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가 지배하는 시장…엔 캐리 청산 아직 멀었다 [뉴욕마감]
뉴욕증시가 반등 하루 만에 다시 반락했다. 공포지수로 알려진 Cboe 변동성 지수(VIX)는 개장 초 22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28.3까지 상승했다. 최근 지수 하락세에 놀란 가슴을 들킨 투자자들의 우려가 다시 커진 셈이다.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234.21포인트(0.6%) 하락한 38,763.45를 기록했다. S&P 500 지수도 40.53포인트(0.7%) 내린 5199.5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은 171.05포인트(1.05%) 떨어져 지수는 16,195.81에 마감했다.
알리안츠 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찰리 리플리는 "전일에는 상황이 다소 진정되었다는 (투자자들의) 안도감이 나타났지만 아직까지 엔 캐리 트레이드 에 대한 추가 청산 가능성과 지정학적 역풍 등 아직 알려지지 않은 변수가 시장에는 꽤 많이 쌓여있다"고 지적했다. 지수 조정과 하반기 경기침체 가능성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증시를 끌어내릴 변수가 호재보다는 더 많다는 지적이다.
독일에 본사를 둔 로스만은 성명을 통해 "테슬라 CEO 엘론 머스크의 발언과 테슬라가 자사 제품으로 표현하는 가치가 양립할 수 없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며 "트럼프는 기후 변화를 사기라고 거듭해서 표현했는데 이러한 태도는 전기 자동차 생산을 통해 환경 보호에 기여하려는 테슬라의 사명과는 극명하게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로스만은 연간 약 180대의 전기 자동차를 구매하고 있어 테슬라에 단면적으로 끼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다. 하지만 CNBC는 이에 대해 이 유럽계 회사가 테슬라 구매를 모두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은 머스크의 정치적 결정이 미국을 넘어 자동차 제조업체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트럼프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고, 트럼프 지지 단체인 아메리카 팩(America PAC)에 기금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6월 조 트럼프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TV공개토론에서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만약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회피했다. 트럼프는 기후 변화를 사기극이라고 불러왔다. 트럼프는 자신이 재선된다면 대통령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을 파리 기후 협정에서 탈퇴시키겠다고 주장한다.
모닝 컨설트(Morning Consult)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공화당원들은 2022년 후반 트위터(현재 엑스-X)를 개인적으로 사들인 머스크를 더 호의적으로 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머스크는 전기차 사업으로 돈을 벌었지만 트위터 같은 뉴미디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정치적 영향력이 진보 쪽으로 편향돼 왔다며 중립을 유지하기 위해 우향우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원들의 호감을 샀을 지언정 트위터 인수가 전기차 판매량을 증가시키지는 못했다. 퓨 리서치(Pew Research)는 트위터 인수 후 우파적 색깔을 드러낸 머스크 덕분에 좌파 유권자들 사이에서의 평판은 추락했고, 오히려 전기차를 지지하던 좌파들 마저 그를 외면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유럽 기업인 로스만의 결정은 이런 사실을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테슬라의 전체 매출은 지난 2분기에 2% 증가했지만, 자동차 매출은 1년 전 같은 분기의 212억 7000만 달러에서 7% 감소한 199억 달러에 그쳤다. 머스크는 테슬라라는 혁신기업을 만들어 자동차 업계를 혁신할 것처럼 보였지만 최근 그의 성공은 스스로 벌이는 이상한 수준의 기행과 정치적 발언에 의해 폄하되고 있다. 머스크는 특히 엑스 인수 후 반유대주의 성향의 게시물을 올렸다가 광고주 이탈을 맞았고. 이후 한 컨퍼런스에서는 떨어져 나간 광고주들에게 육두문자를 쓰며 비난했다가 더 큰 사회적 반발을 맞았다.
도이치뱅크는 연준이 사용하는 측정법을 적용해 가장 최근 FOMC(공개시장위원회) 회의가 끝난 7월 31일부터 지난 5일(월)까지 이어진 시장 침체까지 긴축 조건이 약 0.15bp 강화되는데 그쳤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6일에 증시가 다시 반등했던 것을 감안하면 실제 긴축 강도는 더 약할 거라고 풀이했다.
도이치뱅크 이노코미스트인 저스틴 바이드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2022년 11월 연준 회의 후 금융상황지수에서 가장 큰 움직임이었고, 그 때문에 계속 주시할 가치가 있다"며 "연준 긴축 지수가 금융시장의 성장 전망에 아직까지는 중립적인 범위를 넘어서지 않았지만 시장이 더 날카롭고 광범위하게 반응한다면 (긴급 금리인하)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고 전망했다.
도이치뱅크에 따르면 연준은 증시와 주택 가격, 다양한 증권의 수익률, 미국 달러가치 등 7가지 변수를 조합해 금융시장의 긴축 지수를 측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증시하락과 함께 급락세를 보인 암호화폐도 다시 하락폭을 넓히며 시장침체에 취약한 모습을 노출했다. 비트코인은 전일에 이어 추가반등을 노렸지만 오후장 들어 추진력을 잃으면서 3% 더 하락한 5만4700달러대를 기록했다. 알트코인 대표인 이더리움은 6% 이상 급락한 2300달러대로 전일 상승쇄를 다시 잃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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