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숨만 쉬어도 땀이 줄줄"…물류센터는 거대한 찜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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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린 땀이 금세 옷깃을 적셨다.
노트북 가방을 메고 있는 등은 이미 땀으로 흥건했다.
택배 분류 인력들은 휠소터 앞에서 연신 땀을 닦아냈다.
팔에 착용한 쿨토시와 목에 걸친 수건으로 더위를 물리쳐보지만 등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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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휴식 시간 지키기 어렵다…작업 늦어져"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기온 31.8도, 습도 75%'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린 땀이 금세 옷깃을 적셨다. 노트북 가방을 메고 있는 등은 이미 땀으로 흥건했다. 아직 오전 8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인데도 이 더위다. 택배 분류 작업이 이뤄지는 서울복합물류단지의 내부는 이미 한낮처럼 30도를 훌쩍 넘겨 후끈한 열기를 풍겼다.
같은 시간 물류단지가 위치한 서울 송파구 장지동의 기온이 28.6도였으니 바깥 온도보다 무려 3도나 더 높았다. 높은 습도까지 더해 체감온도는 34도에 육박했다.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가 무색한 '한증막 더위'였다.
지난 7일 <뉴스1>이 찾은 서울복합물류단지는 작업 공간 입구에서부터 습한 열기가 느껴졌다. 택배 차량이 오고 가기 쉽게 지상에 마련된 작업장은 지붕이 있어 햇빛을 피할 수 있었으나 실내도, 실외도 아닌 탓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흘렀다.
거대한 물류단지 내 센터에서 외부 공기가 통하는 곳은 택배 차량이 오가는 도로뿐이었다. 밤새 돌아갔던 휠소터(택배 분류기)는 아침까지 상자들을 운반하며 기계 열을 뿜어냈다. 택배 분류 인력들은 휠소터 앞에서 연신 땀을 닦아냈다.
물류단지는 수시로 택배 차량이 오가기 때문에 별도의 출입문이 없었다. 기온을 낮출 수 있는 냉방 기기는 대형 선풍기뿐이다. 택배 회사들이 마련한 대형 선풍기는 휠소터 사이 사이에 위치해 작업자들의 땀을 식혔다.
배송지별로 분류된 물품을 택배 차량에 싣는 택배기사들은 쉴 틈이 없었다. 팔에 착용한 쿨토시와 목에 걸친 수건으로 더위를 물리쳐보지만 등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택배기사들의 주요 업무는 보통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까대기'(택배 분류 작업)와 택배를 전달하는 배송 업무다.
하루 수백 곳을 들르는 배송 업무 전부터 땀을 쏟아낸 택배기사들은 "까대기 업무에서 늑장을 부릴 수가 없다"고 했다. 물건을 빨리 싣고 출발할수록 퇴근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여력이 된다면 휴식 대신 더 많은 물건을 싣고 그만큼 수익을 더 올릴 수도 있다.
택배회사들은 폭염주의보나 폭염경보가 내려질 때 10~15분씩 추가 휴식을 취하라고 작업자들에게 권고한다. 하지만 이 권고를 지키는 택배기사들은 많지 않다.
20년 경력의 권순원 씨(61)는 "쉬는 만큼 일이 늦어져서 배송 업무 출발도 늦다"며 "어차피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묵묵히 감내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주부터 이어지는 폭염에도 "그래도 그냥 한다"며 달리 방도가 없다고 했다.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의 택배를 책임지는 그가 하루 평균 배송하는 택배는 300~400개다.
다른 택배기사들도 다르지 않았다. 7년 차 택배기사 정기택 씨(68)는 "1시간 30분 일하고 잠깐 쉬었다가 또 1시간 30분 일한다"며 "여기서 미적대면 퇴근이 늦어지니까 마냥 쉴 수 없다"고 했다.
여름, 겨울 모두 힘들지만 "쌀이나 물, 고양이용 모래 등 무거운 물건을 나를 때는 여름이 좀 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동료들과 돈을 모아 선풍기 3대를 구매해 여름을 나고 있다고 했다.
고된 작업 환경이지만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30년 넘게 택배 업무를 하고 있다는 60대 A 씨는 "예전에는 그늘도 없는 땅 위에서 까대기 작업을 했었다"며 "최근 몇 년 새 근로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오전 9시 30분이 되자 상품 분류 작업을 마친 택배 차량들이 하나둘 배송 업무를 위해 출발했다. 이전까지 거의 비어 있던 외부 휴게 공간은 그때야 작업자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작업자들이 빠져나간 곳의 온도계는 여전히 31.8도를 가리켰다. 더운 날씨 때문에 고장이 났는지 시간과 날짜는 목요일 오후 6시를 나타냈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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