(across-the-board tariff)’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미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관세율이 낮으니, 기본적으로 관세장벽을 높여서 무역적자를 해결하고 국내 산업과 고용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는 3월17일 미국의 자동차산업 보호를 위해 해외에서 생산된 수입 자동차에 관세 100%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국에 대해서는, 초강력 무역 압박으로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디커플링’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다. 여러 첨단산업 제품의 대중국 수출을 규제할 뿐 아니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제품에는 무려 60%의 고율 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물론 바이든 정부도 첨단 반도체 같은 부문에서 중국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고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 그리고 반도체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겼다. 이에 바이든 정부는 좁은 마당에서 울타리를 높이는 ‘디리스킹(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할 목적이 아니라 미국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불가피한)’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보다 더 넓은 분야에서 중국 경제의 완전한 ‘디커플링’을 공공연히 추진하며 미·중 갈등을 훨씬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6월24일 미국 애리조나 국경에서 국경 순찰대에 체포된 중남미 출신 이주민들.ⓒREUTERS

트럼프는 1기 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이민자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민노동자는 현재 미국인들이 경제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다. 트럼프는 국경 장벽 건설을 추진하고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자 체포와 추방 작전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약 1500만명으로 추정되는 미국 내 불법 이민자 모두가 이 조치의 대상이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매년 이민노동자 100만명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본다. 이 정책은 이민노동자 및 그들이 납부하는 세금을 줄일 터인데 이에 따라 물가(임금)를 올리고 미국 정부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과연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성공하여 미국 경제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을까? 많은 학자와 기관들은 매우 회의적이다. 대규모 감세와 강력한 보호무역으로 대표되는 트럼프노믹스 2.0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경제성장을 둔화하며 고용과 소득분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글로벌 차원에서 무역전쟁을 불러일으켜 세계경제에도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세금만 깎으면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주장은 이미 실패한 ‘낙수효과 경제학’으로, 근거가 희박하다. 또한 국제무역이 국내 일자리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경제 생산성을 높이고 성장을 촉진하며 소비자 편익에 이로운 측면도 있다. 따라서 관세를 높이는 보호무역은 결과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트럼프노믹스 2.0은 재정에도 커다란 부담을 주리라 전망된다. 지난 5월 발표된 미국 의회예산국 전망에 따르면 트럼프의 계획처럼 소득세 감세가 연장되면 2025년 이후 10년 동안 미국의 재정적자는 약 3조3000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 관세를 올린다 해도 소득세 등의 감세로 인한 세수 감소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광범위한 감세가 실현되면 2033년 미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는 115%에서 125%로 높아질 전망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분석은 트럼프가 집권 후 전면적인 감세와 관세 인상을 도입하면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경제성장률은 하락할 것이라는 결과를 제시한다. 단기적으로는 감세와 재정확장이 경제성장을 자극할 수 있지만 높은 관세 및 중장기적인 이민자 감소의 악영향이 더 크다고 한다. 이에 따라 2027년에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보다 약 1.5%포인트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트럼프의 정책 중 대다수가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집권 시, 성장률 0.1% 전망

지난 6월 발표된 무디스의 보고서도 비슷한 전망을 제시한다. 무디스는 트럼프가 재집권하고 의회 선거(11월, 대선과 함께 시행)에서도 공화당이 크게 승리하면 관세 인상 등으로 2025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6%로 기존 예상보다 1.2%포인트 더 높아지고 2026년 경제성장률도 1.9%에서 0.1%로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본다.

한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한 연구는 트럼프의 감세와 보호무역 정책이 결국 부자들에게 이득이 되고 그 부담이 저소득층에게 집중되어 소득분배를 악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감세는 부자에게 도움이 되고 관세 인상은 소비세 인상처럼 하위 계층에게 더 큰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의 정책은 하위 20% 계층의 세후소득을 3.7% 줄어들게 하는 반면 상위 1%의 소득은 1.4% 늘린다. 또한 트럼프의 관세 인상으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이 5000억 달러(GDP의 약 1.8%) 늘어날 것으로 봤다. 개별 중산층 가족 기준으로 따지면 최소한 1700달러의 비용 증가다.

미국 미시간주 포드 조립공장. 트럼프는 수입 자동차에 관세 100%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말했다.ⓒAP Photo

트럼프의 재집권 후 재정적자 확대와 관세 인상은 금리를 자극하고 달러 강세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다른 통화의 약세로 이어져 수입 가격을 높이는 등 다른 국가들에도 큰 부담을 줄 것이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관세 인상과 극단적 보호무역이 중국이나 다른 국가들의 보복관세, 그리고 세계적인 무역전쟁으로 이어진다면 국제무역과 글로벌 경제의 성장이 크게 둔화된다.

이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앞날에도 먹구름을 드리울 것이다. 나아가 미국이 감세 같은 보수적 경제정책으로 회귀하면 다른 국가들의 정책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트럼프 집권 이후 인플레 감축법이 후퇴한다면 전기차나 배터리 등 미국에 대한 투자를 늘린 한국 기업들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결국 트럼프의 경제정책에 관해서는 기대보다 충격의 우려가 훨씬 크다. 수많은 경제학자들, 심지어 보수적 학자 가운데서도 트럼프의 극단적 경제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특유의 장사꾼 감각으로 중국과의 협상이나 다른 정책들에서 어느 정도 합리적 방안을 추진할 것이란 기대도 제기되지만, 두고 볼 일이다.

그래도 7월13일 피격 사건 이후 ‘트럼프가 이전보다는 진지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트럼프는 “절반의 미국이 아닌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고자 출마했다”라며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가 진정으로 혼란의 세월을 끝내고 번영의 시대를 열고 싶다면, 미국과 세계에 큰 충격을 가할 정책들은 재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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