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엔 안 돼'…여의도·압구정 등 정비사업장 기부채납 갈등

이민하 기자 2024. 8. 8. 05: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정비사업 신속통합기획안(2022년) 입체적 경관계획안/사진제공=서울시

서울 재건축 사업장 곳곳에서 공공기여(기부채납) 시설을 두고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와 정비조합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사업 추진에도 난항이 우려된다. 이를 두고 지역 조합원들의 '님비'(NIMBY) 현상이라는 시각과 서울시의 공공기여 요구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엇갈린다.

7일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여의도 시범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에서 제출한 '정비계획 변경 관련 조치계획서'에 대해 보완을 요구했다. 앞서 조합이 제출한 조치계획서에 도시계획심의위원회(도계위) 심의 통과 조건사항인 단지 내 '데이케어센터'(주간돌봄시설) 설치계획이 삭제됐다는 이유에서다.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을 추진 중인 시범아파트 '정비계획 결정 및 정비구역 지정안'은 지난해 10월 도계위 심의를 통과했다. 최고 65층, 2500가구 규모에 용적률 최대 400%를 인센티브로 주는 대신 공공기여시설로 데이케어센터를 설치하라는 조건이 붙었다. 데이케어센터는 65세 이상 노인성 질환자나 경증 치매환자들이 주간에 미술·음악 등 수업을 듣는 운동 치료 서비스 시설이다. 일본과 독일 등 선진국에선 보편적인 시니어 시설이다. 국내에서는 요양원 같은 곳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

시범아파트 재건축 사업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은 이와 관련해 이달 6일부터 나흘간 조합원 투표에 착수했다. 시에서 사실상 데이케어센터 설치를 재요구한 데 따라 조합원에게 찬반을 묻겠다는 것이다. 결과에 따라 시와 협의를 거쳐 최종 정비계획 변경을 진행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원들 반발이 심해도 현 계획에서는 데이케어센터를 빼고 사업을 진행하는 게 어려워 보인다"며 "인허가권자인 시의 입장이 강경한 만큼 추가적인 사업 지연을 피하는 게 가장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3100억원 공공보행교 반대하는 압구정3구역…지역자활센터 철회한 올림픽파크포레온
압구정3구역 신속통합기획 조감도 /사진제공=서울시
공공기여 시설을 조합원이 기피하면서 갈등을 빚는 정비사업장은 여의도 시범아파트뿐이 아니다. 강남구 압구정3구역 정비사업장도 공공기여 문제로 시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압구정3구역 정비계획안에는 성수동 서울숲과 압구정을 잇는 공공보행교가 포함됐다. 공공보행교 기부채납비용은 31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일부 조합원은 기부채납 비용뿐 아니라 단지 인근 보행교를 오가는 유동인구 때문에 주거환경이 나빠질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올해 11월 입주를 앞둔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도 공공기여 문제로 강동구와 갈등을 드러냈다. 당초 단지 내 조성되는 문화사회복지시설에 '강동구 지역자활센터'가 확장·이전 설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해당 단지 예비입주자들은 해당 시설에 전과자, 정신이상자 등이 오갈 수 있어 위험하다는 이유로 반대에 나섰다. 강동구는 입주자들 집단 반발이 이어지자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 지역자활센터는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이 자립할 수 있도록 상담·교육·취업·창업 등을 지원하는 공공시설이다.

앞서 서초구 반포 한강변 정비사업장에서는 '노숙인 샤워실' 설치를 요구하는 민원이 나오기도 했다. 반포 1·2·4주구(디에이치 클래스트)와 3주구(래미안 트리니원), 신반포2차 조합은 서초구청으로부터 '재건축 정비사업 진행 시 기부채납 공원에 화장실 및 노숙자 샤워시설을 설치해 달라는 민원이 접수됐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받았다. 다만 서초구는 샤워시설 자체가 기부채납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설치 또는 검토할 대상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추진 시 생기는 공공기여 갈등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조합 측은 대체로 공공기여 요구 수준이 과도하다는 인식에 반해 지역사회 기여를 외면한 이기적인 행태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공공기여는 조합원이 원하는 것과 지역사회에 필요한 부분을 잘 조율해야 한다"며 "다만 정비사업을 하면 인근 지역에 과밀을 유도해 직·간접적인 피해를 주는 셈인데, 지역사회에 필요한 공공기여로 이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