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가고 있어” 오송 참사 희생자의 마지막 문자 [기자의 추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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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장마철' '폭우'의 개념이 완전히 바뀌었다.
"각자 주어진 역할을 똑바로만 했어도 이 참사는 안 일어났거든요. 누가 뛰어들어서 대단한 걸 했어야 하는 게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 중에 그 단 하나가 없었기 때문에 저 많은 죽음을 만들었으니까, 저는 그게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참사 이후 지자체의 태도는 사고가 일어나기 이전과 똑같이 무책임했다.
"나 지금 가고 있어"라는 한 참사 피해자의 마지막 메시지가 책 제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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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5오송참사 기록단 지음
지역문화활력소 고래실 펴냄
최근 몇 년 사이 ‘장마철’ ‘폭우’의 개념이 완전히 바뀌었다. 누군가 “비가 무섭게 온다”라고 말하면, 실제로 물리적 공포를 느낄 만큼 ‘무섭게’ 비가 쏟아지는 상황이라는 걸 모두가 안다. 하지만 2023년 7월15일, 충북 청주시에서는 ‘무섭게’라는 단어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미 사흘간 500㎜ 넘는 비가 내린 상황이었다. 궁평2지하차도로부터 불과 500m 떨어진 미호강이 범람하고 있으니 차량 출입을 통제해야 한다는 신고가 여러 차례 들어왔지만, 아무도 통행을 막지 않았다. 오전 8시27분부터 지하차도에 유입되기 시작한 강물은 불과 13분 만에 430m에 이르는 터널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주말 아침이지만 출근하던 직장인들, 캐리어를 싣고 오송역으로 향하던 여행객들도 물에 잠겼다.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당시 지하차도를 지나던 747번 버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진 백갑연씨의 딸 최은경씨는 이렇게 말한다. “각자 주어진 역할을 똑바로만 했어도 이 참사는 안 일어났거든요. 누가 뛰어들어서 대단한 걸 했어야 하는 게 아니라, 무수히 많은 사람 중에 그 단 하나가 없었기 때문에 저 많은 죽음을 만들었으니까, 저는 그게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참사 이후 지자체의 태도는 사고가 일어나기 이전과 똑같이 무책임했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49재 추모제가 끝난 직후 정치인들이 자리를 떠나자마자 분향소를 철거해버렸다.
이 책은 지난 1년 동안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엮어온 일종의 백서다. “나 지금 가고 있어”라는 한 참사 피해자의 마지막 메시지가 책 제목이 됐다. 대한민국 사회는 과연 이렇게 답장을 보낼 수 있을까. ‘우리도 지금 그 곳으로 가고 있다’고.
나경희 기자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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