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독주' 견제? '어대명' 속 '비명 지대' 보폭 넓히는 김동연 지사
당권에 도전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압도적 득표율'에 의한 연임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들도 활동 반경을 넓히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친노, 친문' 진영의 '적자'로 꼽히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8월 15일 광복절 사면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가운데 잠재적 야권 주자로 꼽히는 김 전 지사에 대한 복권 여부를 두고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이른바 '드루킹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후 윤석열 정부에서 사면됐지만, '복권'이 이뤄지지 않아 정치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재명 전 대표의 '동지'로 잘 알려진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사면은 국민통합을 위해 해야 하는데 야권 분열용으로 사면 (복권) 카드를 쓸 가능성이 많다"고 내다봤다. 야권 내 경쟁 구도에 혼란을 주기 위해 '김경수 복권'이 여권의 정무적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야권 내에서 이같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또 다른 경쟁자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을 촉구한다"고 밝히면서 묘한 구도가 조성되고 있다. 김 지사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 편 사면', '선택적 사면'은 이미 충분히 했다. 이번 8.15 특별사면은 달라야 한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공정과 상식, 국민 통합의 원칙에 부합해야 한다. 또다시 선택적 사면이 된다면 통합의 길은 더 멀어질 것이다. 얄팍한 정치셈법으로 미룰 때가 아니다"며 김 전 지사에 대한 복권을 촉구했다.
김 지사는 "정치가 양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포용의 정치, 통합의 정치가 절실하다. 김경수 전 지사 복권이 그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경수 전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과 가까운 '친노 친문 진영'의 적자로 꼽히며 차기 대권 주자로도 언급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미래 국가 전략인 '비전 2030'을 주도하고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맡았던 김 지사와는 정치적으로 접점이 많은 인사이기도 하다.
야권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차기 경쟁 구도가 '친명 대 비명'으로 흐를 것으로 보이는데, '이재명 대세론'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비명 지대'의 전체적 파이를 키울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2007년 이명박, 박근혜 경선이나, 2016년 문재인, 안희정, 이재명 경선처럼 '정권 교체기'의 야권은 '경쟁 구도'가 확립돼야 대중의 주목을 끌 수 있다는 주장의 연장선이다. 김 지사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김 지사는 최근 야권의 또다른 잠재적 주자인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와 접점도 늘리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7월 20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제1차 전국당원대회'에 참석해 99.9%의 찬성률로 당 대표 연임을 확정 지은 조국 대표와 만나기도 했다. 이 날은 민주당 제주·인천 경선에서 이재명 전 대표가 누적 득표율 90.75%를 기록하며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을 굳힌 날이기도 했다.
김 지사는 조국혁신당에 대한 애정을 꾸준히 보여 왔다. 총선 결과가 나오기 전인 지난 3월 28일 기자 간담회에서 '조국혁신당의 돌풍'과 관련한 의미를 묻는 질문에 "민심이 제3당을 확실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 국민의 뜻이라고 하면 거기에 맞게 가야 하는 것이 맞다"며 "원내교섭단체 기준이 지금 20석인데, 10석 정도로 완화해서 국민의 여론을 얻은 제3당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총선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 발언으로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당시 조국혁신당은 민주당 핵심 기반인 호남 지역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민주당의 보완재'로 작동하고 있던 상황이었고, 이재명 대표를 위시한 민주당 핵심 인사들이 "조국혁신당을 찍지 말고 민주당을 찍어달라"며 위기감을 보이고 있던 때였다.
최근 김 지사는 경기도에 DJ계, 친노계, 친문계 인사들을 대거 수혈한 바 있다. 특히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전해철 전 의원을 도정자문위원장에 임명하고,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입'으로 활약했던 강민석 전 대변인을 경기도 대변인으로 영입했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가운데서도 경기도지사 직을 지켜낸 그는 지자체장의 '스피커'가 약화된 틈새에서도 윤석열 정부에 각을 세우며 선명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독주 체제'가 부각될수록, 반대급부로 '잠재적 경쟁자'들인 김경수, 김동연, 조국 등과 같은 인물들의 행보도 관심을 모으고 있는 형국이다.
[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사람들 이상해요"…해리스, 부통령 후보로 '구수함 속 촌철살인' 월즈 선택
- 대통령실 "증시 등락…국회, '금투세 폐지' 전향적 논의 촉구"
- 검찰 무차별 통신 조회, 정치인·기자 모자라 언론학자까지…
- 한동훈 "野 채상병특검, 전혀 안 특별"…추경호 "정쟁 입법 멈추자"
- 민주당 을지로위, '전세 신탁사기' 피해자 집담회 연다
- 김문수의 '반노동' 어디까지? "기업인들이 민노총 피해 어디로 탈출할지 걱정"
- 선수는 '노예' 취급, 임원들은 '해외관광'…'스포츠 꼰대들'이 문제
- 현 방문진 이사들 "'이진숙 방통위' 새 방문진 이사 선임, 원천 무효"
- 경찰, '넥슨 집게손 마녀사냥' 재수사 결정…피해자에겐 언질 없었다
- 한동훈 "25만원 지원법, 반대만 할 게 아니다"?…당내 이견 시사